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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다친 마음 수리하기 - 정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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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마음 수리하기

정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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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는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아픈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삶 어딘가에 아픈 상처가 붙어 있습니다. 삶이 다양하듯 상처도 다양합니다. 상처를 풀지 않으면 그 상처는 다시 다른 상처의 원인이 됩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상처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내가 상처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처는 ‘받는 사람의 아픔’입니다. 주는 사람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하더라도 절대 사죄하지 않습니다. 사죄하는 순간 죽음보다 큰 두려움을 견뎌내야 하는데, 그게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잘못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지요.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시되어도 되는 감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감정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반드시 생겨납니다. 상처를 받으면 그에 걸맞은 감정이 일어납니다. 화·분노·억울함·모욕감·수치심 등의 감정이 일어나지요. 화가 나는 상황인데도 즐거운 감정이 들거나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몸과 마음에서 올라오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상처를 받으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일단 멈추고 상처를 들여다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상처와 마주하는 것은 몹시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상처가 곪아 터질 때까지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외면하고 덮어버립니다. 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더 많은 상처를 입힙니다.

상처 치유는 나를 가두어놓은 마음의 철창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는 나를 단죄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세상의 이치와 규칙을 정해놓은 것이지요. 모든 일은 정해진 대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강제합니다. 나의 관점·견해·기호·관념·목표·믿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잣대입니다. 이런 잣대는 내 마음속 철창(안전지대)입니다. 잣대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상처 치유는 이 철창 속에 갇혀 있는 나를 빠져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나와 전체적인 연결이 이루어지는 것이 곧 치유입니다.

상처 치유는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각·감정·생각·이미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순간 치유가 일어나고 나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내면에서 감각·감정·생각·이미지가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무엇이 올라오는지 알아차리면 상처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습니다.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도 꼬리를 물고 올라오지만, 그것 역시 지나가는 것이니 담담하게 바라봅니다.

마음챙김 수행은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게 해줍니다. 모든 일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납니다. 지금-여기에서 주의를 빼앗기면, 삶에서 경험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 상처 치유가 이루어지는 순간 역시 놓치게 됩니다.

기꺼이 경험하기나 수용은 체념과 다릅니다. 받아들임(수용)은 번개를 맞고 살아남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번개를 맞았을 때 전류가 머리에서 발끝으로 자연스럽게 모두 흘러 나가야 살 수 있습니다. 내적 경험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상처의 전류에서 살아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면 저절로 상처에 거리를 두게 됩니다. 상처 기억에 깊이 빠져들지 않고 과거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이자 거리를 둔 관찰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회상된 상처의 생생함이나 부정적 정서가 감소합니다.

인지적 탈융합은 마음의 무대에 올라온 생각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이를 내면 경험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응용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둑 위에 앉아서 시냇물 위를 떠내려가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합니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동시에 시냇물 위를 떠내려가는 나뭇잎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지금-여기의 내면 경험을 적어서 나뭇잎 위에 올려놓습니다. 나뭇잎 위에는 생각뿐 아니라 감각, 감정, 이미지, 기억 등을 띄울 수 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의 내면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칩니다. 감정이 솟구치고, 몸의 여러 기관은 감정에 반응합니다. 억울하거나 괘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더 마음속 폭풍우의 에너지가 커집니다. 이럴 때 마음챙김 걷기로 폭풍우의 에너지를 빼줄 수 있습니다. 상처로 뒤범벅이 된 내면 경험을 정리하게 되고, 상처로 인한 폭풍우의 악순환이 끊어지면서 편안해집니다.

상처를 푼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누적된 긴장의 에너지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상처를 풀려면 긴장한 곳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몸이 하는 말을 알아차리면 상처의 쳇바퀴를 멈출 수 있습니다.

혹시 의존적이고 눈치 보고 인정받고 싶어 조바심을 내며 상처받는 사람으로 살아오지 않았나요? 나의 몸, 나의 마음과 소통하면 나 자신의 경계를 분명하게 유지하면서 당당하게 남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으면서 살아갑니다. 문제는 상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입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상처의 기억을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처의 기억에 뒤범벅되어 터널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게 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처는 참는다고 치유되지 않습니다. 상처받은 기억은 언제든 떠오릅니다. 상처의 기억은 억누르면 더 큰 에너지가 되어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상처를 감싸 안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상대에게 분노와 적개심, 증오의 독화살을 쏘려면 내 마음속에 그 독화살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화살은 쏘는 것보다 장착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독화살을 장착하면 상대보다 내가 먼저 그 독에 쓰러질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상처의 부정적 에너지에 흠뻑 젖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복수하려면 내가 먼저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합니다. 부정적 에너지를 품지 말아야 합니다. 가해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과 연민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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