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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자꾸 달아나지 말구 좀 멈춰봐라.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칠성이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다가 멈추가다 했다. 강변에 이르었다. 바람이 소리없이 불었고 모래먼지가 일어났는데 강물 쪽은 시커멓게 보였다. 긴 다리가 걸려 있었다. 다리 입구에 흰옷 차림의 사람이 서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어둠에 가려져 있던 얼굴에 빛이 내리듯 낯익은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 바리 왔구나!
할마니, 어데서 오십네까?
나는 할머니엑 안기려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데 그녀는 바람이 가득 든 비닐봉지처럼 딱 한 걸음의 거리로 가볍게 물러갔다. 내가 또 한 걸은 내디디면 다시 물러나고.
보구팠는데 안아주지두 않구서리.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래기래, 이승 저승이 달라 벨수가 읎지비. 너가 걱정이 돼서 불렀구나. 이제부텀 나 하는 얘기 잘 들으라. 수천수만 리 바다 건너 하늘 건너 갈 텐데 그 길은 악머구리 벅작대구 악령 사령이 날뛰는 지옥에 길이야. 사지육신이 다 찢게질지두 모른다. 하지만 푸르구 누런 질루 가지 말고 흰 질루만 가문 된다. 여행이 다 끝나게 되문 넌 예전 아기가 아니라 큰 만신 바리가 되는 거다. 할마니가 도와줄 테니까디 어려울 땐 칠성일 따라 내게 물으러 오라. - 본문 124~125쪽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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