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데일리메일〉 퍼스트 노벨 컴피티션 수상작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에이미 로이드의 첫 장편 소설로, 《잭 리처》시리즈의 저자 리 차일드로부터 “첫 줄부터 불길한 음악이 흐르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15개국에 번역 출간되고, 영화 〈나를 찾아줘〉 제작사와 영화 판권 계약이 체결되는 등 괴물 신인 에이미 로이드의 강력한 서스펜스의 힘이 입증되었다.
어린 소녀들을 죽인 죄명을 쓰고 사형수로 복역 중인 남자 데니스 댄슨. 그와 사랑에 빠진 여자 서맨사. 그의 청혼을 서맨사는 감격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결백하니까. 그의 결백은 틀림없으니까. 곧 데니스는 누명을 쓴 걸 인정받아 사면되었다. 이제 그는 자유로워졌고 신혼 생활은 달콤할 것이다. 그런데 왜 불안하지? 그는 정말 결백한 걸까? 사라진 소녀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서맨사는 순수한 공포가 요동치는 걸 느꼈다.
책속에서
사람들은 데니스에게 깊게 감정이입했다. 역경에 빠진 열여덟 살 소년이 감옥의 남자로 변하기까지 오랜 세월을 지켜본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데니스에게는 어딘가 성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밝은 흰색 작업복을 입은 모습은 수도승처럼 고요했고, 양손과 발이 I자 모양 사슬로 묶여 있는 모습은 그리스도의 대속을 연상시켰다. 데니스는 끝끝내 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시종일관 평온한 모습이었다.
저 멀리 오른쪽 끝에 조명이 달린 문이 하나 보였다. 조명은 강철로 된 틀 안에 들어 있었다. 샘은 잠시 왜 저렇게 해놓았을까 궁금해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있는 장소의 현실을, 이곳에 내재된 폭력성을. 이곳의 남자들은 너무 위험해서 조명조차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야 했다. 의자는 바닥에 고정시켜야 했으며, 창은 방탄유리여야 했다.
데니스의 눈이 안경알의 반사광에 가려져 샘은 데니스가 자신을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샘 쪽을 돌아보는데, 데니스의 미소가 흐려지는 것 같았다. 샘과 캐리는 계속 데니스를 향해 다가갔다.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샘의 귀에 들어왔다. “부인이야.”
그 순간 샘은 이 모든 게 자기 탓이 아니라는 데 너무 마음이 놓여서 데니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샘이 이해한다고 말하자 데니스는 샘의 관자놀이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아침 청소 때 정돈된 상태 그대로였다. 샘이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동안 데니스는 샘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손가락에 감아 점점 더 세게, 급기야 아플 때까지 잡아당겼다.
유리 조각들이 흔들리며 빛을 반사하는 바람에 샘은 눈을 깜빡였다. 앉을 곳을 찾아 주위를 돌아다니는 샘의 발부리에 다른 납작한 돌들이 채였다. 각 날짜가 적혀 있었다. 어떤 것들은 돌 표면과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페인트로 ‘개’ 또는 ‘쥐’라고 적혀 있었다. 어떤 돌들은 상세한 사항이 씌어 있었다. 자연의 무질서와 기묘하게 어우러진 인간의 개입은 샘의 눈길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샘의 눈에는 흡사 무슨 사당처럼 보였다. 몸서리가 쳐졌다.
여자애는 입술이 사라진 입으로 웃고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몸통이 사라지고 척추가 목에서 삐져나왔으며 생쥐 같은 머리카락 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른 여자애도 있었다. 금발에 얼굴이 붓고 팔다리는 등 뒤로 결박당했으며 골반은 허공으로 음란하게 튀어나온 모습이었다. 다음 여자애는 검은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보라색 피부에 목에는 플라스틱 케이블이 감겨 있었다. 케이블은 마치 그 여자애의 목을 곧장 통과할 것처럼 보였다. 샘은 자신이 숨을 참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이 사진 속 여자애의 목에 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마치 케이블을 풀고 다시 숨을 쉬게 해줄 수 있을 것처럼.
샘은 데니스가 자신을 원하지 않은 게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샘의 육체나 치아가 아니었다. 샘의 혈관에 맥박 치는 피의 온기였다. 가슴의 오르내림. 키스할 때 데니스와 닿는 샘의 움직임. 샘은 메스꺼움을 느끼며 사진들을 도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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