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리테일의 미래 - 황지영

728x90

리테일의 미래

황지영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미국 쇼핑몰의 몰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1인당 쇼핑 면적의 초과 현상’이다. 쇼핑 면적의 초과 현상이란 쇼핑 공간을 선택할 때 소비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1970~2013년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쇼핑몰이 증가하는 속도가 2배나 빨랐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A. T. 커니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1인당 쇼핑 면적은 23.5평방피트(1평방피트는 약 0.092제곱미터)인 반면, 캐나다는 16.8평방피트, 영국은 4.6평방피트, 일본은 4.4평방피트, 독일은 2.3평방피트, 한국은 2.2평방피트다. 단적으로 미국 국민의 1인당 쇼핑 면적은 독일 국민의 1인당 쇼핑 면적보다 10배 이상 넓다.

스마트 스피커를 가진 소비자들의 구매량이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다. 2017년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가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마존의 일반 소비자들은 연평균 1000달러어치를 구매했고, 프라임 멤버들은 연평균 1300달러를 소비했다. 반면 아마존 에코를 소유한 소비자들은 이들보다 훨씬 많은 1700달러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한 통계가 전체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 스피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수치로 볼 수 있다.

경제관념이 전반적으로 뚜렷한 미국의 Z세대와 달리 중국의 Z세대 주링허우는 바링허우보다 훨씬 더 주목해야 할 신흥 부유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첫 디지털 세대로 자라난 이들은 특히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정보의 질과 양 모두를 중시한다. 브랜드, 인플루언서,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어 쇼핑에 적극 이용한다. 위챗, 바이두, T몰 등 SNS 플랫폼에서 주로 생활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의 조사 결과 중국의 Z세대 중 거의 40퍼센트가 당일 배송을 원하고, 27퍼센트는 반나절 배송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초저가 시대에 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자체 브랜드(PB)다. 어느 리테일 매장에서든 살 수 있는 내셔널 브랜드(NB)와 달리 PB는 리테일러가 직접 브랜드와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특정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이 있다. 리테일러가 상품 생산, 배송, 물류까지 관장하기 때문에 가격도 내셔널 브랜드보다 30~40퍼센트 저렴하다. 이처럼 리테일러가 PB를 중심으로 상품의 기획, 제조, 브랜딩, 유통, 물류를 통합하는 것을 ‘수직적 통합’이라고 한다. 미국 슈퍼마켓 1위 브랜드인 크로거와 한국의 이마트는 멀티티어 PB 전략을 성공적으로 전개한다.

글로벌 리테일러들은 스마트 물류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허를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우주를 창고로 활용하는 데스 스타, 물에 가라앉지 않는 수면 위의 컨테이너에 상품을 보관하다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해당 상품이 풍선에 담겨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중 창고, 드론이 벌처럼 날아서 접근하는 벌집 모양 물류창고 등의 특허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경쟁 업체인 월마트도 물에 뜨는 물류창고 특허를 신청했다. 이러한 물류 아이디어는 임대료를 대폭 낮춤으로써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특히 바다, 하늘, 우주는 공간적 제약이 적기 때문에, 창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컨테이너에 상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노력 자체를 줄일 수 있다.

보이스 쇼핑 시대에는 어떤 브랜드나 상품을 선택할지에 대한 정보 탐색과 비교 결정을 음성비서가 대신 수행한다. 과거보다 짧아진 소비 결정 과정에서 음성비서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알렉사에게 배터리를 주문한다고 해보자. 당신은 “알렉사, AA배터리를 주문해줘”라고 말할까, 아니면 “알렉사, 듀라셀 AA 퀀텀 파워 배터리를 주문해줘”라고 말할까? 특별히 원하는 모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통상 “알렉사, AA배터리를 주문해줘”라고만 할 것이다. 보이스 쇼핑에서 특정 브랜드나 구체적 모델명으로 주문 명령을 내리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결국 음성비서의 결정 알고리즘이 우리의 소비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이슈가 숨겨져 있다. 소비자가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다면, 알렉사가 추천하는 상품은 아마존스 초이스(Amazon’s Choice)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이 책을 추천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