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가연의 어머니는 아이의 징징거림이 버거웠는지 그럴 때마다 동생과 비교하거나, 어머니가 그토록 싫어하던 할머니나 고모들처럼 굴지 말라며 아이를 혼냈다. 친구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면 어머니는 인상을 쓰고 다니니 누가 좋아하겠냐면서, 많이 웃고 먼저 다가가라고 다그쳤다. 어머니의 이런 말은 벼랑에 서 있는 가연을 더 끝으로 내몰았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슬프게 말하는 가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가 자라며 느꼈을 외로움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어머니한테 이해받고 싶었을 텐데, 표현하는 족족 부정당한 어린 가연을 떠올리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가연은 천천히 비난에 익숙해지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잔뜩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거라는 생각에 압도돼,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마치 인생의 목표가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기’인 것처럼 말이다.
_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중에서
아이들은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운다. 화가 날 때, 기쁠 때, 힘들 때, 서운할 때 등 각 상황과 감정에 따라 매우 세세하고 구체적인 자신만의 표현법을 구축해나간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세련되고 적절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안타깝게도 희선은 배울 기회가 없었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부정적 감정표현을 무시하게 되었다. 희선의 부모님은 ‘정서적 이혼’ 상태였다.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지만, 정서적으로는 이혼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부모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보자면 자녀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셈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나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관계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접게 만든다.
_ <약간의 거리를 뒀을 뿐인데> 중에서
내가 알면 다른 사람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지식의 저주’라고도 부른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은 실험을 통해 이를 잘 보여준 적이 있다. 일상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힘든 이유도 지식의 저주에 해당한다. 부모는 너무 쉽다고 생각하는데 자녀가 잘 이해하지 못하니 속이 터지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가 정확하게 설명도 안 해주면서 “왜 이것도 모르냐”라고 질책한다. 성종도 지식의 저주에 빠져 있었다. 자신이 상대를 위해서 참는다고 생각했기에 상대방도 이런 자기 마음을 당연히 알아줄 거로 믿었다. 상담을 통해 성종은 자신의 자기중심적인 관점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다. 상대방은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를 수 있다는, 아니 오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_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했다> 중에서
민경이 사람들과의 갈등에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는 것은 과거 경험이 ‘예기불안’을 조장한 결과였다. 예기불안이란 현재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말한다. 보통 과거에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은 그 경험이 반복되리라 생각한다. 민경의 이런 증상은 복합 PTSD의 대표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 걱정, 슬픔, 두려움이 일상을 지배한다. 또한 분노와 충동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이 낮아지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불편하면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이며, 타인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고, 더 나아가 대인관계 불안이 높아서 타인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_ <관계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에서
욕구가 강한 아이는 한 손에 과자를 쥐고 있음에도 다른 한 손에도 또 달라고 울부짖는다. 이럴 때 부모는 “손에 과자 있잖아. 넌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라고 말한다. 이 말은 아이에게 자신의 욕구가 잘못된 것이며,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욕구와 직결된 질투심을 인정하고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은희는 질투심보다는 표현하기 쉬운 화를 내왔던 것이다.
_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구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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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래 있는 모습 그대로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다 /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구나. 강현식, 최은혜 지음 / 생각의길 #책데이트 #책리뷰 #질투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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