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자기혐오에 빠지기, 자기를 무능하다고 평가하기, 망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기…. 뭐라 부르든 간에 많은 사람이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나 자신과도, 다른 사람들과도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또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머릿속에는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꿈을 꾸다가도 어느 틈에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속에 폭풍처럼 들이닥쳐 속삭입니다. “너에겐 그럴 만한 능력이 없어”라고 말이죠. 이런 생각은 꿈을 짓밟고, 우리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합니다.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껴질 때, 일을 망쳐버릴 것 같아 불안할 때, 사랑을 갈구하지만 얻지 못할 때의 고통을 저는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 한순간의 생각들이 당신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있다는 것도 잘 알지요. 당신도 저처럼 부정적인 생각들에서 벗어나 그 너머에 존재하는 찬란한 참자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꾸 이야기한다고 해서 한번 형성된 자아상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런 조언이라면 이미 시중에 수많은 책이 쌓여 있습니다. 그 책의 저자들은 자기를 더 사랑하라고, 우리는 이대로도 충분한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죠. 사람들은 책에서 시키는 대로 거울 앞에 서서 ‘난 아무 문제가 없어’, ‘나는 성공할 거야’라며 별로 가슴에 와 닿지도 않는 긍정의 말을 되뇌곤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된 자아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뒤 그 자아상을 수정하거나 고치는 것일 뿐이니까요. 만들어낸 자아상 자체가 거짓이므로 이를 아무리 좋게 고치려고 해봤자 자신이 바라는 무한한 평안을 누리지 못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죠.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무가치한 사람인지 아닌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당신에게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무가치하고 결함투성이라는 인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나는 잘 모른다’라는 태도를 취하세요. 바로 이것이 우리가 갖춰야 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첫걸음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솔직히 시인하고 나면 자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자아가 자기를 향해 내뱉는 언어는 때로 믿기 힘들 정도로 가혹합니다. 온갖 욕지거리에 자기를 깔아뭉개는 조롱이며 악담…. 이것들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당신도 잘 알 테니 굳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겠습니다. 아마 당신은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는 도저히 꺼내지 못할 심한 말도 자신에게는 서슴없이 던지곤 하겠지요. 이는 자기 자신을 향한 폭력입니다. 그런데 생각이 격렬한 감정을 끌어내지 않는 경우에는 관심을 끊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언어를 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면서 어떤 단어를 쓰는지 살펴보고, 부드럽고 상냥한 낱말로 순화해보세요.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방법도 자신을 향한 욕설과 심한 자책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참는 것은 그 감정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불안한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을 묵살하거나 드러내는 걸 금기시합니다. 아니면 모르는 척하거나 못 느끼는 척하지요. 그러고는 일부러 다른 일에 정신을 쏟습니다. 바쁘게 일하거나 약물을 복용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남들 얘기에 열을 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괴로운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했듯이, 감정을 제거하려는 시도 역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부끄럽고 절망스러운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당신은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없지만, 현재 경험하는 감정을 어떻게 이해할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해결책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이 순간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면 됩니다. 감정은 당신이 따듯하게 반겨주고 안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분리를 일삼는 내면의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당신이 하는 호흡과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그리고 사랑으로 충만한 알아차림의 공간을 받아들이세요.
당신의 성격이나 가치관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밀어붙이는 편인가요, 수동적인 편인가요? 혹시 조바심을 내고 매달리는 편인가요? 상대가 나를 위협하거나 통제하려는 것처럼 느끼나요, 아니면 당신이 조종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나요? 당신의 행복은 타인에게서만 찾을 수 있을 것 같나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나요? 유형은 각기 다르지만 여기에는 자신을 안전하게 방어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이는 어렸을 때 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감정의 앙금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주로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은 자신이 사실로 여기는 신념과 그 신념의 기저에 깔린 감정이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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