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그럼에도 의문은 남습니다. “그런데 과연 ‘내가’ 깨달을 수 있을까? 붓다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나는?” 하는 의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라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깨달음의 방법을 안다면 말입니다.
벌겋게 타는 숯불을 손에 쥐었다고 합시다. 이때 손에서 당장 숯불을 놓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숯불의 뜨거운 열기가 손에 전해오는 순간, 바로 바닥에 떨어뜨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괴로움에 대해서는 그것을 붙든 채 놓을 줄을 모릅니다. 우리는 대개 “괴로움이 나를 붙잡고 있다”고 여깁니다. “내가 괴로움을 붙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두 표현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까?
마음에 탄력이 붙을 때 수행이 깊어집니다. 이것은 핵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입자가속기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입자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 마침내 원자를 쪼갤 수 있는 속도에 이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도 힘을 얻으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변화합니다. 명상 수행으로 알아차림의 힘을 키우면 지금과 전혀 다른 차원의 실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판단하는 마음이 자꾸 일어날 때 내가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판단이 일어나면 곧이어 “하늘은 파랗다”는 구절을 속으로 덧붙이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많이 먹지? 하늘은 파랗다.” 혹은 “저 사람들 왜 저따위로 걷는 거야. 하늘은 파랗다.” 같은 식입니다. “하늘은 파랗다”는 중립적인 생각입니다. 즉, 마음에 반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무덤덤한 생각입니다.
우리가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는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 때문이 아닙니다. 지루함의 원인은 우리가 기울이는 주의의 ‘질’에 있습니다. 주의의 질 때문에 지루함이 일어난다는 통찰은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옵니다.
명상에서 우리는 일어나는 욕망을 즉각 행동에 옮기지 않습니다. 일어나는 욕망을 관찰하고 또 관찰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순간, 욕망이 사라집니다. 물론 조건이 다시 형성되면 욕망이 또 찾아올 것입니다만, 관찰하는 순간만큼은 ‘정말로’ 욕망이 없어집니다.
불교의 다르마는 실재의 관점에서 볼 때 ‘자아란 존재 하지 않는다’는 무아(無我)의 진실을 가르칩니다. 반면 서양 심리학은 튼튼한 에고, 즉 ‘건강한 자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쪽은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한쪽은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언뜻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언어적 표현 때문에 생기는 딜레마일 뿐입니다. 서양 심리학에서 말하는 에고와 불교에서 말하는 자아는 서로 의미가 다릅니다.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십시오. 북두칠성이 보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북두칠성은 익숙한 별자리입니다. 북두칠성은 별자리의 모양이 다른 별들과 구분되어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북두칠성이라는 것이 하늘에 ‘실제로’ 존재할까요? 북두칠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어낸 개념에 불과합니다. 밤하늘의 별이 그린 일정한 패턴을 설명하려고 ‘북두칠성’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집단적 마음에 만들어낸 것입니다.
당신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몇 분간 자유낙하를 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짜릿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내 당신은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래로 떨어질수록 당신은 극심한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당신은 계속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당신은 깨닫습니다. “맞아! 저 아래엔 떨어져 부딪힐 땅도 없었지.” 그 순간 당신은 비행기에서 처음 뛰어내렸을 때처럼 다시 신나게 스카이다이빙을 즐깁니다.
표면적으로 업의 법칙과 무아는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아는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자아가 없다면 누가 업의 결과를 경험한다는 말입니까? 한 생 또는 여러 생을 거치며 삶을 사는 이 사람은 과연 누구입니까? 죽어 다시 태어나는 이 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업의 법칙과 무아의 진실이 서로 모순처럼 보여도 면밀히 살피면 다르마, 즉 하나인 전체의 두 가지 측면임이 드러납니다.
앞으로는 모기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우선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과 생각을 알도록 하십시오. 또 특수 기동대(SWAT)를 출동시켜 모기를 찰싹 때리고(swat) 싶은 욕망을 관찰하십시오. 그리고 이런 알아차림을 통해 연민의 마음을 키우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누군가 당신에게 “이번 명상 수련회 어땠어요?”라고 묻습니다. 그저 인사치레로 던진 말에 당신이 무아에 관한 세 시간짜리 강의를 한다면 당신의 분별력은 약간 조정이 필요합니다.
부모는 나의 수행을 평가하는 훌륭한 시험대가 됩니다. 나에게 집중한 채로 수행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거기에는 부모라는 ‘최종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보면 “아차, 진짜 수행은 이제부터군.”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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