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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 - 타니아 로이드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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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

타니아 로이드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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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얼룩말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발견하고 장난삼아 걸친 뒤 셀카를 찍었다. 그러고는 별생각 없이 친구한테 카톡으로 사진을 전송! (아,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얼룩말은 멸종 위기의 동물이어서 모두가 보호해야 한다. 장난으로라도 이런 일은 하지 말도록 하자.)
장난기가 발동한 친구는 그 사진을 곧장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 망신살이 뻗치게 생겼다고? 그렇다고 미리 절망할 것까진 없다. 아직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
진짜 문제는 세월이 흐른 뒤에 터질지도 모른다. 환경 보호 운동에 온몸을 바친 끝에 환경부 장관 후보에 올랐는데……. 누군가가 20년 전의 얼룩말 외투 사진을 찾아 인터넷에 폭로하기라도 한다면? 그 뒤는 알아서 상상하시길!

2013년에 미국 텍사스주의 존 제이 고등학교는 무선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교는 즉시 학생들에게 전자칩이 내장된 학생증을 배포했다.
언뜻 이 전자 학생증은 여러모로 유용해 보였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지 않고도 자동으로 출석 체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학생들이 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살 때나 교내 특별 행사 입장권을 구입할 때,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도 이 학생증 하나면 충분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학생증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기를 든 학생이 있었다. 바로 앤드리아 에르난데스였다.
앤드리아는 미지의 시선이 쉴 새 없이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 찜찜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급기야 학생증 착용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그 일로 정학을 당하고 말았다. 앤드리아의 부모님은 곧바로 학교를 고소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인권 운동가와 사생활 보호론자, 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까지 벌떼같이 들고일어나 앤드리아를 옹호했다.
학교는 재빨리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앤드리아의 뜻을 존중해 특별히 전자칩을 뺀 학생증을 착용하게 해 주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앤드리아는 이 제안 역시 탐탁지가 않았다. 혹시라도 학교의 방침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비치게 될까 봐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방식도 거부해 버렸다.
결국 존 제이 고등학교는 오래지 않아 무선 인식 시스템을 폐지했다. 그제야 앤드리아는 다시 존 제이 고등학교로 돌아갔다.

1888년에 갑자기 100장의 필름이 내장된 휴대용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소소한 일상까지 사진 속에 담기기 시작했다. 신문 기자들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유명 인사에게 다가가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 댔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분위기가 몹시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코닥광(狂)들이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서 삼류 신문에 판매하고 있다며 개탄하는 기사를 썼으니……. 사람들은 거리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코닥 카메라와 마주치며 사진 열풍에 시달렸다.
지금은 그때의 혼란이 도리어 우스꽝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파파라치가 판을 치고, 아이돌 사생팬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세상이니까.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도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어서 누구나 언제든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어쨌든 이 소동은 타인에 의해 개인의 삶이 침해당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중략)
요즘은 사뭇 낯선 사생활 침해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을 비롯해서 개인 정보 유출, 소셜 미디어 사찰 같은 사건들이 바로 그 예다. 새로운 과학 기술과 함께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지뢰처럼 툭툭 터지고 있다.
지금의 우리 모습이 마치 코닥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라고 놀라며 허둥대던 19세기 말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14년에 인터넷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탈리아계 스타가 있다. 그게 누구냐고? 가수? 배우? 코미디언? 아니, 토스트기 브래드다.
그것도 인터넷에 연결해서 쓰는 토스트기. 번거롭게 왜 그래야 하냐고? 브래드는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토스트기와 자신의 사용 빈도를 비교하도록 프로그램이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자기가 남보다 빵을 덜 굽는다 싶으면, 애정 어린 손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손잡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람을 부른다.
애교도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면 인터넷에 광고도 낸다. 빵을 굽고 싶어 죽겠는데 주인이 그 마음을 몰라준다고. 그렇게 해서 브래드는 새 주인을 찾아 후회 없이 떠나간다.
이 깜찍한 토스트기는 인터넷이 점점 더 기묘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파고들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중략)
브래드는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토스트기와 정보를 나누기까지 한다.
“어이, 브래드! 너, 요즘 빵을 통 못 굽는구나.”
“응……. 나, 완전 우울해. 요즘 잘나가는 토스트기들은 하루에 최소 열장은 굽던데…….”
이처럼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어 사람과 사물 사이, 또 사물과 사물 사이에 통신 활동을 지원하는 기술을 ‘사물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자율 주행 자동차, 인공 지능 스피커, 스마트 온도 조절기, 인터넷 냉장고, 자동 심장 충격기……, 이 모든 게 사물 인터넷으로 분류된다.
몇몇 보안 전문가들은 사물 인터넷에 대해 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들은 2020년 즈음에는 5백만 대의 기기가 인터넷에 정보를 제공하고, 44제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냉장고 같은 가전 제품을 통해서도 소비자의 생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정보를 어느 선까지 내어 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중략)
사물 인터넷 기술이 탑재된 상품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는 결국 눈부신 신기술과 개인 정보 사이, 그 어디쯤에 선을 그을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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