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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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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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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내가 이런 동작을 몇 번이나 했을까? 당신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면서 이 차의 라디오를 켜는 것 말이야.”
“모르겠는걸.”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이십오 년 동안 이 선생에게서 저 선생에게로 옮겨 다니며 줄곧 칭찬이나 꾸중을 받은 것 말고, 내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가 이렇게 강하게 이런 문제를 스스로에게 제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요즈음 그녀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
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내겐 저 여자가 필요해. 그녀가 필요하다고……. 그녀를 갖지 못하면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될 거야.’

시몽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은 완벽한 어떤 것, 적어도 어떤 것의 완벽한 절반이었다. 이런 일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야 완벽하다는 것을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오래전부터 줄곧 앞장서는 입장, 대개 혼자 애쓰는 입장이 되어 있었고, 이제 그 일에 지쳐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 언젠가 당신이 나를 쫓아내리라는 것을 내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뿐이야. 그런데도 몸을 웅크린 채, 때로는 희망을 품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뿐이라고……. 그게 가장 견디기 어려워. 때로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게 말이야. 특히 밤에는 더 그래.”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 속에 있는 그가 부러웠다.

기억에 남는 문구

당신 꿈을 꿨어.
이제는 당신 꿈만 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