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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창조하는 뇌 -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앤서니 브란트(Anthony Bra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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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뇌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앤서니 브란트(Anthony Brandt)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그리고 예술과 과학을 접목해 인간 정신을 연구해온 작곡가 앤서니 브란트가 뇌와 창의성의 비밀을 밝혀가는 지적이고 흥미진진한 여정을 담고 있다. 두 저자는 공통의 연구 주제인 ‘뇌의 작동 원리’를 중심으로 로봇, 컴퓨터, 건축, 인공지능부터 문학, 음악, 미술에 이르기까지 500만 년 인류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위대한 인물들과 혁신적 사례를 분석해 창의성의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과 과학, 최신 기술 혁신 사례들을 들여다봄으로써 각 분야를 초월하는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사람들은 ‘창의성’이나 ‘혁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이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끝없는 창조와 혁신이 사실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 혹은 주변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원재료로 삼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창조적 예술품과 혁신적 발명품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창조하는 뇌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의 세 가지 전략으로 정리했다. 이 책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숨 가쁘게 이어지는 흥미로운 지적 여행에 초대하는 한편, 혁신을 갈구하는 창업가나 기업인들에게는 창의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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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인간은 수많은 동물 종(種) 중 하나인데 왜 암소는 인간처럼 춤을 안무하지 못할까? 왜 다람쥐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승강기를 만들지 못할까? 왜 악어는 쾌속정을 발명하지 못할까? 인간은 뇌 속에서 움직이는 알고리즘 속 진화적 변화 덕분에 세상을 흡수해 ‘만일 ?라면 어떨까’ 하는 가정 버전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그 창의적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에게 그런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우리는 무얼 만드는지, 그 소프트웨어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등을 다룬다. 특히 자신의 기대를 깨뜨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어떻게 인류의 ‘일탈하는 창의성’으로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가령 복잡하고 풍부한 예술과 과학, 기술 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각 분야를 초월하는 혁신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은 끝없이 창조한다. 원재료가 언어적이든 청각적이든 아니면 시각적이든 일종의 만능 조리 기구를 세상에 집어넣으면 거기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온다. 수많은 호모 사피엔스의 노력으로 능력이 배가된 우리의 타고난 인지능력은 점점 빠른 속도로 혁신하는 사회, 가장 최신 아이디어를 먹고사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농업 혁명에서 산업 혁명까지는 무려 1만 1,000년이 걸렸지만 산업 혁명에서 전구 발명까지는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인간이 달에 착륙하기까지는 고작 90년이 걸렸다. 거기에서 월드와이드웹까지는 22년이 걸렸고 다시 9년 후에는 인간 게놈을 완전히 해독했다. 역사적인 혁신이 보여주는 그림은 분명하다. 중요한 혁신과 혁신 사이의 기간이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흡수해 그것을 더 좋게 만드는 인간의 두뇌에 우리가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인류는 늘 ‘좋은 것’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 거듭난다. 다이얼식 전화기는 버튼식 전화기로 바뀌었고 벽돌처럼 생긴 셀폰은 플립폰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TV는 더 커지면서도 얇아졌고 무선 TV와 구부러진 TV, 3D TV도 생겨났다. 각종 혁신이 문화의 혈류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우리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인간의 뇌는 뭔가가 충분히 좋다고 해서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베토벤의 작품 〈대푸가〉의 운명을 상기해보자. 그 곡을 작곡할 때 베토벤은 벌집에서 멀리까지 나아갔지만 너무 멀리 갔다는 것이 밝혀지자 다시 벌집 가까이로 돌아와 마지막 악장을 덜 야심 찬 악장으로 대체했다. 그렇지만 베토벤은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사람들에게 거부당한 〈대푸가〉를 자신의 훌륭한 작품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너무 멀리까지 나아간 그 작품은 작곡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세대 동안 무시당했다. 베토벤 사후 100년이 지난 뒤에도 평론가들은 여전히 〈대푸가〉를 “음침하고 상스럽고 중요하지 않고 부자연스럽고 사치스럽고 이지적이고 모호하고 연주가 불가능하고 어리석고 광적이고 비논리적이고 형체가 없고 무의미한” 작품으로 보았다. 그렇지만 베토벤은 결국 불명예를 씻었다. 그의 다른 음악을 향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무시당하던 〈대푸가〉까지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뒤늦게 평론가들은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들〉로 위험한 일대 도약을 했듯 베토벤도 한 세기 전에 그렇게 도약했음을 깨달았다.
베토벤 시대 청중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혁신은 주류가 되기 시작했다. 현재 〈대푸가〉는 베토벤의 뛰어난 걸작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던 작품이 그가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자 사랑받게 된 셈이다.

창의성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하드 드라이브에 아예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 주변 세상을 휘고 쪼개고 섞게 해준다. 또한 우리의 뇌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뽑아내며 대개는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지만 일부는 실현한다. 동물의 왕국 안에서 그러한 활력과 고집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동물은 인간 외엔 없다.
그러나 단순히 창의성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거를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토대로 여길 때, 불완전한 것을 혁신하고 사랑받는 것을 변화시키려 할 때 비로소 가장 창의적인 행동이 나온다. 뇌가 새로운 한 가지 아이디어가 아닌 여러 아이디어를 짜낼 때, 그 아이디어가 이미 알려진 것과 수용한 것에서 떨어진 먼 거리까지 뻗어갈 때, 비로소 혁신은 날개를 단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상상의 날개는 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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