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728x90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내가 원하는 건 컴퓨터야! 빌어먹을 평범한 컴퓨터!”
침묵이 잠시 두 남자 위로 내려앉는다. 점원이 헛기침을 한다.
“에…… 그게 사실 그냥 평범한 컴퓨터는 아니에요. 아마 손님께서는……”
점원이 말을 멈췄다. 자기 앞에 있는 남자의 이해 범위에 들어맞는 단어를 찾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헛기침을 하고는 말한다.
“……랩톱을 쓰셔야겠죠?”
오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위협적으로 카운터에 몸을 기댔다.
“아니. 난 ‘랩톱’을 원하는 게 아냐. 컴퓨터를 원한다고.”
점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을 가르치듯 말한다.
“랩톱이 바로 컴퓨터예요.”
모욕을 당한 오베는 그를 노려보더니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너 내가 그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지?”

오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고리를 정중앙에 다는 게 관건이다, 그는 다짐을 했다.
오베가 거실에 서서 그 문제에 몰입해 있는데, 뭔가 길게 찌익 하고 긁히는 소리가 사정없이 훼방을 놓았다. 어느 굉장한 머저리가 트레일러 달린 일제 자동차를 몰다가 오베의 집 외벽을 긁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소리였다.

집 안은 무척 조용했다. 실은 동네 전체가 다 그랬다. 모두들 자고 있었다. 그제야 오베는 총소리에 고양이가 깰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베는 그 가엾은 동물에게 넋이 나갈 정도로 겁을 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고는 단호하게 라이플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가 라디오를 켰다. 자기 목숨을 거두는데 음악이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가 저세상으로 가고 나서도 라디오가 전력량을 딸깍딸깍 올릴 거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었다. 만약 고양이가 총소리에 깬다 해도 요즘 라디오에서 줄창 나오는 최신 팝송의 일부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다시 잠들겠지. 그게 오베의 사고 과정이었다.

기억에 남는 문구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다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