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지만 식단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우리 시대의 식생활에 담긴 씁쓸하고도 달콤한 딜레마다. 몸에 해로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것은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처럼 보인다. (...) 하지만 이런 자유롭고 안락한 생활방식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힘을 잃는다. 음식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넘쳐서 우리를 괴롭힌다. 속이 텅 빈 풍요다. (프롤로그)
이제 인간은 눈앞에 있는 음식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 문화가 권하는 음식 대부분이 겹겹의 포장지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식사 방법에 관한 오래된 규칙 또한 잊어버렸다. 이러한 현실은 때로는 자유처럼, 때로는 카오스처럼 느껴진다. (프롤로그)
과거에는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이 인간 존재(그리고 음식)에 관한 당연한 사실이었다. 다양한 식품 환경에 능숙하게 적응하는 것이 잡식동물인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무엇을 먹나요?”라고 묻는다면 라고스에 있느냐 파리에 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답변을 기대할 것이다. (1장 우리 식탁의 짤막하고 기막힌 역사)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료에서 에너지를 섭취한 만큼 식사를 적게 하지 않는다. 물을 마시면 물은 빠르게 장으로 내려가 갈증을 해소해주지만 허기를 달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건 물에 설탕이 들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신체는 잔이나 컵, 또는 캔에서 나온 칼로리는 칼로리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2장 열량은 높게 영양은 낮게)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는 오로지 개인의 욕망이나 요구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의 욕망조차 우리를 둘러싼 세계, 즉 우리가 공급받는 식품의 양과 가격, 광고를 통해 주입받는 음식 이야기에 따라 형성된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욕망을 학습한다. 그리고 무엇을 학습하느냐는 우리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식품 공급 체계의 한계와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2장 열량은 높게 영양은 낮게)
우리가 식사를 얼마나 중요치 않게 여기는지는 점심시간이 더 이상 근무시간에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과거에는 부유하건 가난하건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일터에 식사 시간이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돈이 있어서 배고픔을 달랠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의 일터에서 점심시간은 빨라진 삶의 속도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점심시간은 다른 활동, 즉 쇼핑이나 운동, 아니면 더 많은 일처럼 식사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활동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4장 그 많던 식사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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