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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고민과 소설가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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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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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민한다. 즉, 데카르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하였지만, 나는 ‘고민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두고 파스칼은 ‘생각하는 갈대’라 했지만, 나는 ‘고민하는 갈대’라 하고 싶었고,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 하지만 나는 ‘고민하는 동물’이라 구체화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사피엔스 종의 무수한 표현 중에 왜 ‘호모 고미니우스(고민하는 존재)’가 없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 <프롤로그 ‘호모 고미니우스’> 중

직장선배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며 책을 추천해도 “한국 책 잉크에서 나오는 독소에 호흡이 곤란해지는 아나필락틱 쇼크(anaphylactic shock)를 앓고 있다”며 둘러댈 수도 있습니다. 이 질병은 심할 경우 의식저하와 사망까지 유발한다니, 악한이 아니라면 이해해줄 겁니다(책이 이렇게 위험할 수 있다니, 왠지 작가로서 반성하게 되네요).

답을 얻기 어렵죠? 죄송합니다. 아마 못 얻을 거예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1+2가 3이라는 간단한 말 외에는 그 어떤 이성적인 말도 죄다 시어(詩語)로 들리고, 자신이 겪고 있는 사랑의 고통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말로 들릴 뿐이잖아요. 그러니 어쩔 수 없어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둘이 사랑한다면 만날 거고, 둘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둘 사이에 있는 친구를 핑계로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전 세계 인구가 74억이죠. 절반을 남자라 치면, 37억입니다. 진짜 많죠? 그런데, 이 중에 유아, 미취학 아동을 빼고, 노인들 빼고, 유부남들 빼면 인구는 확 줄어듭니다. 만나기 어려운 아프리카, 중동,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남자를 빼면 더 줄어듭니다.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남자로 제한하고, 키를 제한하고, 종교를 제한하고, 직업을 제한하고, 군인을 빼버리고, 같은 도시에 사는 남자로 제한하면…… 놀랍게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남자가 37억인 이 별에서 말이지요!

어른이 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면 결정해야할 것 천지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살지,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누구에게 화를 내고, 누구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할지, 끊임없이 결정하고 실행해야합니다. 그 결정들이 쌓여, 결국 생의 색깔이 정해집니다. 그렇기에 나만의 생각과 태도는 내 생의 뿌리처럼 중요합니다. (중략)
한데, 방심하지 말아야할 게 있습니다. 애써 노력해서 형성한 ‘자신만의 견해’를 언제든지 바꾸고, 폐기처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세상의 기준 역시 조금씩 살기 좋은 방향으로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초보 어른으로서 구축한 ‘태도와 자세’는 허물 수 없는 성벽이 아니라, 흐르는 물에 잠시 묶어둔 부표와 같습니다. 더 멋진 생각과 더 나은 자세가 발견되면, 그 새 흐름에 묶어둔 부표를 과감히 떠내려 보내는 것, 이게 바로 ‘좋은 어른이 되는 자세’입니다

무조건 장밋빛 인생이 기다릴 것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써봐야 알 수 있듯이, 살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살아보기 전에 뒷걸음질 쳐서 인생에서 도망치지 마시길. 인생의 기쁨에서 멀어지지 마시길. 변화의 즐거움을 놓치지 마시길. 늙으면서 얻게 될 긍정적인 발전을 스스로 포기하지 마시길. 그리고 인생에서 때로는 고통도 기쁨이고,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걸 기억하시길. ─

기억에 남는 문구

내가 나를 잘 대하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도 온전해질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잘 대해야,
타인도 나를 잘 대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