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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소방관의 선택 - 사브리나 코헨-해턴(Sabrina Cohen-Ha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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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해턴(Sabrina Cohen-Ha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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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사랑한다. 그 일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한계에 도전하도록 하며, 우리가 더 나은 사람, 더 준비된 사람, 더 열심히 싸우는 사람이 되도록 격려한다. 사람들의 터전을 통째로 파괴하고 그들의 운명을 바꾸는 재난의 현장이 우리의 일상이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우리는 날마다 그날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날이기를 바란다. 사실 날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완벽한 타인의 고통이 마치 나의 고통인 양 내 몸속을 관통하는 경험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 화재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 사고로 형제자매를 잃어 다시는 함께할 수 없게 된 사람들. 내가 목격한 것만으로도 리스트는 길고도 길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날이 반복될 것이 라고 생각하며 아침에 눈을 떴다가, 세상이 돌이킬 수 없이 영원히 변하고 만 사람들로 이루어진 리스트.
그 고통, 내가 경험한 그 고통은 공감에서 나온 것이다. 공감이야말로 나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조금 더 노력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동료와 상사, 언론, 재판관, 유족은 내가 누리지 못한 조건들, 즉 시간적 여유와 사후 정보를 가진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나는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한된 시간, 불확실한 정보에 기초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감과 스멀스멀 일어나는 자기 의혹, 수많은 가정의 시나리오들을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 등은 최고의 경험을 가진 의사 결정자마저도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결정을 하는 나는 인간이다. 인간의 약점과 감정을 모두 가진.
다 알면서도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즉 의사 결정 마비 현상에 굴복하는 것이야말로 단연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비상 상황은 두 번 벌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날마다 수백 개의 결정을 하면서 산다. 결혼 혹은 이혼을 할까, 어디에서 살까, 아이 이름은 무엇을 할까 등의 큰 결정도 있고, 점심은 뭘 먹을까,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등의 작은 결정도 있다. 모든 결정과 그로 인해 취하는 모든 행동에는 반응이 따른다. 모든 선택에는 결과가 수반된다.
내가 하는 일에서 그 결과는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날 여느 때처럼 집에 가느냐,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느냐의 차이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라는 전화를 받느냐,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라는 전화를 받느냐의 차이가 될 수도 있다.

무전기로 상황실을 불러내서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차가 가파르게 우회전을 한다.
“멈춰!” 내가 외친다. 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춘다. 익숙하면서도 절망적인 광경이 우리를 맞는다. 우리 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보니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하다. 우리 차는 첫 번째 사고 차량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도로 양방향에 차들이 엉킨 채 널브러져 있다. 부상당한 사람 여러 명이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다. 사고 차량에서 기어나왔거나 충돌하면서 튕겨져 나온 사람들일 것이 다. 우리 차의 문과 창문이 다 닫혀 있는데도 끙끙거리는 신음과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려온다. 상실의 고통이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다.
나는 문손잡이로 손을 뻗으며 팀원들에게 가장 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를 나눠준다. “알렉스, 톰, 장비를 꺼내. 샌디, 외상 처치용 키트를 맡고, 부상자들을 파악해. 부상자 수와 위치, 부상 정도를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그럼스는 간이호스를 내리고, 자동차 배터리를 분리해. 그리고 두 번째 구급차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해줘. 자, 모두 무전기 켜서1번 채널로 맞추고. 빨리빨리!”

내가 18세에 소방 구조대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 소방서 역사상 첫 여성이었다. 그것은 예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당시 나를 맞아준 엄청난 성차별이었다.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해두자.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충격적인 대화가 수없이 많다. 보통 그런 대화들은 이렇게 시작됐다. “소방서에서 여자가 일하는 걸 찬성할 수 없어. 꼭 너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난 싫어.”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존재 자체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본색과 10대 특유의 고집이 드러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느덧 나는 그런 식으로 내게 말을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곤 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나도 소방서에서 일하는 바보들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바보들은 뽑지 말아야 하는데, 어쩔 수 없죠 뭐! 물론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누군가가 내게 도와달라며 지르는 고통에 찬 비명은 우리의 심장 또한 공포로 가득 차게 만들고,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게가 성인 체중과 비슷할 뿐 얼굴도 생명력도 없는 마네킹만을 상대로 훈련을 하면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돌봐야 하는 실제 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 그런 훈련으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도 없다.

소방관으로서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을 비판한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다. 우리의 대응에 대해 의문을 가장 먼저 제기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길을 가장 먼저 닦는 사람도 우리 자신일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다.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안위와 안전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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