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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 김민아,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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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김민아,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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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구년 계획을 물어볼 때마다 ‘세계여행’을 할 거라고 떠벌리며 저를 몰아간 이유가 있다면, 여기에 있다가는 도저히 일에서 놓여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닥치는 대로 일에 매달리며 공허와 쓸쓸함을 외면한 채 지냈는데, 어느새 그 일들이 저를 옴짝달싹 못하게 옭죄고 있더라고요. 그러던 차 운 좋게도 연구년을 맞이하게 된 거죠. 아니, 어쩌면 무의식중에 연구년까지만 이렇게 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여행이 영화에서 흔히 그러듯 저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떠난다는 것, 그리하여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합니다. ―윤지영

돌아보면 너에게만 하고 싶었고, 너여서 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있었던 거 같아.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보기도 했고,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대개는 메일 창을 열고 편지를 써내려갔지. 그런데 전화를 걸어 길게 수다를 떤 기억은 없네. 우리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말보단 글이 더 적합해서일까? 아무렴 어때.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져왔다는 게 중요한 거지. ―김민아

오늘로 여기에 온 지 5일째 되었고, 당분간 여기에 더 머물기로 했습니다. 숙박을 연장하겠다는 말에 숙소 주인인 이디르가 신나서 언제까지 있을 거냐고 묻는데 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세상에, 제가 기약 없는 여행을 하다니요! 원하는 게 뭔지 알아차리는 데 서툰 제가, 마음을 따르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데 더 익숙한 제가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제 생애 최고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윤지영

어쩌면 가장 크고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우리를 꼼짝 못 할 만큼 황홀하게 만드는 여행은 타인에로의 여행, 타인과 함께하는 여행 일 테지.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 머무는 사람과 일어나는 사람, 날아오르는 사람과 주저앉는 사람, 울고 있는 사람과 웃는 사람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엇갈림 속에 생의 여러 얼굴들을 마주하는 이 여행이 슬픈지, 아름다운지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선명하게 알 수 없다 해도 말이야.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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