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못하는 일이 없다고 치자. 첫째, 그건 망상이다.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뭔가 근사한 걸 놓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줄 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못하는 일을 하라고 독려할 것이다. 못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대단치 않은 일, 시시한 일, 남에게 자랑하기에 변변치 않은 그 무언가를 하려고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말하고 싶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에너지를 나약함을 감추는 데 소모한다. 오직 성공을 향해서 맹렬히 달려가고 그에 대한 보상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삶 한편에 있는 새로운 재능과 관심사를 발견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새로운 재능이나 관심사를 발굴해 키우려면 처음에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실패가 따른다. 누가 봐도 바보처럼 보일 것이다. 실패할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은 그 과정을 건너뛰곤 한다. 즉 어떤 일에 자신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우리의 삶이 축소되고 공백이 추가된다.
현대사회는 우리 모두를 승리에 광적으로 집착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각종 광고에서 보는 그림 같은 삶을 완벽한 삶이라 믿으며 열망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해내고, 더 잘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이것이 자본주의 방식이다. 이 모든 압박은 우리를 마비시킨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없게 만든다. 머릿속에서는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시도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나는 첫 서핑 수업을 받은 후 파도를 잡기까지 5년이 걸렸다. 5년이라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불합리한 시간이다. 패들링을 하고, 파도를 잡고, 일어서고, 턴을 하고, 파도의 페이스를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을 때까지 5년이 걸린 것이다. 그렇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공허하지는 않았다. 실패와 깨달음으로 충만한 나날이었다. 포기할 줄만 알았던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간을 보낸 후 나는 성공에 관한 기존의 케케묵은 생각을 버리기 시작했다. 성가신 신화들을 파기하는 법을 배웠다. 서핑 초창기 시절 하와이 왕들이 즐겨 타던, 윌리윌리 나무로 만든, 76킬로그램에 달하는 오롤 서프보드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성가신 신화들을 무너뜨리는 법을 배웠다.
나는 완벽주의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 말에 담긴 기만에 내가 굴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는 편리하다. 어떤 사람을 만나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완벽주의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한다. 기를 쓰고 완벽하려고 한다는 말은 ‘두렵다’는 말의 포장에 불과하다. 멍청해 보이기 두려운 것이다.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두려운 것이다. 망치기 두려운 것이다.
초심자가 되어 파도 위에 서는 매 순간이 직장에서 일을 잘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리허설이기 때문이다. 못하는 일을 한다는 건 실패를 각오한다는 말인데, 일정 범위 내에서 실패한다는 뜻이다. 그 과정을 경험하고 나면 무언가 망치고 죽을 쒀도 그것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당신은 미래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은 유용하다. 필요한 곳에 집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훨씬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만약 어디를 다쳤는데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자신을 의심하라. 솔직해지라. 그것도 못하는 일 하기의 일부이며, 절대 지나쳐갈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용서하라. 설령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신감을 갖고 다시 시도해볼 기회가 생긴다.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평생을 요리사로 살아온 그가 못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방처럼 시시각각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와 맞닥뜨려야 하는 공간도 드물다. 아무리 요리를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이라도 불에 데고, 화상을 입고, 손가락을 베고, 요리하다가 피를 흘리고, 공들인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형편없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충분히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못하는 일을 힘들게 하다 보면 더 잘하게 된다. 내 서핑 실력은 여전히 뛰어나진 않지만, 나는 서핑을 할 수 있고 실제로 한다. 그리고 어제보다 잘하고 싶다. 내가 무슨 마조히스트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친구 앤서니 부르댕은 이런 말을 했다. “하다보면 그냥 조금 덜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나는 덜 못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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