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발견
론 프리드먼
다니엘 핑크, 세스 고딘, 리처드 와이즈먼 등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에 정통한 세계 최고의 리더들이 격찬을 아끼지 않은 화제작. 이 책은 생산성과 창의성의 발로가 개인의 역량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공간, 즉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에서 비롯한다는 역발상을 풍부한 과학적 사례를 통해 증명하는 책이다.
론 프리드먼 박사는 산업 경제에서 지식 경제로 변화하면서 낡은 직장 모델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진단하에, 효율성만 강조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성과 창의성 그리고 대인관계 기술을 활용하는 환경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내 안의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고 싶은 사람부터 시대를 통찰하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리더까지, 한 사람의 탁월한 사고방식이 생산성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책속에서
오늘날의 경제 속에서 잘나가는 회사를 만들려면 효율성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성과 창의성 그리고 대인관계 기술을 활용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기업은 심리학자를 필요로 한다. 직원의 사고방식이 생산성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요즘 시대에 심리적 요인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프롭스트는 인류학자와 같은 지적 호기심으로 새로운 과제를 파고들었다.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직접 면담하여 그들의 경험을 듣는 한편 심리학자, 건축가, 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또한 직원들 간에 정보가 흐르는 방식을 연구하고 사무실의 공간 배치가 생산성에 끼치는 영향을 살폈다. 그가 이렇게 광범위한 분석을 실시한 후에 공표한 결과는 암울했다. “오늘날의 사무실은 황무지입니다. 활기를 무너뜨리고 재능을 차단하며 성취를 좌절시킵니다. 의도가 실현되지 않고 시도가 무산되는 일상적인 현장입니다.” 프롭스트는 현대의 일터를 절실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해를 최소화하고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며 직원들이 작업 방식을 어느 정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해주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였다.
문제 해결자는 여러 모로 예술가와 비슷하다. 화가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주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한다. 문제 해결도 비슷한 과정을 따른다. 하지만 항상 물리적인 거리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거리도 필요하다. 새로운 통찰이 솟아오를 정신적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 뒤로 물러나면 무의식이 움직여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해준다. 감정에 덜 좌지우지되며 바로 가까이 있는 환경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많은 기업(특히 구글이나 3M처럼 직원들을 고차원적인 사고에 참여시키는 기업들)이 평일 근무 시간에 일부러 놀이 일정을 끼워 넣는다.
오늘날에는 기계 접근이 더 이상 생산성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전화기와 컴퓨터에 대한 접근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이 여전히 고정적인 업무 일정을 고집하고 있다. 생산성에 도움되는 각종 요인을 잘 알면서도 직원들에게 스스로 업무 시간을 정하는 자유를 허용하는 직장은 소수에 불과하다. 모든 직원이 동일한 근무 시간을 따르게 한 채로 최선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심리학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성격 차이를 가지고 태어나므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도 저마다 다르다.
몰입 연구의 선구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 상태를 부추기는 다수의 요인을 찾아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분명한 이해, 성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 등이 포함된다. 체스, 골프, 그림 그리기 모두 전형적인 몰입 경험이다. 하지만 몰입에 꼭 필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장려하기보다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요소인데, 바로 ‘점진적 어려움’이다.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을 경험하려면 현재 능력과 비슷하거나 좀 더 초월하는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담당 업무가 지극히 단순하면 지루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능력 범위를 크게 벗어난 업무가 주어지면 어쩔 줄 몰라 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똑같이 흥미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나온다. 비디오 게임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 단계로 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업무는 정반대의 궤도를 따른다.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쉬워져서 몰입과는 점점 멀어진다.
사에서 직원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것은 행동뿐만이 아니다. 행복이나 흥분, 두려움 같은 감정도 전염된다. 주변 사람들의 자세나 얼굴 표정, 어조 등을 모방할 때 그들의 감정까지 ‘옮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뇌는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특정한 신체적 움직임과 구체적인 생각 패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행복하면 웃고 화가 나면 얼굴을 찌푸리듯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임과 심리 상태의 연결고리가 강해지므로 신체적 움직임만으로도 그것에 해당하는 감정이 촉발된다.
이 책이 주는 교훈 중 하나는 회사가 일과 개인 시간이 별개인 듯 굴지 말고 둘을 합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일이 개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용인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 사정이 일에 방해되는 것은 영 불편함을 느낀다. 기업은 직원 스스로 책임감 있게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고 근무 도중 한 시간 동안 자녀의 축구 게임을 보러 가도록 해준다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업무 몰입도가 커져서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좋은 직장의 미래는 직원들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쪽으로 일과 개인 생활을 합치도록 도와주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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