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 태재,재수,김혜원,최고요,김은경

728x90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태재,재수,김혜원,최고요,김은경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제품이나 브랜드 쪽으로 생각을 세우는 문장이 필요했던 시절을 과거로 두고, 이제는 생각의 균형을 잡는 문장이 필요해졌다. 생각을 꺼내서 쓰고, 쓰면서 생각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조급하게 빠르게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연필로 천천히 쓰다 보면 그 행위 자체가 내 생각의 균형을 잡아 준다. 늦은 시간 떨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간에 제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니까.
_태재 <깎고오겠습니다>에서

한동안 잠자리가 그려진 4B 연필은 꼴도 보기 싫었다. 그렇게 입시 미술로 보냈던 시간을 부정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그 시절 미술 학원 실기실 구석에 있던 그 큰 쓰레기통으로 떨어진 나무 비늘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을.
_재수 <나무 비늘의 시간>에서

내 오른손에 있는 굳은살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건 내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입시생도 아닌 서른 살 직장인 손에 굳은살이 있다는 건, 매일 연필을 쥔다는 뜻이니까.
_김혜원 <굳은살을 알아봐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에서

어른이 되어서는 연필 살을 깎아 내고 심을 다듬으면서 앞으로 노트에 쓰게 될 글자들과 그려질 선을 떠올린다. 서두르지 말 것. 완벽한 모양을 기대하지 말 것. 부러져도 상심하지 말 것. 그리고 언제나 써야 할 말보다 더 많은 연필을 준비할 것. 연필을 깎아 온 수많은 시간 동안 그런 것을 배웠다.
_최고요 <어느 날 연필이 나에게>에서

하지만 연필을 들이대는 동안, 나는 안전했다. 얼마든지 틀리고 게으름 부릴 수 있었으며, 무언가를 확정하지 않았으니 책임을 질 일도, 무너질 일도 없었다. 무언가를 적어 놓았더라도 언제든 철회하면 그만이었고 지우개로 박박 지우면 흔적이 남지 않았다.
_김은경 <탕웨이와 김태용과 편집자의 STAEDTLER 연필>에서

그 줄을 죽죽 그을 때, 이 달에 내가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들을 스스로 일해 번 돈으로 납부했을 때, 기어이 그런 사람이 되고야 말았을 때, 나는 작은 뿌듯함을 느낀다. 이렇게 사람 구실하고 살고 있는 우리가 자랑스럽다.
_한수희 <그어도 좋아>에서

어쩌면 쓰인 적 없는 연필, 그어지지 않은 성냥, 수신인에게 도달한 적 없는 우표는 그 자체로 무한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 연필은 무엇이든 쓸 수 있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그 부재하는 세계를 간절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수집가가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_김겨울 <무용함>에서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연필’에 관하여 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최애 연필이 하나씩은 있겠지? 혹시 아직 마음에 꼭 드는 연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가까운 문방구에 가서 끌리는 연필을 손에 쥐어 보고, 써 보고, 사각 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고, 흑심을 감싸는 나무 향을 맡아 보자.
_펜크래프트 <연필을 쓰는 5가지 이유>에서

연필을 수 천 자루 모은 우리도 아끼는 연필은 아직 선뜻 쓰지 못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일을 할 때나 소중한 글을 적을 때는 아끼는 연필로 써 보길 추천한다. 쓰면 더 소중해지기도 하니까. 물론 안 써도 좋다. 그 연필이 10년 뒤 또는 20년 뒤에 누구에게 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쓰지 않고 간직해 준 덕분에 우리도 이 소중하고 오래된 연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처럼.
_흑심 <오래된 연필을 모으는 이유>에서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이 책을 추천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