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대공황급 경제 충격에도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 주가가 1만 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현상을 보고 일부에서는 “2000년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19발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한 미 연준의 유례없는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주식시장의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버블 여부를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다우지수와 달리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이다. 나스닥 랠리는 소위 FAANG 혹은 MAGA로 지칭되는 마이크로소트프(MS),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해 ‘긱 경제(Gig Economy)’, 즉 플랫폼 경제 활성화를 빼놓을 수 없다. 긱 경제란 특정한 프로젝트 또는 기간이 정해진 단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동력이 유연하게 공급되는 경제 환경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우버(Uber)와 같은 운송 서비스, 배달 등 단순 직무에서 법률, 회계 등 전문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노동 서비스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급되는 구조이다. 긱 경제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 및 디지털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코로나19 이전부터 주목받아왔지만 새로운 노동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긱 경제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긱 경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소비 패턴도 급격한 변화 시기를 겪고 있다. 그동안 소비는 자동차, TV 등 내구재 및 소비재 등 각종 상품(Goods)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인터넷,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소비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콘텐츠 등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했다. 여기에는 과거에 비해 여유로운 소득으로 레저 및 오락 등의 여유를 즐기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서비스 수요 증가에 기여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데이터와 늘 함께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날씨와 뉴스를 보고, 내비게이션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으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인터넷과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업무를 보고 있다. SNS에 사진 업로드, 식당 등의 각종 예약, 검색, 드라마 시청, 게임 등 우리 생활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터 없이는 살 수 없는 생활이 되었다. 아날로그 생태계에서 벗어나 디지털 생태계로 우리 생활과 소비가 옮겨간 것이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핵심 전략으로 내수부양과 기술 독립을 위한 쌍순환 정책을 채택했다. 여타 국가의 재정정책 역시 디지털 뉴딜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인프라 뉴딜 정책이 수년간 추진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은 디지털 뉴딜 생태계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이며,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약 13조 원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역시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나설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도로 및 교통 등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 이외에 5G 이동통신 인프라 및 농촌 지역의 브로드밴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 정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마샬정책이 추진되었듯, 이번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디지털 뉴딜 정책이 막중한 책임을 맡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소비 및 기업투자보다는 정부 소비와 투자에 기댄 성장 흐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한 각국의 경기부양책 내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생존을 위한 부양책이 아닌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경기부양책이 부재하다. 과거에도 감세 등 소비부양책 이외에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부양책이 추진된 사례는 거의 없음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기업들의 자생적 회복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정부는 언택트 등 디지털 경제의 패권, 특히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통상정책 등을 한층 강화할 공산이 높다. 역사적으로 성장동력이 약화될 경우 미국 정부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마련하거나 통상압박을 확대한 바 있다.
현재 진행중인 혁신 기술 사이클은 막바지 국면이 아닌 확산이라는 초기 국면이라는 차이점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경제 관련 혁신 기술 사이클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이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강한 반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현 주식시장과 경제 흐름 간의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 혹은 닷컴 버블과 유사한 버블 현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회복 속도와 달리 경기회복이 지연된다면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혁신 기술 사이클이 상당 기간 지속될 여지가 높다는 점이다.
2010년대 들어 부의 중심에서 밀려나던 미국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재차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혁신 기술 사이클을 주도하면서 다시금 부의 중심을 찾게 된다. 2019~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미국 기업은 7~8개 기업이다. 아람코를 제외한 나머지 2개 기업은 중국 IT 기업이다. 미국 기업이 글로벌 부의 중심에 강하게 포진하고 있지만, 중국이 IT 기업을 필두로 거센 도전을 하고 있다. 부는 결코 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성장과 기회가 있는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부의 이동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미래,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편승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생성되는 단 하루의 데이터가 2.5quintillion(250경) Byte에 달한다(자료마다 상이하지만 천문학적 규모임에는 틀림없다).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는 1.2년에 2배씩 폭증하고 있다. 만일 IoT(사물인터넷)가 모든 사물로 확산되고, 달리는 자동차에 V2X(자동차와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가 실시간으로 도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센싱하고 통신으로 연결되며 이를 클라우드에 업데이트하는 시대가 온다면 데이터의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센서를 통한 다양한 정보의 생성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의 활동이 디지털로 데이터화된다면 정보의 양과 속도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이 막대한 데이터를 이젠 저장해야 한다. 다행히 컴퓨터의 고집적화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저전력 마이크로서버 등의 등장으로 저장 단가가 낮아졌을 뿐 아니라 저장 자체도 쉬워졌다. 기술발달에 의해 클라우드 서버의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높아지고, 전력소비량은 낮아졌으며, 입출력 속도도 크게 증가해 정보의 저장을 클라우드 컴퓨터로 집중시킬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기계공학의 발달로 모터, 액추에이터가 한계를 넘어서고, 화학·전기 분야의 발달로 2차전지가 오랜 기간 큰 에너지를 제공하며, 디지털 기술로 제어와 효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로봇과 드론이 사람의 물리적 행위를 상당히 대체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수많은 기술이 동시에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터치만을 통한 온디맨드(On-demand)로 사람의 이동인 모빌리티(Mobility)와 물건의 이동인 물류(Logistics)가 함께 해결되는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3.0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 시속 200Km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도 이 기능들이 수행될 수 있다면 건설중장비, 농기계, 도심형 항공모빌리티, 서비스로봇 등에서 이 기술들의 응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많은 물리적 세계의 행위들이 무인화되면서 O2O 서비스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기계와 로봇의 차이는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정보를 교류하고 학습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이버(Cyber) 영역에 해당되는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될 것이고, 물질(Physical) 영역에 해당하는 기술이 로봇(Robotics)이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람의 사고를 대신하는 ‘AI’, 사물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IoT’, 사람의 근력을 대신하는 ‘Robot’이 사이버(가상) 물리시스템 개념에 모두 녹아들어 있다. 바로 이것이 독일에서 주창하는 Industry4.0, 즉 스마트팩토리다.
현실세계가 대부분인 현시점과 가상세계가 힘을 얻을 미래의 세계에서 화폐에 대한 논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본 현대통화이론(MMT)과 가상화폐도 아직까지는 연결고리가 약하지만, 통화의 발행주체가 국가 외 다양한 디지털환경으로 확산된다면 암호화의 당위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지닌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면 분명 그 형태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암호화폐의 형태를 띌 것이다. 30억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현재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주춤할지는 몰라도 미래를 위해 절대 포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중국이 인민은행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려는 것도 이런 흐름에 선도적인 입지구축, 민간화폐에 대한 선제적 조치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의도가 어떠냐에 따라 향후 온라인, 통신망, CCTV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일반 개인 정보보호법(GDPR)도 이런 위험을 사전에 시스템으로 막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신기술 덕분으로 인류가 편하고 행복하게 살 유토피아가 열릴 것으로 믿고 있었던 미래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불순하고 악의적 의도를 가진 주체들에 의해서 간섭당하고 통제되며 사이버 공격(Cyber attack)으로 인해 불행한 디스토피아로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논할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ies)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보편화와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빅데이터와 사람의 지능을 대신할 인공지능이 힘을 합친다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양한 사물에서 얻어진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화하기 위해선 스마트센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IoT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다양한 방면에서 디지털센서는 더욱 널리 사용되어질 것이다. 지능형 센서는 온도, 습도, 압력, 가속도 등 물리량을 측정하는 일반 센서기술에 나노기술 또는 MEMS(마이크로 전장시스템)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 처리, 자동보정, 의사결정 등의 신호처리가 가능하며 근거리 무선통신(NFC), 무선 주파수(RF), 블루투스 등 통신기능까지 내장했다. 통신을 통해 AI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상황인식, 분석, 추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사이버(가상) 물리 시스템에서 살펴본 프로세스에 따르면 AI반도체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IoT)은 말 그대로 모든 사물에 지능을 심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사물에 심길 지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뉴럴프로세싱유닛(NPU) 반도체다. 그중 사람의 뇌를 모방해 만든 Neuromorphic Chip은 차세대 반도체로 딥러닝 등 AI기능을 기존 반도체 대비 1/1억의 저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다. 기존 반도체에 비해 이미지, 소리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자율주행차의 실시간 연산을 위해선 지금 반도체보다 연산속도가 월등히 뛰어나야 한다. 전력소모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 AI에는 새로운 반도체가 요구된다.
자동차산업은 이제 범위를 넓혀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전통적인 자동차업체의 밸류체인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디지털로의 전환, 친환경으로의 전환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는 핵심산업이다. 시속 200Km 이상의 상황에서 자율주행의 알고리즘이 오차 없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초고속통신, 이중삼중 안전장치의 인공지능, 해킹과 사이버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는 보안 솔루션, 정교한 고화질지도(HD Map)와의 연동, 빠짐없이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 위성과의 통신 등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들을 대거 수용해야 한다. 전기차로의 변화 역시 기존 주유소를 충전소로 전환하고, 수소연료를 공급하는 충전소로도 전환해야 한다. 24시간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는 승객과 화물을 겸해서 운송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TaaS3.0이다. 고객들은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에 접속만 하면 언제 어디든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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