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쟁이 서준식의 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
서준식
주식 투자에 채권과 금리의 기본 원리를 적용한 ‘채권형 주식 투자법’을 알려주는 책. 일부 가치투자 고수들이 활용해온 비법을 초급 투자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나의 공식으로 풀어낸 게 특징이다. 폭락장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며 ‘워런 버핏 복리수익률 15%’의 마법을 실현하는 신개념 주식 투자 방법론이다.
저자가 고안한 채권형 주식 투자 공식은 주식을 10년 만기 채권으로 가정하고 그 가치를 구해 매수·매도하는 것. 복리수익률로 주식의 미래 가치를 예상하고 이를 다시 복리로 할인해 현재 가치를 산정하는 원리다. 이는 ‘채권쟁이’를 자처해온 저자를 현재 35조 원을 굴리는 ‘금융 업계 스타’로 변신케 한 투자법이자 워런 버핏의 핵심 투자법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책은 채권형 주식을 고르는 방법을 비롯해, 해당 종목의 기대수익률과 매수 가능 주가를 계산하는 방법을 저자가 실제 경험한 사례를 들어 자세하게 알려준다. 쉽게 설명된 채권 금리와 가격의 관계, 잔존 만기의 의미와 활용법을 이해하는 순간, 독자는 사칙연산만으로 ‘채권형 주식 투자’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이 책은 10여 년 전 출간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왜 채권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의 전면 개정판이다. 저자는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공부하려는 독자, 모멘텀 투자 실패를 반복하는 독자, 가치투자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막연해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다시 썼다”고 밝혔다.
책속에서
매매 타이밍 면에서 모멘텀 투자는 추세 추종(trend follow)이, 가치투자는 추세 반전(trend reverse)이 기본 전략이며 이 두 전략은 서로 충돌한다. 제시 리버모어와 같은 모멘텀 투자자는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 하락하면 투자를 접는 손절매를 검토할 것이며, 워런 버핏을 비롯한 가치투자자는 매입하기 시작한 종목의 가격이 더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검토할 것이다. 모멘텀 투자자는 주로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려 투자를 실행하고, 가치투자자는 시장이 주식을 외면할 때 오히려 주식을 사기 시작한다. 초보자는 흔히 모멘텀 투자와 가치투자를 적당히 병행하려고 시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투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에게 적합한 재테크 철학을 결정했다면 투자 대상의 발굴에서 매입, 보유, 매각에 이르기까지 그 철학에 맞는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라는 주식 격언이 있다.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섣불리 매입을 시작하지 말라는 뜻이며 많은 투자자가 이 격언을 믿고 실천한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투자자는 이와 반대로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으로 탐색한 종목의 매입을 시작한다. 왜 그러는 것일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치투자는 (중략) 투자 대상의 매입 가능 가격을 계산하는 룰을 만들어놓고 투자하는 원칙 투자다. 이 때문에 투자 대상의 가격이 계속 하락해 매수 가능 가격에 도달하면 그 칼날을 받으며, 일단 일정량을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이를 실천한다. (중략) 가치투자 성공의 여부는 실천에 달려 있기에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앞에서 예를 든 투자 대상을 1만 원에 사지 못한 사람은 9,000원이 되어도 사지 못하고 8,000원으로 더 떨어져도 사지 못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투자 원칙을 어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라’는 말은 곧 ‘자기가 정한 원칙을 그때그때 상황과 직관에 따라 자꾸 바꾸지 말라’는 말과 같다.
위험한 투자 자산일수록 기대수익률이 높아야 한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주장에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그 교과서가 정의하는 위험의 개념에는 크게 반대한다. 그 교과서가 이야기하는 가격 변동성은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위험의 30%도 대변하지 못한다.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자산은 내게 큰 위험을 느끼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나는 가치의 변동성이 큰 자산에 위험을 느낀다. 가치 대비 비싸게 거래되는 자산에 큰 위험을 느끼고 있다. 나는 주식의 위험은 실제 위험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으며 반대로 예금이 가지고 있는 위험은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주식시장 참여자가 EPS(주당 순이익)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EBIT, EBITDA 등 다른 이익 지표에도 큰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EPS 등의 이익 지표가 얼마이고 얼마나 늘었는지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항상 ROE(자기 자본 수익률)에 집중한다. 바로 이 ROE 안에 복리수익률의 개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 가치를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더 상세하게 회사의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특히 과거의 ROE 추이를 자세히 살펴보면(물론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미래의 ROE 추이를 어느 정도 추정해낼 수 있다. 이렇게 추정되는 미래의 ROE는 곧 그 회사의 미래 가치 증가 속도가 된다. 과거의 ROE에서 마이너스 수치나 들쭉날쭉한 모습이 보인다면 미래의 ROE 수치를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미래의 ROE를 예측할 수 없는 주식은 채권형 주식이 되지 못한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힌 일이 없기에, 지금부터 다룰 방식이 버핏의 산정 방식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방식은 그가 지금까지 밝힌 주요 원칙과 조건을 지키고 있으며, 오랜 기간 여러 종목을 통해 검증해온 것이기에 나름대로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투자자의 상황에 맞게 목표 기대수익률 등을 수정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의 기본 가정은 채권형 주식을 ‘10년 만기 채권’으로 본다는 것이다. 10년 뒤 예상되는 채권형 주식의 순자산 가치는 10년 뒤 확정된 복리 채권 원리금이 되는 셈이다. 복리 채권이 현재의 가격과 미래의 원리금을 비교한 승수로 채권의 수익률을 계산하듯이, 채권형 주식은 현재의 가격과 10년 뒤 예상되는 순자산 가치를 비교한 승수로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계산해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주식의 비중을 25% 내외, 채권의 비중을 75% 내외로 분산 투자할 때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 경우 채권만 100% 보유하는 것보다 위험이 낮으면서도 수익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게에서 우산을 25%, 소금을 75% 가져다 놓고 장사하면 소금만 100% 파는 것보다 더 안전하면서도 이윤이 더 높아지는 이치와 같다.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더 올리고 싶을 때는 주식의 비중을 50% 내외까지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해마다 날씨에 따른 수익률 편차는 심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률 평균이 높아진다.
2018년 10월, 고점 대비 20%의 주가가 하락한 조정 장세가 오자 투자자의 전망이 점점 더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사람의 전망은 이성이 아니라 돈을 잃도록 만들어진 마음에서 나온다는 나의 주장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 나에게 분명한 사실은, 아직도 여전히 채권 금리 수준에 비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치투자자인 나는 단기간에 주가나 금리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전망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 대상인 자산의 가격이 현재 비싼지, 싼지, 적정한지를 나의 가치 측정 방법을 통해 판단할 뿐이다. 이 책은 투자 대상 자산의 가치를 어떠한 원칙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투자로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투자 대상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만 있다면 투자에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적중률 낮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주위의 이야기에 솔깃해 갈팡질팡 투자하다가 결국 후회하고 마는, 그 반복되는 시행착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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