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정여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방황, 여행, 타인, 직업, 배움, 행복, 탐닉, 재능, 멘토, 죽음 등 20대가 가슴속에 품어야 할 20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청춘이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그 속에서 우리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인생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20대를 반추해보며 풀어놓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위로와 공감을 넘어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책속에서
벗이 한밤중에 이상한 길로 빠지기 일보 직전에, 벗 앞에 ‘짠!’하고 나타나 헤드라이트를 밝혀주는 센스. 벗을 더 오래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서로를 향한 ‘미적 거리’를 둘 줄 아는 여유와 예의. 진정한 벗이 되기 위한 마음의 레시피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우정은 명사가 아니라, 영원히 움직이는 동사 : 23쪽]
나는 20대에 놓쳐버린 ‘기회들’보다 20대에 놓쳐버린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회는 노력해서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감성은 노력만으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지식은 추구하여 얻을 수 있지만, 감성은 노력보다 그때 그 순간의 우연에 기댈 때가 많다. (…) 첫사랑의 설렘을 억지로 조작해낼 수 없듯이, 나이가 들수록 순수한 설렘을 느끼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해도 대부분 웬만하면 설레게 되어 있는 20대야말로 ‘설렘’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멋진 시기가 아닐까.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갑자기 찾아오는 두근거림. 이런 건 정말 20대다운 감성, 20대가 제대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잃어버린 공간, 혹은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공간을 찾아서 : 35-36쪽]
불현듯 삶의 운전대를 확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삶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공인 걸 잠시 쉬고 싶을 때. 삶의 구심력이 너무 강해서, 그 삶의 폭풍에 내가 자칫하면 빨려들어갈 것만 같을 때. 정말 잠시만, 잠시만 내 삶의 운전대를 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잠시’라는 것이 잠깐 영화를 본다든지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을 때가 있다. DVD플레이어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듯이, 잠시 내 삶을 멈춘 채로 다른 시간대를 살고 싶은 마음. 여행은 바로 그럴 때 떠나야 제맛이다.
[여행 한 스푼, 미소 1리터가 필요한 시간 : 44-45쪽]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처, 그것은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마음보다 훨씬 아름답다. 세계 명작 100권을 읽는 것보다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도,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일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니 물러서지 말자. 두려워하지도 말자. 당신이 방문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 그곳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이니까.
[그가 내 아픔의 기원임을 기쁘게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 71쪽]
행복은 설명하거나 계산될 수 있는 것들보다는 오히려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계산 자체가 되지 않는 것들 속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비교’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수천 배로 부풀 것이다. 우리가 ‘계산’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세상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가 ‘변명’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불행은 결코 우리를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 (…) 우리는 정말 불행해서가 아니라, 남이 나보다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고 질투하는 마음 때문에 눈앞의 행복조차 놓쳐버리곤 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세 가지 요소 : 119-121쪽]
우리에게는 ‘간판을 위한 전공’이 아니라 ‘마음의 전공’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전공을 넘어서, 평생 함께할 영혼의 동반자로서 ‘마음의 전공’이 필요하다. ‘나는 쇼팽의 에뛰드를 좋아합니다’, ‘나는 파울 클레의 그림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마음의 화살표’일 뿐이지 ‘마음의 거처’는 아니다. 왜 쇼팽을 좋아하는지, 왜 파울 클레를 좋아하는지, 밤새도록 오직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열정과 지혜가 생겼을 때 비로소 우리 마음속에서 ‘제2의 전공’이 태어난다.
[‘나는 경제학 전공입니다’라는 말은 당신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 : 141-142쪽]
20대의 끝자락, 스물아홉 살이 되자 비로소 내 비참한 상황이 객관화되었다. 최소한의 자립을 위한 돈은 어느 정도 모였지만,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다. 이게 뭐지? 내가 원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는데 왜 기쁘지가 않지?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마음속에서 어떤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이라도 너 자신을 잊고, 여행을 떠나라고. 어떤 목적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그저 여행 자체를 위한 여행을 떠나라고. 무작정 배낭여행 한 번 못 떠나보고 스러져가는 청춘이 행복할 리가 있겠냐고
[20대, 마음의 재테크가 필요한 시간 : 160쪽]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언제 방황했나’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학생활 내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솔직히 대답하면, 나의 20대 내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방황은 선택이 아니라 물처럼 공기처럼 매순간 내 존재를 지탱하는 그 무엇이었다. 방황은 내 존재를 속속들이 해체하여 전혀 다른 제3의 존재로 재조립한 후, 다시 세상 속으로 내보내는 소중한 원동력이었다.
[그 무엇도 아닌,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 : 197쪽]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더 나은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잃어버리곤 한다. 꿈을 잃어버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인 계획, 좀 더 실현가능한 미래를 구상하며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수많은 가능성들을 하나 둘 내려놓는다. 우리의 눈빛에서 저 ‘젊은이다운 설렘’의 빛이 사라져가는 이유는,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소통’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나와의 소통, 외로운 자신의 영혼에 마이크를 대주는 것 : 218쪽]
힘들 때마다 나는 타인에게서 편안함만을 찾으려 했다. 타인에게 서 느끼는 어색함과 서운함과 오해가 싫어, 편한 사람, 순한 사람, 이해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배타적 우정은 더욱 무너지기 쉽다. 언제나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사랑은 기대를 동반하고, 기대는 언제라도 실망으로 추락할 준비가 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작은 실망은 커다란 원망으로, 커다란 원망은 돌이킬 수 없는 증오로 변색되어버리기 쉽다.
[‘나’만 생각하다가 저지른, 어리석은 선택들 : 229-230쪽]
우리는 못내 부끄럽지만 때로는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어른이지만, 가끔은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아이처럼 책임 따위는 벗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고. 그럴 때 가족은 서로의 유치찬란함을 살짝 눈감아주며, 서로의 어리광을 못 이기는 척 받아줘야 한다. 이런 ‘어른들의 때늦은 애교’가 여전히 먹히는 장소는, 아직까지 저마다의 ‘우리 집’, 그곳뿐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뒷모습의 주인공, 아버지 : 294쪽]
모든 것을 눈에 보이는 가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가치로 계산하는 삶의 피로에 지칠 때마다, 나는 예술이라는 이름의 피난처로 도망친다. 갑갑한 삶으로부터 도망친 곳이지만 그 피난처에서 나는 삶으로 다시 귀환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빠져나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성의 촉수를 단련하는 일 : 334쪽]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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