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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이웃집 식물상담소 - 신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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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신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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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식물상담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식물에 대해 무슨 상담을 그리 오래 하는지 궁금해했는데요. 식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식물과 관련된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1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꽤 친해지게 되어 인생 이야기, 사는 이야기, 별것 아닌 농담 등 예상 못 한 방향으로 대화는 흘러가곤 했습니다. 우리들은 흐르는 대화 속에 지식을 나누었고 고민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고는 했습니다. 상담자는 식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저는 다양한 상담자를 통해 인생 수업을 받은 것만 같습니다.
가끔 예약을 받지 않은 날이면, 식물과 전혀 관련이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 지나가다 우연히 앉기도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놀라워하고 감동할 때마다 상담자와 저 둘만 알고 사라져버리기에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_서문 중에서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슬픈 일이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면, 막 개업한 가게에 지인들이 축하 선물로 화분을 보낸다. 주인장이 가게를 운영하며 정신없이 바쁘다 보면 가게 한구석에 있던 식물은 시들시들해진다. 어느 날 주인은 시든 식물을 발견하고 걱정이 되어 그 식물을 가게 앞에 내놓는다. 햇빛을 받지 못하는 실내에 둔 것이 문제라 생각한 탓이다. 그러다 겨울이 오면 이 열대식물은 겨울을 나지 못 한채 얼어 죽게 되고 화려한 축하 리본만 남는 것이다. _ <나의 반려식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에서

상담자: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휴학 중이에요. 제가 작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선생님: 지금은 아주 건강하신 거예요?
상담자: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머리도 이렇게 다시 나고요. 작년 여름에는 ‘세상이 나를 버렸구나.’ 이런 마음이었거든요? 근데 이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보니까 신기하게도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어요. 잃은 건 한쪽 가슴인데 얻은 건 더 많아요.
선생님: 저도 어릴 때 큰 수술을 받아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어요. 그때는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때 아프지 않았으면 저는 별로 열심히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_ <세상이 나를 버렸다 생각했어요> 중에서

식물상담소에서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든 것은 나노 입자를 연구하는 어느 과학자를 만나면서였다. 그 과학자를 만난 날은 식물과 관련된 미술전시의 연계프로그램으로 식물상담소를 열었을 때였다. 누구나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식물상담소를 열고자 했지만 그래도 식물과 관련된 전시와 연계되어 있다 보니 식물을 좋아하거나 미술을 좋아하는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상담소가 끝날 때쯤 머뭇거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자신을 나노 입자 연구자라 소개했다. 이 과학자는 그냥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다가 불쑥 들어온 것이다. 그러고는 입자들의 연속, 불연속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_ <잡초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중에서

절화, 그러니까 잘라서 꽃집에서 파는 꽃을 보면 식물 의 전체 형태를 생각할 때 사실 슬픈 일이다. 사람들은 꽃 집에서 파는 꽃만 보고 그 밑에 모습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거베라의 꽃은 기억하나 거베라의 잎과 뿌리의 형 태를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사실 꽃부터 뿌리 끝 까지가 하나의 식물이고 살아 있는 모습인데 말이다. <우리 지옥에서 만나요> 중에서

지금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면 사랑을 줄여보길 권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되지 않을까? 살아가며 우리가 겪는 많은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한다며 나 자신을 좀먹고 사 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도 많 다. 사랑을 조금 줄여보면 우리 인생에도 관계에도 기다 리던 꽃이 필지 모를 일이다. _ <사랑한다면, 사랑을 줄여보세요> 중에서

상담자와 대화하며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어린이에게 “잘해요.”보다 “좋 아해요.”를 전하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깨달음이다. 아이들에게 칭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다 보니 나는 “잘해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무조건 좋은 말이라 생각했는데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식물상담소에서 상담자를 만나다 보면 어떨 때는 상담 을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깨달음을 얻을 때도 많다. 서로가 가진 장점에서 얻는 즐거운 상승작용이 재미있다. 이런 즐거움이 식물상담소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_ <“잘해요?” 말고 “좋아해요?” 물어볼래요> 중에서

자신의 판단으로 접어둔 꿈, 다른 사람에 의해 접힌 꿈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 과정을 들으면 참 슬프다. 나도 그토록 좋아하던 식물 공부를 그만두어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처음엔 3개월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좌절해 2년 정도 방황도 했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겠지만, 왜 그렇게나 힘들어했나 싶다.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꿈을 잠시 접어두었다 해도 언젠가 다시 펼치면 되는 일이다. 접힌 채로면 또 어떤가. 접힌 모양으로 다른 걸 만든다면 더 멋진 무엇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_ <접어둔 꿈이 나를 찾고 있다> 중에서

혼자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함께 좋아할 사람이 없어 외로울 수 있지만 그 길을 꿋꿋이 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좋아하는 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지면 나는 그것을 나눠주는 사람도 될 수 있다. 그런 때 만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모습의 큰 기쁨과 즐거움이다. 좋아하는 것을 붙잡고 가는 건 특별한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기도 하지 않을까? _ <외로운 어린이 식물애호가> 중에서

식물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야생식물을 연구하고 있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지만, 야생식물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늘 먹는 곡식, 채소, 과일처럼 누구나 아는 작물을 예로 들어 식물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물만 살펴보아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작물의 원산지, 기원이 되는 야생종, 더 맛있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행해진 농업 기술, 식물로 변화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대개 상품으로 판매되는 작물의 특정 부분만 알고 있어서 그 뒤에 숨겨진 식물학적인 지식을 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예를 들면 매일같이 쌀을먹어도 벼의 꽃을 본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_ <겨우내 준비해 피어나는 꽃처럼> 중에서

식물의 죽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식물이 가진 원래 특성 때문이거나 혹은 식물을 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식물이 자연 상태처럼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부적절한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갈 수 있으니 식물 반려인들이 식물의 죽음을 섣불리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식물의 당연한 죽음을 모른 채로 식물이 죽어가는 내내 걱정하고, 식물을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식물을 좋아한다면 애써 키우던 식물이 죽더라도 용감하게 계속 좋아하기를 응원한다.

_ <정말 키워도 괜찮으시겠어요?> 중에서

선생님: 식물이 죽었을 때도 많이 울어요?
어린이: 식물이 죽었을 때는요, 울지 않아요. 식물이 죽어서 버릴 때는 되게 속상해요. 그러다 밤이 되면 꿈에 나와요. 식물이 자꾸 꿈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때 울어요, 저는.
선생님: 왜 그렇게 좋아요? 귀여워서?
어린이: 생명은 진짜 소중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요. 그리고 진짜 저에게 비밀 친구가 생긴 것처럼 그래요.

_ <식물이 죽으면 비밀 친구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중에서

학교 교정의 식물부터 하나씩 해부하여 기록했는데 밤까지 그림을 그릴 때면 교수님이 집에 가라고 하실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책으로 독학하고 있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잘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 때문이다. '나도 그림을 그리지 않아 이 분야를 잘 모르고, 너도 독학이라 잘 모르지만 그림이 쌓이면 무언가는 된다.' 또, '나중에 알고 보니 형식에 맞게 정확하게 그렸다면 바르게 가고 있어 좋은 것이고, 만약 전혀 형식이 다른 그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아마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거겠지.'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그 말씀 때문에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은 걸 한다는 건 개척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기억에 남는 문구

실망하거나,
잘못 선택했다고 초조해하거나,
혹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후회할 수도 있지만
경험해보고 결정하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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