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우리에게는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다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남에게 늘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 중에 자신을 잘 챙기며 사는 사람은 드물어요. 남에게 항상 착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 자신에게 자주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동료, 후배, 상사 눈치 보느라 할 말 못하는 나, 단체 채팅방에서 회사 사람들 말 한마디 놓칠까 봐 퇴근하고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나, 가족 눈치 보다가 결국 싫은 일을 도맡는 나……. 타인의 잣대에 갇힌 나를 지옥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내가 바꿀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바꿀 수 있습니다.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면서 연결되고 싶다면 먼저 내 마음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마음에도 공감할 수 없어요. 눈치를 보거나 관계의 피곤함에 시달리거나 관계를 끊고 싶어집니다. 정신의학자이자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우리는 스스로 자기감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프랭클이 말하는 공간은 자극과 반응의 완충 지대입니다.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자유와 힘은 나에게 있습니다. 침착하게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관계를 살리는 말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료와 친구를 구별하지 못하면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심리적 소모를 많이 하게 됩니다. 동료 간의 공감과 소통 능력이 향상될수록 업무 성과는 높아집니다. 하지만 팀워크와 우정은 다릅니다. 동료와 친구가 되려 하고, 우정까지 쌓으며 사적인 심리적 연결까지 해내려고 하면, 오히려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도 합니다. ‘동료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동료와 깊이 공감하려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업무적인 협력 관계에 중점을 둔 지혜로운 관계 맺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위로라고 생각하는 말들이 듣는 이에게는 ‘정서폭력’일 수 있습니다. ‘죽은 아이 나이 세기’를 같이 해주고, 망자와의 추억을 함께 되새기고, 슬픔에 빠진 사람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게 가장 좋은 위로일 수 있어요.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말하기는 쉬운데 잘 들어주기란 참 어렵죠. ‘공감’이란 나의 마음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예요.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 공감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공감대화’는 관계를 살리는 핵심 요소입니다. 공감대화는 이 한 문장만 기억하면 됩니다.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하세요.'
이 원칙 하나면 충분해요.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살리는 공감대화의 원칙이에요.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생각과 판단을 내뱉어서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서로가 원치 않는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관계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렇게 일하지 마”가 아니라 “나는 당신이 이렇게 하면 참 좋겠어”로 바꾸어 말하는 거죠. 상대에게 명령하는 게 아니라 부탁하는 거예요. 명령은 거부하고 싶은 반면 부탁을 받으면 너그러워져서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상대에게 긍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는 말로 바꾸어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가정법원에서 열리는 이혼소송 재판을 보신 적이 있나요? 쌍방이 서로 “말이 안 통한다”라며 상대를 비난합니다. 제가 가족상담을 할 때에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 사람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였어요. 같은 한국말을 쓰는데, 왜 말이 안 통하는 걸까요?
의사소통은 감정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이유는 감정이 안 통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섭섭한지, 어떤 말 때문에 불쾌한 감정이 생겼는지 표현해야 상대가 알고 사과를 하든지 변명을 하든지 할 텐데,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기 일쑤입니다. 좋은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표정과 눈빛, 몸짓으로 더 많이 전달되지요. 하지만 상대와 나 사이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는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상처받을 일도 아닌데 왜 괴로워해? 마음이 그렇게 약해서 어떻게 살래?”
“넌 너무 예민해서 뭔 말을 못하겠다. 난 상처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상대는 나에게 상처 줄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고, 상처 준 것조차 몰라 조금의 죄책감도 못 느낄 수도 있고, 알더라도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당당할 수도 있어요. 상대 탓만 할 수는 없는 게 ‘상처의 강도’랍니다.
유난히 상처를 잘 받는 편인가요? 유난히 감정이 예민하다면 마음속에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많을 수 있어요.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들도 조심할 게 많으니 편한 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마음도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마음 근육이 튼튼해지면 상처받는 빈도와 강도가 낮아져요. 나를 보호할 수 있고, 할 말 하고 상처 덜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건강한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대등한 관계예요. 그런데 스스로 욕구와 감정을 억누르고, 누구를 만나도 상대에게 관계의 권력을 내어주고 휘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타인의 평가=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타인의 평가는 그야말로 그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평가는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면 상대가 나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어요.
“넌 행동이 너무 느려. 좀 빨리빨리 움직여!”
“상미 씨는 기획에 창의성이 너무 없네요. 다른 팀원들이 프레젠테이션할 때 잘 보고 배워봐요.”
이런 말에 휘둘리지 말고 선택적으로 수용하세요. 중요한 건, 내가 왜 이렇게 타인의 말에 흔들리고 상처받고 자책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지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일이에요.
저는 크나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상담합니다. 상처가 깊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극복할 힘이 없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군요. 자신의 아픔을 극복할 힘을 이미 내면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는 마음 근육이 약해져 그 힘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한 집안, 한 회사에서 한 사람만 나서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을 하면 전염이 돼서 주변 사람들까지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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