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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 - 안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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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

안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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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어디를 가나 책을 갖고 다닌다. 금방 끝나는 일을 볼 때는 한 권, 하루 이상이 걸리는 일에는 여러 권의 책을 들고 다닌다. 몇 권이 필요한지는 어떤 여행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책 욕심이 많아서 읽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책을 넣고 다녀야 직성이 풀린다.
그것이 오랜 습관이 되었다. 여행을 갈 때도 짐 부피는 줄이고 또 줄이는 성격이지만 책만은 늘 챙긴다. 비 오는 날에도 우산은 빠뜨릴지언정 가방 속에 책은 잊지 않는다. 책이 없으면 마음이 팅 빈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어오면 망설임 없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꼽는다. 이미 6번도 넘게 읽어 이제 웬만한 곳은 거의 외울 지경이다. 왜 6번씩이나 반복해서 읽었을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기 때문이며, 언제든 다시 꺼내들 때마다 새로운 애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혀서도 정신은 얼마든지 자유롭고 위대해질 수 있다! 그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은 꿈틀거린다. 그렇게 가슴을 뛰게 만드는 책, 그런 책을 선택한다.

어느 날 친구가 유발 하라리의 책을 들고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물었다.
“나도 그 책 읽었어. 인간의 역사가 발전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잘 정리한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난 아직 읽지도 못했어. 사실 몇 주째 가방에 넣고만 다녀.”
“그럼 그 책은 왜 샀는데?”
“사람들이 하도 유발 하라리, 유발 하라리 하길래 그냥 한번 사봤어.”
진정한 어른의 책읽기에는 자기만의 이유가 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는 책을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읽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였다.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수없이 접해왔기 때문에 신화에 관한 책이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었다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같은 신화를 읽으면서도 나는 왜 그런 ‘눈’을 갖지 못했을까, 수없이 무릎을 쳤다. 덕분에 잃었던 감동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세상의 어떤 것은 시적(詩的)이다.”
어느 시집에서 읽었던 구절이다. 며칠 동안 이 구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깊은 뜻이 담긴 것 같은데, 수없이 고민했으나 허사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말의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한 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은 주인공이 이상한 벌레로 ‘변신’하는 이상한 책이었다. 그 변신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얼마 전 현대인들의 소외에 관한 글을 쓰면서 머리가 번뜩였다. 그제야 비로소 『변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어느 개인의 단상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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