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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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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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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가을날에는 우아한 상쾌함만이 있다. 차분해진 날씨만큼 우리는 어떤 생각도 가공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볼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은 빨리 사라진다.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홀연함으로. 되바라지게 더운 여름과 되바라지게 추운 겨울, 한 해의 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봄은 자기 몫의 여운을 꽤 챙겨가는 데 반해 가을은 그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스르륵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주어진 찰나의 가을을 붙잡아야 한다. / 가을만의 자태

내가 기대하는 날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이다. 두 번 우린 차 같은. 연해서 탈이 날 리 없는 고요한 편안함이 있는 그런 날. 때마침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을 참 조용히 보내는 너. 오히려 생일 아닌 날들에 더 왁자지껄 행복한 너를 생각하며.” 밖을 나서니 특별한 날이 아닌 보통의 날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얀색 도화지처럼 평범해서 눈부신 날들. 이유 없이도 축하해야 할 날들이. / 생일 아닌 날

여행은 창문을 만드는 일이다. 내 안에 갇혀 있을 때도 밖을 볼 수 있게, 걸음 없이도 걸을 수 있게 한다. 눈을 감았을 때도 보이는 경치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많이 걸을수록 그 창문은 커지며, 견고해지고 그 안의 풍경은 내 신체의 일부처럼 애틋해진다. 힘겨운 날에도, 벅찬 날에도 눈만 감으면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요즘 나는 눈을 감고 하루의 기분이 될 장면들을 자주 빌려온다. / 기분을 꿔주는 은행

나는 가끔 내가 태어나지 않은 곳에 대한 희한한 향수를 느낀다. 그처럼, 세상의 손님이 되어 떠돌던 시절의 영향이다. 그리움이 심해지면 그의 책을 펼쳐 위안을 얻는다. 그러다 더 이상 특별한 삶, 특별한 나를 갈구하지 않는다. 그 시절은 그 자리에 두고, 평범한 오늘을 산다. 평범을 권태로 착각하지 않으며. / 손님

혹은 내가 올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확인해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은 마음의 알맹이를 남발했다. 사랑은 아무리 말해도 그 색이 연해지거나 닳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모든 사랑의 말은 포장지에서 방금 꺼낸 것 같았다. 평생 써도 좋을 우리의 유행어였다. / 유행어

기억에 남는 문구

사람은 자신이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지고
그 생각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내면이 확고한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 사람을 안 예뻐 보일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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