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말하다 - 김영하(Young Ha Kim)

728x90

말하다

김영하(Young Ha Kim)

<보다> - <말하다> - <읽다> 삼부작 중 두번째로 선보이는 산문집 <말하다>는 작가 김영하가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와 강연, 대담을 완전히 해체하여 새로운 형식으로 묶은 책이다.

일반적인 대담집 형식에서 벗어나 작가가 직접 인터뷰와 강연을 해체하고 주제별로 갈무리하여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시킨 이번 책에서는 글쓰기를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 등 작가 김영하를 구성하는 문화 전반에 이르는 그의 생각들이, 때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때론 작가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맞물리며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창의력에 대한 그의 강연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지식 공유 콘퍼런스인 테드(TED)의 메인 강연으로 소개되어 136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2014년 12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했던 청춘 특강은 젊은층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KBS 라디오의 [문화포커스]를 진행한 방송인이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강단에서 서사창작을 가르쳤던 교수,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의 진행자인 작가 김영하.

이미 거의 모든 형식의 '말하기'를 경험한 그는 <말하다>를 통해 빼어난 말솜씨로 어느 순간 청자의 허를 찌르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귀기울여 듣고 되새길 만한 말들로 가득하다.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동조될 때,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개인주의를 저는 건강한 개인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개인적 즐거움은 얼핏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즐거움을 천대하는 사회에서 성장했으니까요.

우리 사회에는 자기 스스로 느끼기보다는 남이 어떻게 느꼈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내 느낌은 감추고 다중의 의견을 살펴야 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겠죠.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느끼는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때,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다양해질 겁니다. 엄친아나 엄친딸 같은 말도 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어떤 엄혹한 환경에서도, 그 어떤 끔찍한 상황에서도, 그 어떤 절망의 순간에서도 글을 씁니다. 그것은 왜일까요? 글쓰기야말로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마지막 자유, 최후의 권능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도 글만은 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하는 거야”라고 말하면 됩니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까요.

선생님이 쓰라는 주제에 대해서만 쓸 때, 아이들은 전혀 즐거움을 느낄 수 없죠. 그렇다면 결국 금지된 것을 써야 해요. 선생님이 쓰지 말라는 것을 써야 합니다.

소설은 우리를 실패와 죽음으로 인도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실패를 피할 수 있다 해도 죽음이라는 가장 유명한 실패는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소설은 철저하게 실패와 실패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를 포함한 문학작품의 독자들은 ‘예상치 못한 찬란한 실패’를 욕망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존재들입니다.

모든 것이 ‘털리는’ 시대. 그러나 책으로 얻은 것들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독서는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 내면을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게 만약 실현된다면, 그 주인공은 아마도 한국의 정서를 잘 살린 문학이 아니라 이상한 것, 어지럽게 뒤섞인 것, 도저히 우리가 한국문학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만약 우리가 정말로 한류를 지속시키기를 원한다면 더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이상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문학을 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문학만큼 다양한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작가마다의 독특한 스타일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세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태생적으로 개인주의적이며 우리에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세계입니다.

기억에 남는 문구

대학만 들어가라. 졸업만 해라.
결혼만 해라. 아이만 하나 낳아라.
그 다음부터는 네 마음대로 살아라.
하지만 아무 조건도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날'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