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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명상, 참 마음이 따뜻해 - 배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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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참 마음이 따뜻해

배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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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이런 내 마음을 크기나 넓이로 재보고 싶다. 미묘하기 짝이 없는 마음의 크기를 어떻게 잴까. 기억을 더듬어보자.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조차 없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는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상에서 나는 얼마나 옹졸하게 살아가는가. 집에서 식구들과 다투고, 학교나 직장에서 동료와 티격태격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거창한 일로 다투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좋은 음악을 듣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상대방과 서로 취향이 조금만 다르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한번 나빠진 기분은 또 다른 행동으로 확장된다. 관계를 개선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내 기분이 좋으면 싱글벙글하다가도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곧바로 다시 틀어진다.

호흡의 종류나 방법에 관심이 있다면 그 관심과 주의를 내 마음의 움직임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코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순간에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호흡을 중시하는 이유가 뭘까.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이기에 호흡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누구나 가장 쉽게 마음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갓난 아기도 숨은 쉰다. 지금 무슨 일을 하든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순간을 알아차려보자. 이것이 마음챙김 명상이라면 너무 싱거운가? 그동안 명상을 어렵고 복잡하고 기이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생각한 것은 아닌가? 또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 그것만 배우면 단번에 인생 역전하는 행운을 기대한 것인가?

불쾌한 감정이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속으로 ‘아, 내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본다. 그러고는 즉각 내 마음의 주의를 몸의 감각으로 돌려보는 것까지가 훈련이다. 불쾌한감정이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내 호흡으로 주의를 돌려보자. 또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주의를 콧등, 입술, 손바닥 등의 움직임으로 돌려보는 것도 좋다. 내 주의를 돌리는 호흡이나 콧등, 입술 등은 일종의 파도를 헤쳐 가는 배의 닻 같은 역할을 한다. 닻은 바다에서 배를 정박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내 주의를 호흡으로 돌림으로써 감정의 변화에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유쾌한 감정이 들어올 때도 같은 방식으로 훈련을 한다. ‘아, 내가 유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베트남 출신으로 197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틱낫한 스님도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명상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여기에 숭산 스님이 전한 한국 선불교의 영향도 적지 않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도 마음챙김 명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마음챙김 명상에는 남방불교, 북방불교, 티베트불교 등이 모두 종합되어 있는 셈이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점에서 ‘기독교 명상’의 영향도 기본적으로 배어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1990년대 이후 뇌과학의 발전이 크게 작용했다. 뇌를 촬영하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 마음이 뇌에 미치는 어떤 영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배경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마음챙김 혁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BTS의 대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는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는 뜻을 담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BTS 만트라(mantra)’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다. 만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음을 위한 주문 같은 것이다. 자기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타인과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BTS의 ‘러브 유어셀프’가 그런 기능을 한다는 얘기다. BTS 만트라는재미있으면서도 정곡을 건드린 표현으로 보인다. 만트라 자체가 실제 명상의 일종이기도 하다. 세계 톱클래스 가수들만이 한다는 월드 투어의 주제도 ‘러브 유어셀프’였다.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퀸이 섰던 윔블리경기장 무대에서도 BTS 만트라는 울려 퍼졌다. BTS 리더 RM은 유엔의 초청으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는데 그 주제도 ‘러브 유어셀프’였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정의로운 행동에 기꺼이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부족한 게 아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으면서 전체 현실을 껴안을 수 있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틱낫한, 『너는 이미 기적이다』) 틱낫한이 말한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못할 것도 없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관점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으면서 전체 현실을 껴안을 수 있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 틱낫한이 말하는 그 사람은 공자가 말하는 중도를 실천하는 군자를 닮은 것 같다. 군자와 소인의 경계도 그리 먼 것만은 아니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때로 군자도 되고 때로 소인도 된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현대인의 일상을 돌아볼 때, 현대인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멩이 지적한 대로 집중력일지도 모른다. 멩은 집중력이 향상되어야 최종 목표인 통찰의 경지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멩이 제시한 명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려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 호흡하라!” 이것이 그가 제시한 명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제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제풀에 꺾이기 마련이다. 하루에 한 번 호흡하는 것을 규칙으로 정해놓으면 이 약속은 지키기 쉽다. 한 번 호흡을 할 줄 알면 두 번, 세 번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챙김 명상이 불교와의 연관성까지 부인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독교 문명이 우세했던 서양에서 마음챙김 명상이 크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 사회의 반발은 없었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요가를 비유로 들어 대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요가를 어느 정도 많이 하나요? 한국의 기독교인이나 불교인이 요가 하는 사람을 보고 화를 내나요? 아마 극단주의자들만 화를 내고 불편함을 표시할 것입니다. 대다수는 요가가 몸에 좋기 때문에 하지요. 요가를 한다고 해서 힌두교로 개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마음과 생각을 훈련하는 것도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웰빙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뇌과학의 발전이 명상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어요.”

호흡 명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자기 몸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안정되고 편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방석 위에서 가부좌를 틀어도 되고 의자에 앉아도 된다. 어떤 자세든 안정되면서 편안해야 한다. 그래야 압박감 없이 몇 분간 고요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등을 똑바로 세우되 너무 경직되지 않으면서도 위엄 있는 자세가 좋다. 자세를 편안히 한 다음에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손을 편안하게 무릎에 얹어놓는다. 콘필드는 명상은 자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만약 명상을 하다가 다리에 쥐가 난다든지 몸이 불편해지면, 불편함을 자각하면서 자세를 바꾸면 된다. 편안한 자세를 취했으면 눈을 부드럽게 감는다. 눈을 살짝 뜨고 시선은 2~3미터 앞 아래쪽을 바라봐도 된다.

MBSR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두 차원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생각의 차원이다. 생각은 각종 선입견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음챙김 훈련으로 드러나게 되는 또 하나의 차원은 자각(awareness)이다. 자각의 세계는 공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각의 공간은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무한대다. 한 번 날갯짓에 구만리 창공을 날아오르는 장자의 대붕이 연상된다. 장자의 대붕은 우리 마음의 무한대 크기를 비유한 것은 아닐까? 이로써 인간이 작은 참새처럼 좁게 마음을 쓰는 모습을 대비한 것은 아닌가? 장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돈이나 학식이나 권력이 대붕의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대붕은 마음 씀씀이에 달렸다. 장자는 ‘무기(無己)’라는 말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라고 요청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는 이미 죽음이 있다.인디언 우화와 비슷한 이야기를 에리히 프롬도 제시한 바 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이면서 명상에도 관심이 많았던 프롬은 자신이 지은 『인간의 마음』에서 ‘인간은 늑대인가, 양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가 말한 나쁜 늑대와 착한 늑대가 프롬에서는 늑대와 양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불면증 환자나 우울증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그 역시 수면제·신경안정제·항우울제 등을 처방하곤 했다. 한 환자에 3분 정도면 진료가 끝났다. 어느 날 그 같은 진료 행위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다. 자연의학 중에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발병하기 전에 병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식사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등 4대 생활습관을 이야기한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습관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습관은 명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

원 교사는 “학급과 학생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한 행복송이 나 자신부터 살려내는 듯하다. 일이 좀 늘었어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온 아이들도 행복송을 부르며 화를 누그러뜨리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좀더 연구해서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는 어른들만 받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과 청소년도 각종 스트레스에 고통받는다. 스마트폰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내쉴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송이 응암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초중고등 학교 교실에서 울려 퍼질 수는 없을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마리나중학교에는 ‘숨 쉬는 방(Room To Breathe)’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숨 쉬는 방’은 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명상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하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이 방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도 2012년에 제작되었다. 다큐 제작자 러셀 롱은 명상 교육을 도입하기 이전의 혼란스러운 교실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끊임없이 사소한 일로 다투고, 시끄럽게 떠들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수업 중 걸어 다니는가 하면, 심지어 교실을 나가는 아이도 나온다. 이 같은 장면이 미국의 학급에만 있을까? 오늘날 우리의 교실과 학생들의 실상과도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자기 생일조차 모르는 동백에게 용식은 이렇게 말한다. “생일 모르면요, 맨날 생일로 하면 돼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드릴게요. 동백 씨의 34년은요, 충분히 훌륭합니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살리기도 한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칭찬은 또 하나의 밥이다. 우리 사회에는 그 밥이 부족한 것 같다. 험악한 말, 비열한 말, 공격적인 말이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가족 안에도 있고, 작은 집단에서도 발견된다.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분위기다. 누구든 걸리면 죽는다는 살벌함까지 느껴진다. 거짓말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도 난무하지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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