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럿 박사님, 누가 복도에서 쓰러졌는데 심정지예요!” 심정지는 의사나 간호사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진료 중인 환자에게 예의를 차리거나 사과의 말을 건네지 않고 자리를 떠나도 되는 유일한 상황이다.
간호진과 언어 치료사들, 물리 치료사들, 에드나에게 수많은 시간을 쏟았던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참담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참담함을 느낀 이유는 에드나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그토록 오래 지속된 ‘기나긴 죽음’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폴린은 내가 살려내지 못한 모든 환자들을 태우는 버스의 승객이 되었다. 세월과 함께 이 버스의 자리가 채워진다. 모든 의사에게는 유령들을 태운 자기만의 버스가 있다. 내 생각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료의 명암을 감당하는 능력이 저마다 다르기에 그 능력에 적합한 전공 분야에 끌리는 것 같다.
현실에서 심폐 소생술은 힘들고 혼돈으로 가득하며 대개는 실패한다.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뇌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병원을 떠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심장이 멈추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응급실이나 관상 동맥 집중 치료실, 중환자실이다. 이런 곳에서 멀어질수록 생존 확률이 낮아진다. 뇌 손상 없이 생존할 확률은 훨씬 더 낮다.
소생술에 실패할 때마다, 나도 조금씩 죽는다. 그러나 동시에 뭔가가 자란다. 어쩔 수 없이 경험이 자라나지만, 지혜도 자란다. 인생은 불공평하고 변덕스럽지만, 동시에 소중한 것이며 결코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어머니의 엉덩이에 묻은 변을 닦아내며 내가 아기였을 때 어머니가 내 엉덩이를 얼마나 많이 닦아주었겠느냐고, 내가 어머니에게 똑같이 해줄 날이 올 줄 어머니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정신이 명료하던 시절에 어머니는 자신이 늙을 거라는, 특히 ‘분별력을 잃을’ 거라는 생각을 언제나 싫어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음에도 안락사에 찬성했다. 아들이 화장실에 데려다줘야 하는 모욕을 겪을 줄 미리 알았다면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있다면, 극단적인 기분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비로 인해 몸이 젖거나 추위 또는 눈부시게 작열하는 태양을 경험하는 일은 거의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자연스러운 불편함, 실생활을 살아갈 때 느껴지는 불편함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다. 지나친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술에 취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성욕도 없다. 버려질 일도 없다. 이곳은 약광층이다.
죽음과 관련된 암울한 통계가 많지만 머릿속 가장 은밀한 지하 감옥으로 추방된 죽음은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와 관련이 있다. 부모들 중 5분의 1이 자녀 중 한 명이 먼저 죽는 모습을 본다. 그 자녀는 성인일 수도 있고 장년일 수도 있지만, 똑같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래 환자 진료실에서 노인 환자의 병력을 살펴보면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이 발견될 때가 많다. 그런 환자들은 마치 삶의 온도 조절 장치에서 눈금이 한두 단계 내려가기라도 한 듯,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서글픈 분위기를 풍긴다.
간호사들이 침대에서 그를 옮기려 하자 톰은 도움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톰. 우리가 몸을 들어 올릴게요”라는 간호사들의 말에 톰이 대답했다. “네, 간호 쪽을 맡아주세요. 저는 죽는 쪽을 맡을게요.” 임종을 앞두고 유머를 듣는 일은 가끔 일어나는데, 톰다운 행동이었다. 음울한 익살을 곁들인 이타적인 모습이었다.
결국에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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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괜찮은죽음 #데이비드재럿 #죽음 이 영상은 윌북 출판사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사람의 수명이 150세에 이를 때가 올 거라고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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