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퇴직하고 나니 집 안에 내가 있을 곳이 없다” 또는 “가족에게 대형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라고 토로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니 짐짝 취급을 당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과연 ‘있을 곳’이란 어떤 곳을 가리킬까요? ‘있을 곳’이란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곳’을 가리킵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있을 곳’의 ‘있다’는 말에는 그 사람이 거기 확실히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있을 곳은 특별히 어디론가 나가서 특정한 일을 해야만 일상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좋아할 만한 일을 하는 것 역시 자신의 있을 곳을 만들고 일상을 확보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설사 처음에는 의무감에서 시작한다 해도 가족이 좋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보면 그것이 보상이 되어 의욕이 점차 생겨날 것입니다. -제1부 1장 〈정년퇴직〉
자식이 어릴 때는 부모가 자식보다 강했기 때문에 자식에게 이것저것 지시할 수 있었고, 자식은 부모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늙으면 상황이 반대가 됩니다. ……약해진 부모로서는 싫은데도 싫다고 자식에게 말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부모의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자세가 늙은 부모와의 관계에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1부 4장 〈부모의 죽음〉
일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사건은 청춘 시절의 질문을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던질 절호의 기회입니다. 청춘 시절로 돌아가서 자신이 왜 살아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풋내 나는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놀아봅시다. 무척 즐겁고 원더풀한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2부 1장 〈일에서의 은퇴〉
손주는 조부모로부터 삶과 죽음을 배웁니다. 일부러 가르치거나 설교를 하지 않아도 조부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보면서 조부모의 가치관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부모가 나이에 관계없이 활기차게 생활하는 모습, 심신이 부자유한데도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손주 또한 ‘나도 나중에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 것입니다. -제2부 4장 〈손주에 대한 지원〉
치매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일 갑자기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 당장 아무 일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금세 죽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아무것도 못하게 되고 결국은 죽습니다. 누구나 죽기 위해 사는 것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환자들이 미래 비전을 잃고 마는 것은 누워 지내면서, 치매를 앓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소위 본보기가 없는 것입니다. -제3부 1장 〈나나 배우자가 몸저 눕거나 치매에 걸린다〉
배우자의 죽음은 스트레스 수치가 최고점인 100점에 해당하는 생애 사건입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가혹한 사건이므로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슬픔을 억눌러서는 안 됩니다. 슬픔을 두려워한 나머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하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응어리가 되어 오랫동안 마음을 괴롭힙니다. 그렇다고 슬픔에 너무 깊이 빠져서도 안 됩니다. 상실의 슬픔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으면 ‘병적 비탄’, ‘복잡성 비탄’이라고 불리는 상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병적 비탄을 막기 위해서는 죽음으로 유대가 단절되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유대가 지속된다고 믿는 ‘지속적 유대’가 필요합니다. -제3부 4장 〈배우자의 죽음〉
돌봄은 ‘자립’이 아닌 ‘자율’을 우선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돌봄이란,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걷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걷지 못해도 자유롭게 외출하고 싶은 사람의 의지를 존중하여 그 바람을 이루도록 곁에서 돕는 일이 아닐까요? -제4부 1장 〈걷지 못한다〉
돈은 사회적 능력의 상징이므로 돈을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면 사회적 능력을 잃습니다. 그러면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돌봐줄 수 있는 가족과 극히 친한 일부 사람과의 관계만이 가까스로 남아 있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기 효력감과 자존감이 저하되어 몸은 멀쩡한데도 집 안에 틀어박혀만 있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제4부 2장 〈재정 관리를 남에게 맡긴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은 점점 외톨이가 됩니다. 친한 사람들이 죽고 생활권도 축소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풍성한 세계를 품고 있으면 고립되거나 고독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고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고고함이란 ‘특별히 사람을 좇지 않아도 고립되지 않고, 고독을 마다하지 않지만 사람을 거절하지 않는 경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풍성한 세계가 있으므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타인과 함께 있으면 그 풍성함을 나눠줄 수 있는 삶, 그것이 바로 고고한 삶일 것입니다. -제4부 3장 〈매일 자다 깨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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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극복해야 할 2가지
[인문/교양/노후준비] 50세 전에 이겨내야 할 2가지 심리 참고: 사토 신이치, "나이든 나와 살아가는 법" ▷ 교보문고 - https://bit.ly/2DQAP0Z 책리뷰 문의: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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