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례 분석은 거의 반세기 전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다룬 것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게 다가온다. 왜 그럴까? 우선 저자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단순히 철 지난 역사 속 사건들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경영과 조직 관련 장들에 나오는 소재들(성장, 혁신, 기업가 정신, 소통, 지적 재산권 보호)은 지금도 언론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핵심적 경영 이슈이다. 환율과 소득세 같은 거시경제 관련 사안도 지금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이슈들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전문 저널리스트로서 존 브룩스란 작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저자는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함으로써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각각의 객관성과 개성을 재창조해낸다. 방대한 인터뷰와 세밀한 정황 묘사, 그리고 이를 통해 전체 맥락을 꿰뚫는 그의 통찰력을 보노라면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 감수의 글(이동기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중에서
열대우림 오지에 사는 원주민이 아니라면 그 참담한 실패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2년 2개월 15일이 지날 때까지 포드가 판매한 에드셀은 고작 10만 9466대에 그쳤다. 그중 수천 대는 아니더라도 수백 대는 포드의 중역과 딜러, 영업사원, 광고와 홍보회사 직원, 조립라인 노동자, 그 밖에 에드셀의 성공에 개인적 이해가 달린 사람들이 샀을 것이다. 10만 9466대는 같은 기간에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승용차 대수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결국 1959년 11월 19일, 외부 평가에 따르면 포드는 약 3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을 안은 채 에드셀 생산을 영구 중단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돈과 경험 그리고 고급 두뇌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회사가 어떻게 그런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실수를 상세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포드 측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나는 에드셀의 실패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전체 진실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믿게 되었다.
- 1장 에드셀의 운명
작가인 데이비드 배즐런은 이 세금의 경제적 효과는 너무나도 광범위해 아주 이질적인 두 종류의 미국 통화-세전 액수와 세후 액수-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소득세를 진지하게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서 어떤 기업이 만들어지거나 어떤 기업 활동이 단 하루 만이라도 실행에 옮겨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또한 어떤 소득군에 속해 있더라도 소득세에 대해 가끔이라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반면, 그렇게 하지 않은 일부 사람들은 재산이나 명성을 잃거나 혹은 둘 다 잃었다. 한 미국인은 머나먼 이국땅인 베네치아에서 산마르코 대성당 보수를 위한 기부금 모금 상자에 붙어 있는 황동판에서 “미국 소득세에서 공제 가능”이라고 적힌 문구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 2장 누구를 위한 세금인가?
조잡한 실험실에서 외로이 연구한 발명가, 가족 중심의 작은 회사, 초기의 거듭된 좌절, 특허 제도 의존, 고대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한 상표명, 마침내 자유 기업 제도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영광스러운 승리 등, 거두절미하고 요약한 제록스 이야기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심지어 19세기의 낡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제록스에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있다. 단지 주주와 직원과 고객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발휘한 측면에서 제록스는 대부분의 19세기 기업과 정반대의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 점에서 제록스는 20세기 기업의 전위나 다름없었다. 윌슨은 “목표를 높이 잡고, 거의 이루기 힘든 포부를 품고,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이것들은 대차대조표만큼,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고, 제록스의 다른 중역들도 ‘제록스 정신’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 자체를 강조하는 문제라고 자주 강조했다.
- 5장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하지만 어쩌면 문제는 기술에만 있는 게 아니라 문화에 있는지도 모르며, 거대한 조직에서 일하는 데서 비롯되는 개인적 정체성 상실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 순수하게 하나의 가설로서 이렇게 가정해보자. 만약 회사 소유주가 부하 직원들에게 반트러스트법을 지키라고 지시하지만, 그가 자기 자신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 그 지시가 지켜지길 원하는지 지켜지지 않길 원하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하자. 만약 그의 지시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결과로 일어나는 가격 담합은 회사 금고를 두둑하게 할 것이다. 만약 그의 지시가 지켜진다면, 그는 옳은 일을 한 셈이 된다. 전자의 경우에 그는 나쁜 일에 개인적으로 연루되지 않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옳은 일에 좋은 역할을 하면서 관여한 셈이 된다. 그렇다면 회사 소유주는 잃을 게 뭐가 있겠는가?
- 7장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하는 회사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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