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Young Ha Kim)
단편들에선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타인과의 연대에 대한 무능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명쾌하고도 아이러니하게 그려냈다면, 장편들에서는 독자들에게 늘 새로운 실험을 선보여온 작가 김영하의 신작 장편소설. 5.18 광주의 해에 태어났고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으며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세상을 경험한 1980년 생이 바라보는 2007년 한국 풍경을 그려냈다.
주인공 이민수는 할머니의 죽음과 할머니가 남겨놓은 빚때문에 하루 아침에 몰락하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처지이다. 그런 그가 인터넷채팅 '퀴즈방'에서 TV퀴즈쇼 구성작가로 일하는 서지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편의점에서 해고당하고 고시원에서도 쫓겨나 오갈데 없던 이민수에게 다가온 손길. 요전번 우연찮게 출연하게 된 TV퀴즈쇼에서 이민수에게 처음 접근해온 이춘성이란 사내는 천만원짜리 수표를 내밀며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1995년 데뷔한 이래로 늘 발표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도시적 감수성과 세련된 필체라는 가장 '김영하다운' 면모들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2007년 2월부터 10월까지 일간지에 연재해온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책속에서
'창, 필요해요?'
(……)
'아, 창이요?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창문 있으면 이만원 추갑니다.'
(……)
'잠깐만요. 창문 없어도 될 것 같아요. 대신 인터넷은 좀 연결을 했으면 좋겠는데요.'
나는 현실의 창 대신에 빌 게이츠의 창,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선택했다. 그때는 햇빛이 소중하다는 것을, 한 달에 이만원 정도의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본문에서
'가장 위대한 퀴즈는 바로 인간인 것 같아.'
'그럴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해. 인간이라는 그 어려운 퀴즈에 지쳐서 사람들은 퀴즈쇼를 보는 것 같아. 거긴 그래도 답이 있잖아.'
'그런데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누가 자기 자신을 알겠어?'
-본문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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