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코로나 투자 전쟁 - 정채진,박석중,이광수,김한진,김일구

728x90

코로나 투자 전쟁

정채진,박석중,이광수,김한진,김일구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역사는 언제나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과정이었다. 경제적 분석은 우연한 이벤트에 합리적 의미를 부여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의 성패는 개인에겐 부와 빈곤을, 기업에는 성장과 도태를,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번영과 쇠락을 판가름한다. 100여 년 전 미국의 정치 리더십과 기업인들 그리고 경제 분석가들은 대공황이라는 일회적인 사건을 일련의 현상으로 파악하며 세상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나름의 처방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20세기 미국의 번영은 경제적으로 참혹한 시련이었던 대공황의 치유와 극복의 결과물인 것이다.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실패하는 이유는 주식 뒤에 있는 기업의 가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식 시세판에서 왔다 갔다 하는 가격만 보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는 주가만큼 크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사업이라면 주가가 과도하게 내릴 때 사서 적정 가치를 넘어설 때 팔면 되지 하루하루의 주가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무제한적 양적완화 역시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정부의 부채와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주축이 되는 경제구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경기 회복의 상단을 제한하고 순환 주기 진폭 역시 좁아진 저성장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무역분쟁은 G2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 심화와 자유무역 생태계 훼손은 선순환 경기 회복 구도의 단절을 야기하며 국가간 경제 온도 차까지 심화될 수 있다. 이미 코로나를 거치며 미국과 유럽은 의료 시스템뿐만 아니라 제조업 부재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신흥국 경제 역시 선진국 수요 위축에 갖는 절대적 의존성을 확인했고 원자재를 기반으로 한 자원부국의 재정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집값이 얼마나 하락할까 하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과거와 달라진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해서 부동산시장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은 다주택자 규모다. 최근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던 이유는 투자 수요 증가였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다주택자를 보면 2010년 9만 5,000명에서 2019년 26만 6,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 그리고 부동산 상승 기대감으로 다주택자가 크게 증가했고 가격을 상승시킨 중요한 이유가 됐다. 문제는 이런 다주택자 증가가 향후 주택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각국의 고용은 앞으로 세 단계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첫 단계는 경제활동 제약으로 위기 초기에 15~20%(추정)로 치솟은 실업률이 셧다운이 풀리면서 빠르게 안정되는 국면이다. 그다음은 6~8%의 실업률이 몇 분기 지속되면서 일자리가 서서히 늘어나는 국면이다. 금융위기 이후 생긴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단기에 사라진 만큼, 그 이상의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요부진으로 기업들이 곧바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며 항공과 소매, 일부 제조업에서 구조조정이 좀더 이어질 것이기에 그렇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돈이 돌고 일자리가 확연히 늘어나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4% 아래로 개선되는 구간이다.

재정정책이 폭락하던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고 바이러스 확산에 위축됐던 사람들의 심리를 개선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재정정책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와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재정을 쓰고, 쓰고, 또 쓰는 일이 발생하면 실물경제와 심리를 개선시키는 효과는 작아지고 돈값을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 위험은 커진다. 자국 통화가 국제결제통화가 아닌 신흥국의 경우에는 재정지출을 계속하다가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외환위기에 빠질 위험도 커진다. 적절하게 쓰면 약이지만 과하게 쓰면 독인 것들이 많은데, 재정정책도 그중 하나다.

1990년대의 10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등 미국이 글로벌 성장을 주도했던 기간에 미국 주식시장은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과연 2020년에도 유사한 성과를 보일 수 있을까? 다음 10년도 미국 기업은 가장 견조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지닌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기가 급락했음에도 향후 새로운 산업을 리드하면서 글로벌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 주식은 향후 10년에도 조정을 받을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20년 4월 16일 기준 애플 시가총액은 1.24조 달러로 한국 KOPSI 전체 시가총액인 1.02조 달러를 넘어섰다. 애플이 무너지든지, 아니면 코스피가 그 차이를 줄이려 쫓아가든지 해야 한다. 한국이 혁신 생태계에 자리 잡은 기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기에 그랬던 것처럼,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이행기에 적응해야 한다. 2000년 초반 IT 혁명기에 새로운 기술은 이미 다 나왔다. 기술을 개발한 이가, 아니 기술을 활용한 이가 돈을 버는 세상이다. 스트리밍 기술을 개발한 이보다 그 서비스를 적용한 넷플릭스가 혁신의 주인공이 됐다. 노동시간의 감소는 기계와 새로운 형태의 혁신이 대체해갈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에 필요한 인재는 부족하고, 과거의 일에 머물러 있는 일자리 감소는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시차를 두고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제로 금리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졌지만 정부의 재정집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요를 촉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인플레이션 형성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금번 코로나19의 경우 거의 모든 정부는 대규모 재정집행, 국민에 대한 현금 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므로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진전될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유리한 국면을 점하게 된다. 충분한 제조업 기반이 존재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에 경기호전의 이득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다.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의 급등은 자산보유에 따른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런 V자 반등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확실한 치료제 또는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19가 과거 사스나 메르스와 같이 어느 시점에서 소멸된다는 전제조건이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예상한다고 해도 그대로 전개되는 경우는 없다. 돌발변수는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돌발변수가 나올 때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는 지지 않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고, 이기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 것이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 잃지 않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고, 수익이 나는 것은 시장에 달려 있다.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이 책을 추천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