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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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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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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린 시절이 중요한 것은 사람의 심리적 발달과정이 단계마다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전 단계에서 이룩된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서 진행되는 연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기 때 기어 다니지 못하더라도 그 단계를 생략하고 나서 다음 단계에서 갑자기 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선은 기어 다닐 수 있어야만 그다음 단계에서 걸을 수 있고 걸을 수 있어야만 그다음 단계에서 뛸 수 있다. 따라서 기는 것에 실패한 사람은 단지 기지만 못하는 게 아니라 걷지도 뛰지도 못한다. 발달과정이 이렇게 연속적이기 때문에 발달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발달을 탑을 쌓아가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탑을 쌓을 때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지반이 가라앉아서 아예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또한 탑의 가장 아랫부분에 얼마나 크고 튼튼한 돌이 놓이느냐에 따라 장차 어떤 탑이 만들어질 것인지가 결정된다. 만일 맨 아랫부분에 크고 튼튼한 돌을 놓게 되면 그다음 단계에서도 꽤 큰 돌을 놓을 수 있으므로 훗날에 멋진 탑이 만들어질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나이가 더 어렸을 때일수록 치명적이고 치료하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상처, 즉 사람들이 쉽게 자각하지 못하는 상처이므로 치료를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상처가 없는 어른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린 시절의 상처가 무엇이고 그것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본인이 원하는 데 따라 치유하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는가. 물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성공적으로 치유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진작 완수했어야 한다. 하지만 늦게라도 완수한다면 인격적으로 한층 성숙될 수 있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좌절되었던 주요한 동기는 죽을 때까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의식적인 인생목표의 실현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나는 이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에 심각하게 좌절된 동기가 있을 때는 그것이 그 사람의 ‘기본동기’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어린 시절에 심각한 동기 좌절이 있었다는 것을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니 어쩌면 바로 그것 때문에 더더욱 그것이 기본동기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동기 좌절이 상처의 근본원인인 만큼 자기의 상처를 알려면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각 발달단계에서 심각하게 좌절되었던 동기부터 찾아내야 한다. 심리치료자 대부분이 내담자의 어린 시절을 중요시하면서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것을 탐색하려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동기 좌절은 주로 부모의 잘못된 양육이나 건강하지 않은 가족관계에서 비롯되므로 좌절된 동기를 찾아내려면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관계 혹은 가족과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사건도 동기를 좌절시킬 수 있으므로 그런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감정의 적체 혹은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굳이 심리학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화가 나는데 그것을 꾹 참아야 한다면,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데 눈물을 흘릴 수 없다면, 너무 나 기쁜데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화를 자꾸 참으면 화병에 걸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감정을 표현 혹은 표출하지 않는 한 그 감정은 절대로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잃었을 때에는 충분히 울고 통곡을 해야만 상실감과 슬픔을 없앨 수 있다. 아무런 감정표현을 하지 않으면 상실의 아픔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정당한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이 결국에는 복수를 하거나 용서를 해야만 비로소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쁠 때는 웃거나 소리를 질러야 하고 슬플 때는 울거나 곡을 해야 하는 법이다. 이렇게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방식으로 감정표현을 해야만 감정이 적체되지 않고 해소될 수 있고 그 결과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

온전한 이별은 애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애도가 충분하지 않으 면 이별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어린 시절의 좌절된 동기를 어른 이 되어서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기본원인은 그것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애도할 기회를 갖지 못한 데 있다. 즉 어린 시절에 좌절된 동기가 무엇인지조차 몰랐고 그 결과 그것을 애도할 기회를 갖지 못해 그 동기와 이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좌절된 동기를 찾아냈다면 그 동기가 좌절된 데 대해 그리고 그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애도해야 한다.
상처 입은 어른은 어른이지 아이가 아니다. 이제 다시는 아이로 돌아갈 수 없으며 새로운 부모를 가질 수도 없다. 그러니 상처 입은 어른은 자기의 어린 시절과 부모의 상실을 애도해야 한다. 이 애도야말로 바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감정 해소의 종착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문구

현재보다 질 높은 삶과 행복한 인생을 위해,
더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
자기분석을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와
성인기의 상처를 말끔히 치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