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죽음은 머나먼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찰나와 같이 지나는 매 순간마다 우리의 동반자로 항상 곁에 머무르고 있다. 죽음이란 말간 얼굴을 드러내 놓은 비밀 스승이다. 그 스승은 우리로 하여금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찾아내도록 도와준다. 여기에서 하나 좋은 소식이 있다면, 죽음이 전하는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 굳이 삶이 끝나는 지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낭만적인 생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힘겨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생에 해야 할 가장 힘겨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 일 없이 잘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당연히 슬프고, 잔인하고, 혼란스럽고, 불가해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죽음은 보통의 일이다. 우리 모두는 그 일을 겪는다.
우리 중에 살아서 여기를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없는 사랑의 무한함은 지금 이 세상과 보이지 않는 저 세상 사이의 장막이 가장 얇아졌을 때 비로소 자명해진다. 태어날 때와 죽을 때 사랑은 그 모든 경계와 분열을 녹여 버린다. 사랑은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서 움직이게 만든다.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을 해낸다.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사별의 슬픔을 온몸으로 거치는 여정을 나서는 것, 이는 우리 삶에서 어떻게든 만나게 될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면하지 말자.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그 경험에 부딪히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면서 가없는 정성과 티 없는 진실로 그리할 때, 자신을 온전히 비통한 슬픔에 내던지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고 생각할 때, 하물며 그럴 때에도 분명 크나큰 슬픔은 찾아온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 슬픔과 더불어 감사를 느끼고, 예전에 결코 알지 못했던 기쁨과 사랑의 호수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나는 이를 가리켜 불멸의 사랑이라 부른다.
아무 판단을 하지 않는 관심으로 타인을 아프게 하는 바로 그 지점에 제대로 반응할 때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 그럴 때면 배려와 이해를 받는 느낌이 든다. 연민은 여러 고려사항의 범위를 인식하면서도 지금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에 맞추어 적절히 대응할 때 발생한다. 때때로 그 조율하는 과정이 매우 사적이고 친밀한 영역까지 이루어지면서 그 사람과 ‘영혼과 영혼’으로 만나는 순간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찰스에게 담대한 현존은, 수술이 불가능한 암에 걸린 자신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아버지를 모시고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에 가는 것이다. 스티브에게 담대한 현존은, 가장 친한 친구의 막내딸이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난 후 그 장례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트레이시에게 담대한 현존은,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고 있으면서 죽어가는 어머니의 침대가에 앉아 있을 때, 그 기막힌 슬픔과 사랑으로 갈가리 찢어지는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잭슨에게 담대한 현존은,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에 가서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마주 보며 앉는 것이다. 테리에게 담대한 현존은, 명상 피정 중에 오래된 성적 트라우마로 움츠러드는 모습이 드러나는 사흘 동안 온몸이 떨리고 흔들리는 상태를 그대로 허용하는 것이다. 조애너에게 담대한 현존은, 또 다른 인연을 만나리라고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75세의 나이에 새로 만난 레즈비언 연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두려움이 말을 할 때, 담대한 용기는 다름 아닌 심장이 건네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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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 다섯 개의 초대장,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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