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허튼소리 아니면 반쪽짜리 진실, 아니면 새빨간 거짓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말하는 것도 거짓말, 듣는 것도 거짓말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는 말에 어폐가 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면 이전에 언젠가는 ‘진실 시대’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이 책에서는 역사 속의 엄청난 거짓말, 터무니없는 개소리, 끈질긴 허위 정보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들만 모아서 죽 살펴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많겠지만, 다 누군가가 믿었던 이야기다.
유사 이래 진실과 거짓의 본질을 파헤친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핵심적인 원리를 거듭 발견했다. 우리가 옳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틀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에 가깝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치 않다.”
거짓은 진실보다 수적으로 우세할 뿐 아니라,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로 진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겠지만, 허위 사실이 퍼져나가고 굳어지는 이치는 크게 보아 일곱 가지가 있다.
언론이란 서로 마구 베끼는 습성이 있어, 앞서 설명한 ‘개소리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릇된 정보가 한번 어느 신문에 실리면,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신속히 반박하지 않는 한 나머지 신문에도 모두 실리는 게 보통이다.”
어쩌면 다 세월이 약일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오늘 신문은 내일 튀김 포장지일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한번 언론을 탄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옛말에도 ‘저널리즘은 역사의 초고’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세월이 흘러도 그 초고를 고쳐 쓸 생각을 아무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대원들은 차츰 래시터가 순 구라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하나둘씩 포기하고 떠났다. 결국 래시터 곁에는 폴이라는 들개 사냥꾼과 낙타 몇 마리만 남게 되었다. 탐험을 이어가던 중 래시터가 금맥을 찾았다면서도 어디인지 말을 하지 않자, 잠깐 주먹다짐을 벌이고나서 폴마저 떠나갔다. 마지막으로 낙타들까지 (래시터의 일기에 따르면) 그가 큰 일을 보던 중 도망가 버렸다.
우리는 사기꾼, 협잡꾼, 야바위꾼 같은 사람들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곤 한다. 그들이 약자와 호구를 착취하는 파렴치범으로 그려지건, 부당한 체제의 허점을 찌르는 비뚤어진 서민 영웅으로 그려지건 간에 사기꾼 이야기라면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잘못된 믿음은 미국인의 집단의식 속에 자리 잡으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은 무자비한 야만인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프랭클린 본인이 쓴 편지에서 그 농간을 시인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결국 널리 알려졌지만, 그 이야기는 심지어 오늘까지도 간혹 사실인 양 되풀이되곤 한다.
물론 게이츠와 잡스가 오늘날 전 세계의 경영대학원 수업 자료에 꼭꼭 이름이 올라가는 이유는, ‘우긴’ 다음에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직감적으로 결단을 했는데, 실제로 해낸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귀착되는지도 모른다. 즉, 우리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상 속에서 온갖 힘든 일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 이외의 다른 집단에 손가락질하며 ‘저 사람들 잘못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모든 점에서 미루어볼 때, 인류가 저지른 오류의 역사는 인류가 이룬 발견의 역사보다 더 값지고 흥미로운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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