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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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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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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으려고 마음을 먹고서였다.

‘세계여행을 하다가 잔고가 바닥나면,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 가서 물고기나 잡으며 살자. 그러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면 거기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거야.’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이렇게 나는 처음 스스로 내 인생 항로를 정했다. 죽기 전 남은 인생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여행하다가 마감하겠노라고. 부모님이 기뻐하실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과는 이별하고, 어찌 보면 특이하고도 비현실적인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내 모노핀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넘버 식스, 너 프리다이버야?” “응.” “얼마 동안 숨 참을 수 있어?” “6분!” “인간이 그게 가능해?” “응, 천천히 1초씩 늘리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와. 수심도 하루에 1미터씩 더 내려가다 보니 서서히 깊어졌고. 아니다. 어떤 때는 깊이 가려 하지 않고 그냥 편안할 때까지 같은 수심에 오래 머물거나, 다시 낮은 수심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다지는 트레이닝을 해보기도 했어. 깊이 내려갈 이유가 없었거든. 그냥 바다에 있는 시간, 트레이닝 하는 시간이 즐거워. 진지하게 요가 수련을 처음 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어. 요가 매트 위에 앉아 호흡을 바라보고 내 몸을 알아가는 시간 자체가 좋더라고. 그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열리고, 몸도 유연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 같아. 그래서 난 지금도 그냥 있는 그대로 현재 나의 몸 상태에 감사하면서 수련해. 그러다 보니 안 되던 동작들이 신기하게도 하나둘 되기 시작하더라고.”

하루의 명상을 시작하듯,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려는 마음으로 호흡을 고르다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바다를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이 더해진 몸은 물 안에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숨을 머금고 내려가 있는 시간은 고요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요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어느새 바다는 명상 홀로 바뀌어 있었다.

삶이 우리에게 주려는 것이 우리가 애써 얻어내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느꼈다.

“지상에서 명상을 하는 건 바다에서 숨을 참는 것도 아니고, 심장 터지게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앉아 있는 게 전부예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편한 앉는 자세를 취한 후, 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는 거죠. 계속 버텨도 블랙아웃이 오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명상, 세상 쉽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를 움직이고 싶거나,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싶거나, 모기에 물린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요. 바로 이때! 이때부터가 명상에서는 마음 수련의 시작입니다. 오직 나의 의지 시험이죠. 내면과 마주하기 시작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지혜를 배우다 보면 인내심 근육이 살찌기 시작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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