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그러나 이 모든 논란은 단지 선악과 이야기를 ‘밖’으로 읽음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오해들일 뿐이다. 성경은 먼저 ‘안’으로 읽어야 한다. 그랬을 때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참된 뜻을 우리가 밝게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안’ 곧 우리 ‘내면의 이야기’로 읽었을 때, 이 선악과 이야기는 어떻게 읽힐까? 우선 ‘에덴동산’이라는 것은 태초라고 하는 어떤 특정의 시간과 공간에 위치했던 하나의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정확히 지금 이 순간의 우리 ‘마음’을 가리킨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의 삶 속에서 매 순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미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매일 매 순간 따먹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네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신 그 ‘선악과’를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따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 이 선악과 이야기는 태초에 아담과 하와에게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마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죽으리라는 이 말씀은 또 무슨 뜻일까?
성경은 그렇게 읽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시점은 언제나 ‘현재’이며, 성경이 증거하고자 하고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과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바로 이 ‘방주’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영원한 자유와 마음의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길’을 분명하게 가리켜 보여 주고자 한다.
그런데 이때 ‘하나님’은 특정 종교만의 하나님이 아니다.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창세기 2:1)은 그 창조하신 만물 가운데 하나인 인간이 만든 종교 안에만 계신 분이 아니며, 더구나 그 가운데 어느 한 종교에만 속한 분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믿음은 전적으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몫일 뿐 ‘하나님’과는 거리가 멀다.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천지의 주재(主宰)시니, 손으로 지은 전(殿)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萬民)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자이심이라.”(사도행전 17:24~25)고 하지 않았는가.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하여 우리가 ‘강도 만난 자’와 같이 우리의 모든 방법과 수고와 노력들을 그치고, 무언가를 함으로써 영생을 얻고 진리를 구하려는 바로 그 마음을 내려놓을 때, 바로 그때 진리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우리 영혼의 모든 목마름과 메마름을 적셔 주고, 마음의 모든 상처와 아픔들을 치유해 주며, 삶의 모든 구속과 굴레들을 남김없이 걷어내어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평안과 자유에 들게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렇게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대하듯 우리 내면의 부족과 허물과 결핍과 번뇌들을 대하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발하며 ‘나쁜 것’이라고 정죄하면서 때마다 성난 얼굴로 돌로 치려고 하는가. 얼마나 모질게 그것들을 자신 안에서 몰아내려고만 하는가. 그것들이 자신 안에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은 것만이 선(善)인 것처럼, 오직 그때에만 비로소 진정한 자기다움과 인격 완성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오직 그것만이 참된 자유와 진리에 이르는 길인 것처럼 생각하고는 얼마나 그를 위해 애를 쓰며 스스로 날을 세우는가. 그러나 ‘간음 중에 잡힌 여자’는 어떻게 구원을 받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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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천지창조를 재해석해 보니... | 종교 밖으로 나온 성경,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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