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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2050 거주불능 지구 -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avid Wallace-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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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avid Wallace-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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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러나 실상은 훨씬 더 무시무시하다. 일상 자체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일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느 지점까지 견딜 수 있을지 확신도 계획도 없는 도박이라도 하듯 애초에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환경적인 조건을 벗어던져 버렸다. 인류 자체는 물론 우리가 문화와 문명이라고 일컫는 모든 것을 자식처럼 길러 낸 기후 시스템은 이제 고인이 된 부모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관찰한 대로 이 땅을 연이어 두들겨 온 기후 시스템은 우리가 맞이할 암울한 미래의 예고편 같은 게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저 뒤편 쓰레기통 속에 추억으로나 남아 있는 이전 기후 체계가 남긴 산물이라고 이해하는 쪽이 더 정확하다. 더 이상 ‘자연재해’ 같은 것은 없겠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엄밀히 말해 상황은 지금도 이미 악화돼 있다. 혹시 기적적으로 인류가 탄소 배출을 중단하더라도 지금까지 배출해 온 양 때문에 추가적인 기온 상승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여전히 증가 중임을 고려할 때 탄소 배출이 중단될 리는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역시 지체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곳곳에서 목격하는 재난은 미래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재난에 비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나 다름없다.

1장 살인적인 폭염
현재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2100년까지 기온이 2~2.5도 상승하리라 예측하므로, 확률분포 곡선의 가장 두툼한 부분, 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약 3도 혹은 3도를 약간 웃도는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량이 지금도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약 3도 상승을 목표로 삼는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수준의 마이너스 배출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과학적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우리가 자연계를 기껏해야 얕은 수준으로만 이해하다 보니 자연이 가져올 피드백의 영향 역시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혹시 자연계의 피드백 고리가 활성화된다면 설령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유의미하게 줄인다 하더라도 2100년까지 기온은 4도 상승할 수 있다.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인류의 행보에서 드러나듯이 근시안적인 인간의 특성상 탄소배출량이나 지구온난화에 관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 봐야 생산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예측하는 편이 더 낫다. 그리고 그처럼 가능성을 예측하자면 한계는 끝이 없다.

2장 빈곤과 굶주림
주어진 환경이 자원 남용으로 붕괴되거나 쇠퇴하기 직전까지 인구를 수용한다면 최대 얼마나 되는 인구를 지탱할 수 있을까? 하지만 특정 부지 내에서 최대 산출량이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하는 것과 그만한 산출량이 도출되는 데 환경 체계가 어느 정도나 통제력을 가지는지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연환경 체계는 볼로그 같은 특급 마법사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제어하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하며 변수가 산만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환경 수용력을 구하는 공식에 바로 집어넣을 수 있는 단일한 변수 따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환경 수용력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온갖 실험이 벌어지는 일련의 조건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사회적 갈등, 전쟁, 불공정 등 수많은 역경이 지구상에 해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와중에 기후변화라는 문제가 하나 더 얹어진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 온갖 역경이 한데 모여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란 미래의 모든 문제와 해결책을 담고 있는 지구환경 그 자체다.

3장 집어삼키는 바다
바다가 그만큼 범람하는 경우 세상은 굳이 따지면 알아볼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알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영국 런던은 물론 캐나다 몬트리올까지 거의 통째로 물에 잠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해수면이 50미터만 높아지더라도 플로리다 주는 북서부 지역에 일부 언덕만 남긴 채 97퍼센트 이상이 사라진다. … 도시로 따지면 뉴욕, 필라델피아, 프로비던스, 휴스턴, 시애틀, 버지니아비치는 물론이고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까지 바다 아래에 가라앉는다. …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 유럽에서는 런던에 더해 더블린, 브뤼셀,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스톡홀름, 리가, 헬싱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물속에 잠긴다. … 아시아에서는 도하, 두바이, 카라치, 콜카타, 뭄바이 등의 연안 도시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수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사막에 가까운 바그다드에서 내륙으로 160킬로미터 들어간 곳에 위치한 베이징까지 쭉 수중 도시 유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4장 치솟는 산불
화재가 미치는 피해는 선형적으로 증가하거나 순수하게 독립적으로 더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생태계에 새로운 피드백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앞으로 날씨가 한층 더 건조해지면서 캘리포니아에는 메마른 덤불 지대가 형성되고 그만큼 더욱 심각한 화재가 빈번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과학자들은 그와 동시에 전례 없는 수준의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구체적으로는 1862년 캘리포니아 대홍수 수준의 재해가 3배나 증가하리라 전망한다.

5장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500년에 한 번 나타날 폭풍’이라는 표현은 복원력 문제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고난에 짓눌려 아무리 황폐해진 공동체라 할지라도 재산이 풍부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100년에 한 번, 무리해서 50년에 한 번꼴로 재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오랜 회복기간을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10~20년에 한 번꼴로 극심한 폭풍이 닥쳐서 10년 만에 재건을 해야 한다면 미국만큼 부유한 국가나 휴스턴 도시권만큼 잘사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의 여파로 10여 년이 넘도록 비틀거리고 있으며 로워나인스워드 같은 동네는 카트리나를 겪기 전에 비해 인구가 3분의 1도 채 안 된다. 루이지애나 해안 지대를 바다가 통째로 집어삼켜 이미 5,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루이지애나 주는 축구 경기장만 한 면적을 매시간마다 잃어버리고 있다. 플로리다키스 제도에서는 고도를 해수면보다 높이 유지하기 위해 들어 올려야 하는 도로가 240킬로미터 존재하며 공사비는 1킬로미터에 410만 달러로 총 1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2018년도 도로 건설 예산은 2,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6장 갈증과 가뭄
지난 100년에 걸쳐 지구상의 거대 호수는 대부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부피가 90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 라스베이거스에 상당량의 물을 공급하는 미드 호는 한 해에만 15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물이 증발했다. 포포 호는 한때 볼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였지만 현재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란의 우르미아 호는 지난 30년 동안 부피가 8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아프리카 중서부의 차드 호 역시 거의 다 말라 버렸다. 물론 기후변화는 한 가지 요인일 뿐이지만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7장 사체가 쌓이는 바다
인간 활동 때문에 생물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속도가 1,000배 가까이 증폭됐을지 모른다는21 대멸종 시대를 인류가 살아간다는 말은 오늘날 꽤 흔한 이야기가 됐다. 어쩌면 ‘해양 무산소화ocean anoxification’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말도 타당할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산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해수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4배 증가했으며 결과적으로 ‘데드존dead zone’은 400군데를 넘어섰다. 산소가 부족한 지역은 수백만 제곱킬로미터 증가했으며 이는 전 유럽의 크기에 맞먹는다. 현재 해안 도시 수백 개가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 바다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물이 따뜻할수록 함유할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지구온난화 자체가 무산소화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8장 마실 수 없는 공기
하지만 기후변화가 공기에 미치는 영향 중 이산화탄소는 가장 사소한 문제에 가깝다. 앞으로 지구상의 공기는 더욱 뜨거워질 뿐만 아니라 더욱 더럽고 답답하고 건강에 나빠질 것이다. 가뭄은 공기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현재는 ‘분진 노출dust exposure’이라고 불리고 미국 더스트볼 시기에는 ‘분진 폐렴dust pneumonia’이라고 불렸던 현상을 초래한다. 또한 더스트볼이 일어났던 대평원 지대에 기후변화로 새로운 모래 폭풍이 발생하면 분진으로 인한 사망률은 2배 이상, 입원율은 3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오존은 더 많이 형성되며 국립대기연구소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에 미국인이 오존 스모그로 고통받는 날수는 70퍼센트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90년대쯤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안전’ 등급을 넘어서는 공기를 마시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에 이를 것이다. 지금도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매일 1만 명에 달한다. 단 하루에 사망하는 사람 수가 여태까지 원자로 노심 용융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 수 총합보다 훨씬 더 많다.

9장 질병의 전파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점점 더 널리 이동하는 모기들이 퍼뜨리게 될 질병은 황열병 말고도 많을 것이다. 전염병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현재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이미 매년 100만 명이 사망하지만 미국 메인 주나 프랑스에 사는 사람이라면 말라리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열대 지방이 점점 북상하고 그에 따라 모기가 함께 이주해 온다면 걱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21세기가 지나가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전염병의 그늘 아래 놓일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지카바이러스는 딱히 걱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10장 무너지는 경제
2018년에 버크와 동료 연구자들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좀 더 가까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경제성장 추이를 예측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는 세계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온난화를 2.5~3도 사이로 제한한다는,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다소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고려했다. 합리적인 기대 범위 내에서는 사실상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의 추산에 따르면 이 시나리오에서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1인당 경제 생산량은 기온 상승이 없을 때 대비 평균 15~25퍼센트 감소할 것이다. 현재 탄소배출량 추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극히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21세기 말까지 기온이 4도 상승한다면 생산량은 30퍼센트 이상 감소할 것이다. 30퍼센트라는 수치는 1930년대를 살아가던 윗세대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겼으며 결과적으로 파시즘, 독재, 인종 말살의 물결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했던 대공황 사태보다 2배 더 깊은 저점에 해당한다. 하지만 ‘저점’이라는 표현도 거기서 빠져나와 고점으로 올라간 뒤 안심하며 뒤를 돌아볼 때에나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몰락은 빠져나오거나 안심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늘 그랬듯이 경제가 몰락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이익을 얻을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극소수 존재하겠지만 대다수가 경험하는 현실은 갱도 바닥에 기약 없이 파묻힌 광부의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1장 기후 분쟁
군대 입장에서 기후변화는 재편된 지도 위에서 펼쳐지는 강대국 간의 기 싸움 이상을 의미한다. 미군 세력 가운데 미국의 주도권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기후변화를 골칫거리로 인식한다. 범죄율이 곱절로 늘어난다면 세계의 경찰 노릇이 한층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리아에서만 기후변화가 분쟁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최근 수십 년간 중동 지역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데는 지구온난화의 압력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선진 공업 국가가 중동 지역의 석유를 추출해 사용하면서 온난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는 가설이다. 가뭄 및 흉작은 보코하람, 이슬람 국가, 탈레반, 파키스탄의 이슬람 무장 단체 등 과격한 급진주의와 관련되며 특히 민족 간 분쟁에서는 상관관계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2016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198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민족 구성이 다양한 국가에서 벌어진 분쟁 중 23퍼센트가 기상 재난이 닥친 시기에 발발했다고 보고한다. 또 다른 추산에서도 아이티, 필리핀, 인도, 캄보디아 등 농업에 상당한 비중을 둔 32개국이 앞으로 약 30년 동안 기후변화가 촉발하는 분쟁 및 소요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극도로 높다’고 지적한다.

12장 시스템의 붕괴
21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압박을 받기 시작할 다른 부유한 나라 입장에서, 온난화로부터 가장 강렬하고도 즉각적인 포화 세례를 받는 국가 중 압도적으로 부유함을 자랑하는 호주는 풍요로운 사회가 기후변화의 압력에 어떤 식으로 억눌리고 주저앉고 재건하게 될지 미리 보여 주는 선례와도 같다. 현지 자연환경을 무시하고 원주민을 학살하는 가운데 세워진 만큼 현대 호주의 야망에는 늘 위태로운 구석이 있었다. 생태적으로 너무나 혹독하고 까다로운 환경임에도 그 위에 날림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것이다. 결국 2011년 호주에서는 단 한 차례의 폭염으로 대규모 고사 현상 및 산호 백화 현상, 식생의 죽음, 토종 새 및 특정 곤충의 개체 수 급감, 해양 및 육지 생태계 변형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호주 정부에서 탄소세를 부과하자 탄소배출량은 떨어졌다. 반면 정치적 압력으로 탄소세를 폐지하자 탄소배출량은 다시 증가했다. 2018년 호주 의회에서는 지구온난화를 ‘현재 진행 중이며 실제 존재하는 국가 안전상의 위기’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몇 달 뒤 기후변화 문제에 깨어 있던 당시 호주 총리는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려 시도했다는 이유로 사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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