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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사기꾼 증후군 - 해럴드 힐먼(Harold Hillman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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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증후군

해럴드 힐먼(Harold Hillman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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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가면 현상’, ‘가면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사기꾼증후군은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클렌스와 수잔 아임스가 처음 쓴 용어다. 이 말은 사람들이 주로 새로운 도전 혹은 큰 도전에 직면했을 때, 지금까지의 업적을 스스로 일궜다고 여기지 않고 운이 좋았다거나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등 의지와 상관없는 외부요인 덕분에 성공했다고 보는 심리 현상을 뜻한다.

사기꾼증후군은 주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으라고 요구받았을 때 잘 나타난다. 이를테면 승진처럼 과거보다 조직과 성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라고 요구받았을 때다. 더 재미있는 점은 큰 실패 없이 성공을 계속해서 쌓아온 사람의 경우다. 성공이 성공을 낳는 선순환만 경험해온 사람은 승진을 거듭할수록 ‘잘해야 한다’, ‘틀리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잠깐의 강박관념으로도 그동안 쌓아온 선순환을 한순간에 악순환으로 탈바꿈하기 쉽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생각)는 어떻게 느낄 것인가(느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느낌)는 무엇을 할 것인가(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생각과 느낌과 행동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면의 비판자가 당신더러 눈앞의 영예로운 직책을 맡을 깜냥이 안 된다고 하면 아마도 당신은 자신이 열등하고 무능력하다고 느낄 테고, 그런 느낌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소심하고 답답한 사람으로 경험할 것이다.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당신을 움직인다. 누가 살짝 곁눈질만 해도, 잠깐 귓속말만 해도, 슬쩍 비꼬기만 해도 ‘왜 나를 저렇게 보지? 저기 구석에서 둘이 뭘 속닥대고 있는 거야?’ 하면서 과민반응하게 되고 그러면 자꾸 남들에게서 잘했다는 확인을 받고 싶어진다. 누가 미간을 찡그리거나 하품을 하거나 고개만 까딱여도 무조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상관도 없고 대수롭지도 않은 정보를 근거로 자기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현실이 됐다고 확대해석하기 일쑤다.
‘내 정체를 안 거야. 자기들이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란 걸 안 거라고.’

대니얼 역시 4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오로지 CEO와 팀원들이 기대하는 인물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경계심 많고 폐쇄적인 사람, 너무 진지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 자신을 꽁꽁 감추는 사람으로 비춰지게 됐다. 대니얼 딴에는 좋은 인상을 주겠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래서 자기가 만든 수렁에 빠져들고 있었다.

“난 완벽하지 않습니다. 내가 꾸준히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나는 책임자로서, 여러분은 팀으로서 이 회사를 이끌어갑니다. 나는
여러분이 나를 도와 회사를 최대한 ‘옳은’ 길로 이끌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니 물론 실수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 아마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회사가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데에도 인색하다면 사기꾼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마음속의 걱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더 각별히 애를 쓴다. 민폐를 끼치는 사람 혹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칠까 싶어 남들에게 좀처럼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거기에 모든 직원에게 획일적인 행동 양식을 강요하는 분위기까지 겹치면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기다움을 감추고 회사에 그냥 융화되려고만 한다.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새로운 도전, 학습을 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기꾼증후군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에 기죽지 말자. 분명히 손쓸 방법이 있다.

그는 어떤 책인지 궁금해했다. 나는 『사기꾼증후군』이라는 제목과 함께 책의 주제에 대해 조금 설명해줬다. 그러고서 완벽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압박하는 탓에 자기다워지기가 더 어려워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거참,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한다니 고생이 여간 아니겠수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자기답게 사는 게 훨씬 쉬울 것 같구먼.”
그의 간결하고도 진솔한 말을 듣고 나니, 인생이란 참으로 묘한 역설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안도하려고, 굳이 안 해도 될 고생을 하는 까닭은 정말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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