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가진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게 보내줘야 할 때가 있다. 은밀하게 갖고 있던 이야기가 더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 그걸 멀리 보내주고 다른 비밀을 기다린다. 부지런히 기웃거리며 산책하다 보면 우연히 발견하게 될 작은 비밀. 어쩌면 모든 산책은 한 나무 앞으로 돌아오는 길이란 걸 알아차리게 할 놀라운 비밀을. _(나무 앞으로 돌아오는) 산책
봄바람을 타는 방식은 단순했다. 시골 한복판에서 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산책을 가자고 말하는 것. 그게 봄바람의 시작이었다. 여러 사람의 눈과 귀가 모여 있는 학교에서 나와 숲으로 향하든, 산자락을 걷든, 벗어나야 했다. 그래야 둘만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 가물거리긴 하지만 그때 우리들에게는 그 산책이 우주의 전부였다. 산책으로부터 아주 많은 것들이 시작되었다. _(봄바람을 타려고) 산책
요즈음의 내 주변에는 작고 적은 용기만이 머문다. 일, 사랑, 우정, 가족, 여행, 주말 심지어 매일 하는 산책에도 관성이 생겼다. 뭔가 사건을 만들려면 전과 다르게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단단히 여며야 한다. 자연스레 용기 내는 사람을 보는 마음도 전과 달라졌다. 아름답다. 용기를 내 기차에 오르는 사람에게는 이유를 묻지 않고 “멋지다”고 말하게 된다. _(용기 있게) 산책
이런 식으로 서로의 두려움을 돌보는 일이 인간의 나약함이라면 나는 그 점을 아끼고 싶다. 사랑 앞에서 오만함을 줄여나가고 연약한 외로움을 인정하는 방식이 요즈음의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아마 앞으로도 혼자 걷는 횟수는 늘어날 거고 나와 걷고 싶어 하는 사람은 줄어들 거다.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평생 그렇게 혼자서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_(짬뽕 대신) 산책
아주 평범하고 누구나 길에서 보면 스쳐 지나갈 이 남자는 내게 사소하고 선명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유산을 물려주었다. 아빠가 오늘 내게 한 것과 비슷한 행동과 말을, 나는 친구나 연인과 걸으며 자주 조잘거리곤 한다. 다음에는 아빠와 함께 산에 가야지. 거기에서 또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며 말없이 걸어봐야지. _(아빠와) 산책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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