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주식시장을 휘어잡는 투자 트렌드 14 - 장태민

728x90

주식시장을 휘어잡는 투자 트렌드 14

장태민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미국 중앙은행은 연준 정책금리(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수준과 유동성 규모, 즉 달러의 양과 가격을 결정하는 곳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물이 흘러나온다. 오른쪽으로 세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진다. 하지만 꼭지를 왼쪽으로 돌리면 물줄기가 약해지고, 꼭지를 잠그면 물이 더 흐르지 않게 된다. 경기가 너무 좋을 때는 양수기를 활용해 물을 빨아들인다. 세계 금융시장의 수도꼭지를 관리하는 자들, 그들이 바로 연준이다. 여기서 물은 유동성, 즉 돈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기면 한국은행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이곧대로 들으면 오해하기 좋다. 예컨대 한은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곤 한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한국이 그대로 추종하지 않습니다. 한국경제의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펼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변경에 1:1로 대응해서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많은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미국의 통화정책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신호를 국내 통화정책 변화의 신호로 읽는다. 수출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아서다. 예컨대 미국의 경기가 좋아져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데 한은이 가만히 있으면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돈의 일부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2008년 위기로 단기자금이 빠져나가자 신흥국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미국이 양적완화에 나서자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어 자산가격이 크게 뛰고 신흥국 통화가 강해졌다. 신흥국의 통화정책도 이미 선진국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며,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안타깝지만 세계는 이런 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정책의 세계에서도 힘의 논리는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약소국들은 열강들의 각축전이나 이기주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결국 신흥국은 통화정책, 통화전쟁에서 상당 부분 자율권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선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튼튼히 하는 일, 그리고 이른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특수 요인’이 없었으면, 세계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고 순항할 수 있었을까? 금융시장에선 이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금융시장이란 곳은 항상 ‘말’이 많은 곳이다. 언제나 반대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튼 2018년부터 미국에서 엿보였던 심상치 않은 금리역전 이후 세계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앞당겨진’ 경기침체를 경험해야 했다. 주식투자자라면 항상 금리차(스프레드)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식투자자가 주식시장만 쳐다봐서는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폭풍우(시장붕괴)를 대비하고, 금융시장에 태풍이 불 때는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금리역전이라는 위험신호를 보고 주식 포지션을 정비한 뒤 시장이 실제 폭풍에 휩싸이며 폭락한 뒤 고개를 들 때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면 당신의 재산은 안전할 것이다.

주식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환율의 ‘수준’이 아니라 ‘방향’이다. 사실 수출이 잘 되면 원화는 강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또한 한국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돼 낮아진 원/달러환율(원화강세)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주식투자를 할 때는 환율의 흐름과 분위기를 체크하는 버릇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2020년 11월 주가급등기엔 미국달러화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강했던 데다 국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 등 달러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팽배했다. 원/달러환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와 맞물려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0년엔 성장률 마이너스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 상황에서 M2가 전년동월대비 10%나 뛰는 모습을 보여 ‘과잉 유동성’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경기가 어려워 돈을 풀어놓는 정책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돈들이 부동산시장으로 가서 ‘불로소득 주도성장’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한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어려운 경기에 숨통을 틔우기도 하지만,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부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코로나19에 따른 큰 경제위기를 맞았지만, 넘치는 유동성과 정부 정책실패가 맞물려 한국의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되었다. 아파트보다 돈이 많을 때, 주식보다 돈이 많을 때 아파트값과 주가는 뜬다. 경기가 어려우면 주가와 집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동성의 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자산시장에 접근할 때는 항상 돈이 얼마나 많은지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주식시장이라는 곳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주식 사이클을 잘못 만나면 개털이 되는 곳이 이 바닥이다. 국내 주식펀드시장이 건전한 투자처가 되지 못한 데엔 ‘바뀐 시대’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펀드매니저보다 수익률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조금만 노력하면 빌린 돈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하는 목표수익률보다 더 나은 수익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 이와 함께 미국시장 등 해외시장이 국내 주식시장의 대체재 역할을 한 것도 국내 펀드시장의 인기를 떨어뜨린 원인이 됐다.

ETF는 펀드의 한 종류지만 펀드를 ‘주식처럼’ 만들어서 편하게 1주씩 거래할 수 있게 만든 투자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펀드투자 시 우리는 목돈이나 매달 일정액의 투자금과 수수료를 내고 펀드매니저가 잘 운용해주기를 바랐다. 이후 주식시장이 마감되면 펀드의 가격(기준가)을 확인하면서 내가 투자한 펀드의 성과를 체크하곤 했다. 하지만 ETF는 시장 가격대로 사고 팔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펀드와 달리 환매수수료도 없이 자유롭게 팔 수도 있다. 주식처럼 거래되다 보니 주변엔 ETF가 펀드의 한 종류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예컨대 펀드에 ‘가입’해서 ‘기준가격’을 확인하고 ‘환매’하는 대신 ETF를 ‘사고’, ‘현재가’를 확인하고 ‘파는’ 것이다. 즉 ETF는 주식화된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주가의 급반등을 정당화하는 목소리엔 우선 풍부한 유동성이 꼽혔다. 갈 곳 없는 돈들이 주식시장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신기술, 신사업과 관련된 기술주들의 상승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많았다. 향후 전기차, 2차전지, 바이오 등이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종목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도 쏟아졌다. 사실 경기가 좋아졌을 때는 가격이 싼 가치주들도 같이 묻어갈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웬만한 기업들의 장사도 잘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성장’이 어느 때보다 귀해진 만큼 주식시장을 이끈 주체는 성장주들이었다.

공모주 시장이 마치 투기판처럼 흘러가면서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가 기승을 부렸다. 주변 사람들이 공모주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면 좀이 쑤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빅히트 사례에서 보듯이 상장된 뒤에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물론 빅히트의 경우에도 상한가가 풀릴 때 바로 매도했으면, 큰 이익을 챙기고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들 중엔 상장 직후 ‘적당히 먹고’ 나오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쏠림이 그만큼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2020년 큰 관심을 끌었던 빅히트와 SK바이오팜의 기관투자자 경쟁률은 각각 1117.25 대 1, 835.66 대 1이었다.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끄는 큰 기업의 경우 기관투자자 수백조원의 자금이 모여든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특히 확인하면 좋은 게 ‘의무보유확약 신청내역’이다. 말 그대로 기관투자자가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주식을 배정받으면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는 락업(lock up)을 거는 것이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개인투자자들은 마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기관들이 예컨대 6개월, 3개월, 1개월, 15일 동안 배정받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 후 매물 부담에 덜 시달릴 수 있으며, 개인투자자도 언제 차익을 실현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타깃은 코로나 이전부터 아마존 등 대형 이커머스와 경쟁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했다. 덕분에 온라인 기반이 갖춰져 않지 않은 JC페니와 전혀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 기업들의 생태계는 이제 IT기술을 결합해 시대변화에 적응한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 특정 잘 나가는 소수의 기업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철저한’ 기업들의 ‘주주’가 돼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백화점 업체 롯데쇼핑은 2011년 중 5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2020년 3월 주식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싸였을 때 5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세상은 마치 기술을 접목하거나 사업 다변화를 꾀하는 데 더딘 기업들을 응징하려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사람이나 기업 모두 바뀌는 세상에 적응을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과거의 ‘영화’에 젖어서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낙오되고 마는 게 세상의 법칙이다. 그래서 필자는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얼리 어댑터’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 제품이 무엇인지 관심은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런 게 몸에 배인 사람일수록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변화를 읽어내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투자,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선 어떤 기술들을 살펴봐야 할까?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자, 미래기술에서도 쌀의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를 했다. 반도체 외에도 중요한 기술들이 많다.

주식투자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함께 정부의 재정정책 모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어떤 분야를 ‘밀어주는’지를 봐야 한다. 아무래도 맨땅에 헤딩하는 산업보다는 정부까지 나서서 도와주는 분야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산업 생태계의 변화로 2020년부터 전 세계는 ‘큰 정부’ 실험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한국판 뉴딜’로 한국만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꽤 나왔던 것이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해 한국이 디지털 선도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반대쪽에선 ‘돈만 허투루 쓰고’ 재정(나라 살림살이)만 망가뜨리게 될 것이란 비관적인 시각도 보였다.

금융시장을 오랜 기간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뻥카’를 쉽게 날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투자의 세계’에서 전문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낫다. 돈을 벌 자신이 있으면, 굳이 남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2020년 주식투자붐이 일면서 주식시장의 리딩방도 큰 인기를 끌었다. 누군가에게 ‘주가지수 오른다, 이 종목은 반드시 오른다’고 하는 말은 믿어선 안 된다. 그처럼 남발된 백지수표는 부도수표가 되더라도 아무도 보상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선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면서 실력자 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이 책을 추천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