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버핏
구와바라 테루야(桑原晃)
One Minute Insights 시리즈. 버핏의 투자철학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돈을 대하는 자세’를 그의 일화와 함께 소개한다. 돈에 대한 버핏의 태도는 명료하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다.” 본인 또한 돈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다 보니 부가 따라왔다는 겸손함을 견지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사업에 흥미를 느낀 그는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소유하는 개념으로 투자를 바라보았다.
그러했기에 IT 열풍, 헤지펀드 등 일확천금을 약속하는 투자의 유혹을 물리치고 오직 ‘가치’만을 판단하고 투자하는 원칙을 고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의 대가이자, 수많은 이들이 배우고자 하는 현인이 되었다. 이러한 그의 철학과 투자원칙을 익힘으로써, 돈에 휘둘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돈을 움켜쥘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책속에서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면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일반적인 기업은 가치(제조원가와 니즈)에 적합한 가격 등을 고려해 판매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종종 가치와 가격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생긴다. 앞날이 불투명한 미지의 IT 기업이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가 하면, 대단한 가치를 보유한 기업이 형편없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가격과 가치의 이 차이에 주목해 투자한 사람이 바로 버핏이다.
일례로 1973년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가격(시가총액)은 8000만 달러였지만 가치(순자산)는 4억 달러를 넘기고 있었다. 이 정도로 좋은 물건은 없었다. 이때 버핏이 투자한 1060만 달러는 약 10년 만에 1억 4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같은 액수를 다른 신문사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다우존스는 5000만 달러, 〈뉴욕타임스〉는 6000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주식의 가격은 같다 해도 기업의 가치에 따라 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흔히 투자라 하면 ‘가격’에만 주목하기 쉬운데 ‘가치’에 눈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버핏은 이렇게 말한다.
“가격은 살 때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란 팔 때 손에 넣는 것이다.”
― 1장 “가격은 살 때 지불하는 것, 가치는 팔 때 손에 넣는 것”
대다수 월가의 투자가들은 자신이 산 주식이 오를 때까지 1년도 기다리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그레이엄은 투자가라면 1년 정도는 꿈쩍 않고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핏은 더 나아가 1년은 기본이요, 영원히 주식을 보유하고 싶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기업을 사는 게 좋지, 파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 산하에 있는 기업들과 평생 관계를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버핏은 강한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그리고 뛰어난 경영자를 둔 기업에만 투자했다. 그런 우량기업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처럼 까다롭게 골라 사들인 주식이라면 가급적 오래 보유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장기보유를 계획했다 해도, 주가가 급격히 변하기도 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낼 것 같은 주식이 나타나는 등 여러 번 마음의 유혹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유혹에 질 만한 투자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버핏은 잘라 말한다.
“10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주식을 보유할 의지가 없다면, 단 10분이라도 보유할 필요가 없다.”
어느 기업을 사들인 다음 날부터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에 들어가 주식을 사고파는 일이 불가능해졌다면? 그래도 버핏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애초 주식의 매매로 이익을 보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안겨줄 것인가, 그것만이 버핏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 2장 “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
1994년 살로먼브러더스 부사장 출신인 존 메리웨더는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를 설립했다. 자본의 25배인 레버리지를 활용해 이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으로, 손실은 아무리 커도 자산의 20%를 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레버리지 효과란 거액의 차입금을 말 그대로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뜻한다.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을 비롯한 많은 저명인사들이 경영진으로 합류하면서 LTCM은 12억 5000달러나 되는 자산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버핏은 이 대규모 펀드에 참여하지 않았다.
3년 동안은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했다. 자본은 70억 달러까지 늘었고, 자산과 부채도 거의 동일했다. 하지만 1998년 러시아가 대외채무를 지급할 수 없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였고, 러시아 채권을 대량 매입했던 LTCM의 자본은 며칠 만에 절반이 사라져버렸다.
메리웨더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더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 설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을 때에나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거액의 차입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마음 편히 기다려줄 여유가 있겠는가. LTCM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버핏은 회사의 실정을 알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회사에서 일하던 머리 좋은 사람들도 이번에 따끔한 맛을 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큰 숫자도 마지막에 0을 곱하면 결국 0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 3장 “아무리 큰 숫자도 0을 곱하면 0이 된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치열한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두뇌가 명석하면, 즉 IQ가 높으면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투자라는 게임에서는 IQ 160인 사람이 IQ 130인 사람을 반드시 이긴다는 법이 없다”며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폭넓은 전문지식과 인맥이라는 능력의 축은 어떨까? 흔히 능력의 폭이 넓을수록 기회도 커지고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버핏은 그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능력의 축을 어느 정도 키울 수 있느냐가 아니라, 능력의 한계를 확실히 정할 수 있느냐다. 자신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 투자는 성공할 수 있다. 능력의 면적은 다른 사람의 5배나 되면서 경계가 애매한 사람보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투자의 세계에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소문, 군침을 흘릴 만한 정보가 유독 많이 떠돈다. 자칫 그러한 정보에 휘말렸다가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한밑천 잡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능력이 닿지 않는데도 승승장구할 만큼 투자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일시적으로야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를 보기 쉽고, 빈털터리 신세로 쫓겨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기억하라. 투자에서 높은 지능지수, 능력의 폭, 인맥 등은 그리 중요치 않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버핏의 성공은 기본원칙을 충실하게 끝까지 고수한 덕분일 것이다.
― 6장 “중요한 것은 능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능력의 한계를 확실히 아는 것이다”
‘누군가 이미 하고 있다’는 말은 일종의 보험처럼 안전한 느낌을 준다. 반대로 ‘전례 없는 일’이라는 표현은 거부 의사를 밝힐 때 정해진 수식어처럼 쓰인다. ‘잘 팔리고 있다’는 얘기는 곧 따라 하라는 의미로 이어진다. 이는 좋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2006년 100곳이 넘는 미국 기업이 스톡옵션 지급일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한 탐욕이 빚은 사건이라는 점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명성 있는 기업들이 당연하다는 듯 가담했다는 사실이 더 큰 이슈가 되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부정과 무관했지만, 버핏은 버크셔 산하의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문제 되는 행동을 다른 회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 해서 우리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하잖아요(Everybody else is doing it)’, 이 말이야말로 비즈니스에서 가장 위험한 말이다.”
법규 준수에 관한 한 버핏의 기준은 누구보다 엄격했다. 살로먼브러더스의 국채 부정입찰 당시 임시회장으로 나선 버핏은 “앞으로는 어떤 위반도 묵과하지 않겠다. 다른 업계가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변명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문제해결의 의지를 천명했다.
일류 비즈니스는 일류 업무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규율의 차원이 아니라 명예가 걸린 신용이자 자부심의 문제다.
― 7장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는 비스니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말이다”
2011년 9월 17일,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름의 시위가 열렸다. ‘1% 대 99%,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구호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부유하게 태어난 1%의 사람들과 불행한 99% 사이의 격차, 둘을 가로막은 높은 벽에 대한 저항의 의미다.
버핏은 자신의 성공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났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과 만났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 가령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자신의 투자 재능에 눈뜰 수 있었을까.
그는 “정말 좋은 때, 좋은 곳에서 태어났다”는 말로 자신의 행운에 대해 일찍부터 감사할 줄 알았다. 따라서 자신처럼 운 좋게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고 믿었다.
“운 좋은 1%로 태어난 사람에게는 나머지 99%를 배려할 의무가 있다.”
가령 버핏은 신문 기고를 통해 미국의 불공정한 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명 ‘버핏룰Buffett Rule’이라 불리며 정치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버핏에 의해 훨씬 소득이 적었던 30년 전의 세금에 비하면 오늘날 미국 부유층의 소득세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자들에게는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버핏의 말에서 그가 얼마나 탐욕과 거리가 먼 사람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남들을 돕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쌓아올린 부를 운 좋은 1%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99%의 사람들을 위해서 쓰겠다는 것이다.
― 8장 “1%의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99%를 배려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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