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사람 사전 - 정철

728x90

사람 사전

정철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가족」
한 우산을 쓴다. 우산 하나에 다 들어간다. 우산이 작거나 찢어져 아빠 엄마 어깨가 젖더라도 새 우산을 펴지 않는다. 좁을수록 가까워진다. 젖을수록 가까워진다. 강한 비는 그리 오래 내리지 않는다.

#「경쟁」
이기면 박수 받고 지면 위로 받는 것. 이렇게 정의하고 싶은데 아직은 그럴 수 없다. 이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는 날까지 그대와 내가 해야 할 일은 경쟁과 경쟁하는 것.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는 경쟁의 정의와 경쟁하는 것.

#「꼴찌」
일동 뒤로 돌아! 이 한마디를 기다린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바뀌는 날. 그날은 온다

#「부모」
나랑 생각이 같은 사람. 외모만 닮은 게 아니라 생각까지 닮은 사람. 내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나.

#「세월」
2014년 봄 세상에서 가장 아픈 말이 된 단어. 세월이 가면 잊힌다지만 그날 그 바다를 잊을 수 있을까.

#「왜」
새로운 발상을 위해, 새로운 발견을 위해 꼭 필요한 한 글자. 가장 짧지만 가장 긴 생각을 하게 하는 한 글자. 가장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 글자. 배고픈 사람은 밥이나 빵 같은 한 글자를 찾지만 뇌 고픈 사람은 왜라는 한 글자를 먼저 찾는다. 왜? 새로운 발상은, 새로운 발견은 밥보다 맛있으니까.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으니까. 뇌가 부르면 한동안 배도 고프지 않으니까.

#「이야기」
사람은 이야기다. 들어줄 귀만 있다면 모든 사람은 이야기다. 지금 그대 곁으로 이야기가 지나가고 있다.

#「처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처음. 모든 게 서툴러 어렵다. 처음의 뒤를 잇는 것이 다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어렵다. 처음도 어렵고 다음도 어렵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같음이다. 처음과 다음이 같음.

#「할머니」
보고 싶다. 보러 간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이젠 쓸 수 없다. 쓸 수 있을 때 썼어야 했다. 볼 수 있을 때 보러 갔어야 했다.

#「함께」
합계보다 큰 수. 1과 1의 합계는 2에 불과하지만, 1과 1의 함께는 3이 될 수도 있고 10이 될 수도 있다. 합계는 수학이지만 함께는 인문학이다.

#「희망」
만약 이 책 제목이 《사람사전》이 아니었다면 어떤 제목이었을까. 아마 《희망사전》이었을 것이다. 그래, 희망과 사람은 같은 말이다. 언제든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아도 좋은 쌍둥이 같은 말이다. 내 호주머니 속에 희망이 없다면, 내가 앉은 자리에 희망이 없다면 주위를 쓱 한 번 둘러보라. 희망이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희망이다. 그대 역시 누군가의 환한 희망이다.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이 책을 추천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