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몸이 부끄럽다고 느꼈다. ‘내가 뚱뚱한가?’라는 고민에 빠졌고 인터넷에서 다이어트 방법을 검색했다. 내 몸은 콤플렉스가 되었고 최고의 단점이자 숨기고 싶은 부분이 되었다. 그 당시 내 나이는 고작 11살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부터 나는 ‘몸평(몸매 평가)’에 눈을 떴다.
음식을 최대한 줄여 초절식을 했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폭식을 했다. 분명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폭식한 뒤에는 후회만 남았다. 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줄자를 들고 거울 앞에서 사이즈를 쟀다.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곳곳을 자세하게 쟀다. 조금 사이즈가 늘어나면 불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손가락을 목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러자 바로 몸이 반응했다. 목을 타고 올라오는 무언가에 거북함을 느끼면서도 안도감이 들었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한 번, 두 번 손가락을 찔러 넣을 때마다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상할 만큼 그 상황이 겁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오히려 오늘은 살찔 일이 없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항상 미래만 생각했다. 아름다워져서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내 모습만 상상했다. 이 모습 그대로 혹은 더 살찐 모습으로 살아가는 미래를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살찐 내 모습과 인생은 가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단한 착각이었다. 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진짜 내가 누구인지 들여다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온전히 음식 자체에 집중해서 행복하게 먹었던 적이 언제였지?’ 기억나지 않았다. 나에게 식사 시간은 늘 살찌는 시간이었고 맛있는 음식은 긴장하며 먹어야 하는 스트레스의 대상이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마음껏 먹어도 늘 마음 한 켠에는 늘 살찔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과 칼로리를 계산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이 멋진 감각을 두고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냈는지 허탈함이 느껴졌다.
‘여자 몸무게는 50kg이 넘어가면 안 된다’ ‘예쁘면 고시를 패스한 것과 같다’ ‘시집 잘 가서 남편에게 사랑받고 잘 살면 장땡이다’ (중략)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재단하듯 외모를 평가하는 말들. 되돌아보니 나는 그동안 사람이 아니라 여자였다. 그것도 가장 예쁜 여자가 되길 원하는 여자. 그러나 가장 예쁜 여자라는 타이틀은 허상이었다. 이제는 내 존재 자체로 살고 싶다. 다른 누구에게 사랑 받지 않아도 나로서 굳건히 서있을 수 있는 강한 내가 되고 싶다. 살을 빼야만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고 믿었던 나는 묻어두고 지금 내 모습 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뤄야겠다는 마음이 요동쳤다.
62kg. 내가 나답게 살 때 내 몸이 가장 편안해 하는 체중이었다. 세상이 인정하는 몸무게가 아닐지라도 나는 굳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었다. 내 몸을 혐오하고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내 몸을 긍정할 이유는 충분히 넘쳐났다. 더 이상 몸무게의 앞자리가 ‘4’이어야만 한다는 강박도 사라졌다.
대체 살에 대한 거부감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래,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사람들에게 놀림 당할 것 같아서, 미움받고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시작된 거였어. 그러나 나는 내 몸과 몸무게가 나의 가치를 대변해줄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무엇보다 지금 모습으로도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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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 못빼서 인생 망하면 엄마가 책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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