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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펭수의 시대 - 김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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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의 시대

김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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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BTS와 펭수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펭수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자신의 목표가 BTS처럼 되는 것이라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봄에 등장한 펭수는 그해 연말, ‘2019 올해의 인물’ 선정에서 BTS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BTS뿐만 아니라 손흥민, 백종원 등과 비교되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펭수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 가상 캐릭터일 뿐인데도 실존 유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이유는 그만큼 펭수 신드롬이 거셌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펭수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문화 현상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렇기에 펭수 신드롬의 실체이자 이유, 배경을 분석하는 것은 트렌드 분석가의 일이기도 하다.
_ 프롤로그. 펭수는 BTS급이 되었을까?

처음에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기획되었던 펭수는 현재 2030세대에게서 더 뜨거운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애초에 2030세대는 타깃으로 고려하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결과적으로 2030세대를 위한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용으로 만든 초기기획은 실패했다고 해야 할까? 제작진이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지금 시대가 펭수를 선택한 것이기에, 기획의 성과라기보다 시대적 타이밍이 낳은 절묘한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펭수는 기획의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기획의 성공이다. 제작진은 초기에 기획한 콘텐츠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를 면밀히 살펴 신속하게 변화를 주면서 펭수를 계속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_ Chapter1. 펭수 세계관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펭귄은 무리 지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그런데 펭수는 무리를 이탈했다. 아이돌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단생활에서 벗어나 독립한 것이다. 뽀로로도 패티라는 펭귄 친구를 비롯해 곰, 비버, 공룡, 사막여우 등 동물 친구들이 많다. <꼬마펭귄 핑구>는 펭귄 가족의 에피소드다. 등장인물도 아빠 펭귄, 엄마 펭귄, 동생 펭귄, 물개 친구들이다. 하지만 펭수는 인간 사회에 홀로 떨어진 펭귄이자 동물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펭귄이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유일무이한 상황 설정이다.
EBS 소품실에서 살고 있는 펭수는 주거 환경 또한 불안정하다. 하지만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끈기가 있고,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고립된 독립생활을 받아들일 만큼 자아도 강하고 주체성도 있다. 펭귄이지만 사람과도 잘 어울리고, 사교성도 좋고, 결정적으로 한국어 구사 능력이 토종 한국인급이다. 이런 것으로 추정하건대 펭수는 언어 능력과 지능이 뛰어나고, 의지도 강하다. 성공에 대한 열정도 크다. 이런 펭수 앞에 낙하산이나 취업 청탁, 부정 입시 같이 끈끈한 연대가 만든 한국 사회의 인맥주의 문제가 드러난다면 어찌 단호히 비판하고 저항하지 않겠는가
_ Chapter2. 왜 하필 펭귄이었을까

펭수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만 존재했다면 지금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지상파와 유튜브를 결합해,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공이다. 지상파이자 교육방송이란 제약 아래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콘텐츠도 유튜브에서는 가능했다. 기존 TV 프로그램 중에도 유튜브를 비롯한 타 플랫폼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TV가 중심이다. 하지만 <자이언트 펭TV>는 유튜브가 중심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10분 분량으로 축약하고 재편집한 내용을 TV에서 방송하지만 유튜브에선 훨씬 더 많은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EBS가 가진 제약 때문에 TV에서 모든 유튜브 콘텐츠를 그대로 내보낼 수가 없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유튜브를 통해 제약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지상파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지상파에서 다루지 않은 추가적인 콘텐츠도 계속 만들어 내면서 유튜브 채널 유입률을 늘렸다. 결정적으로 ‘이육대’와 ‘펭수쇼’를 통해 지상파 채널에서 펭수 캐릭터를 전폭적으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만약 펭수가 유튜브에서만 활동했더라면 파괴력이 훨씬 적었을 것이다.
_ Chapter2. 왜 하필 펭귄이었을까

사실 ‘이육대’를 가장 주목하게 만든 것은 ‘서열’이다. EBS 역대 캐릭터의 데뷔 연도를 기준으로 선후배를 정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을 통해 꼰대 논쟁을 끄집어낸 것이다. 이것이 2030세대가 펭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 직장에서 겪고 있는 선후배 간 갈등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육대’ 이후 펭수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자이언트 펭TV>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콘텐츠가 업로드됐다. EBS 옥상에서 펭수와 뚝딱이가 대화하는 콘텐츠인데, 1994년에 데뷔한 뚝딱이가 2019년에 등장한 펭수에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라며 잔소리를 꺼내려 하자, 펭수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잔소리하지 마세요.”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선배의 대 같은 잔소리에 대놓고 그만하라고 이야기하는 후배는 볼 수 없었다. 그것도 선배가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말이다. 잔소리가 4절까지 간 것도 아니고,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도 아닌데 펭수는 ‘잔소리 그만하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EBS 캐릭터계의 대선배인 뚝딱이가 ‘요즘 애들은 인사도 잘 안 한다’며 펭수가 인사할 때 고개 숙이는 각도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도 ‘펭귄은 살이 쪄서 고개가 안 숙여진다’며 바로 대꾸했다. 그동안 후배들이 선배들을 대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_ Chapter4. 펭수는 어떻게 안티 꼰대의 대표주자가 되었을까

하지만 사실 펭수에게도 원칙은 있다. 2020년 1월 초, 펭수는 ‘펭수의 고향 남극으로’라는 에피소드에서 “새해를 맞아 고향에 감. 카톡 안 받아요.”라는 메모를 남기고 사라진다. 펭수를 찾아간 제작진이 다음 날 촬영인데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내일이 촬영이잖아요? 저 오늘 월차 냈습니다.” 하며 당당히 휴일에는 카톡 하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휴일에 연락하면 지옥 갑니다.”, “일도 쉬어 가면서 해야죠.”라며 사이다 발언을 이어간다. 이런 발언을 속 시원하게 여기는 2030세대가 많다는 것은 아직도 현실 직장에서는 이런 말을 당당히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과 메신저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휴일이나 휴가 때도 거리낌 없이 쉽게 연락을 주고받곤 한다.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장점인 동시에 폐해다. 초연결 사회는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진화로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말한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음성 비서, 자율 주행 자동차 등도 모두 초연결 사회의 산물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연결이 곧 우리의 존재 이유처럼 되어 버렸다. ‘소통’과 ‘연결’이 마치 만능 키워드처럼 사용되고 있다.
_ Chapter5. 왜 펭수는 쉬지 않고 활동할까

‘펭년배’라는 말이 있다. 어린이든 중장년이든 펭수를 좋아한다면 모두가 펭수와 동년배라는 뜻이다. 한국 사회는 나이를 중심으로 하는 서열화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다. 한 살만 많아도 선배 대접을 받으려 들고, 나이를 기준으로 어른이냐 아니냐를 정하기도 한다. 사실 어른은 결혼한 사람이나 나이 많은 사람이란 의미 외에도 ‘책임지는 사람’이란 의미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 짓는 가장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했다. 2020년 4월 국회의원선거부터는 만 18세에게도 투표를 할 수 있는 선거권이 부여된다. 덕분에 53만 명의 유권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동안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9세가 넘어야 선거할 수 있는 나라였다. 게다가 2005년 이전까지는 만 20세가 되어야 선거할 수 있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입대, 혼인, 8급 이하 공무원 응시 연령 등의 기준이 만 18세였다. 병역, 납세, 근로 등 주요 의무 기준은 18세부터였지만 선거에 대한 권리는 주지 않았던 셈이다. 이유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뭘 알겠냐’며 주권 행사를 제약한 셈인데, 이 또한 구시대적 발상이다. 과연 OECD 국가들이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18세에게 선거권을 준 것일까?
_ Chapter6. 펭수는 대한민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펭수가 글로벌 스타가 되려면 환경이나 젠더, 윤리 이슈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 한국에서 펭수가 사랑받은 결정적 계기가 안티 꼰대였다. 갑질과 꼰대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를 재미있게 풀어내며 공감을 샀던 것이 2030세대에게 사랑받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는 환경, 젠더, 윤리, 불평등 문제다. 오래전부터 있던 문제였지만,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외면했던 이슈였고 그 결과 양극화는 더 심각해져 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환경 문제는 시대의 상식이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환경 문제를 보지 않는다. 글로벌 10~30대, 즉 MZ 세대의 공감과 함께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펭수는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그동안의 펭수는 빨리 배우고, 적응하고, 변화를 받아들여 왔다. 그리고 앞으로의 펭수에게 기대하는 점도 이것이다. 펭수의 진화가 결국 글로벌 스타로서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 줄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_ Chapter7. 펭수는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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