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가끔 제게 단어의 어원을 묻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단어 이야기에 원래 끝이란 없으니까요. 단어에서 단어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항상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두 단어 사이에도 숨은 고리가 있지요.
gene(유전자)은 그 어원이 ‘탄생’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genos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generation(발생), regeneration(재생), degeneration(퇴보) 등의 단어에도 같은 어근이 들어 있습니다. genos와 라틴어 사촌 genus는 영어 단어 속에 숱하게 들어 있는데, 그중엔 의외의 단어도 많습니다. generous가 그 예입니다. generous의 원래 뜻은 ‘잘 태어난’, 다시 말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이었습니다.
sky는 바이킹들의 ‘구름’이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구름이나 하늘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하늘이 온통 구름이니 뜻이 ‘하늘’로 바뀌어버렸지요.
한 예로, mating(짝짓기)은 원래 ‘meat를 나눠 먹는 것’이었습니다(meat는 옛날에 고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음식을 뜻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companion(벗)도 ‘빵을 나눠 먹는 사람’입니다(라틴어로 ‘빵’이 panis였습니다).
여기서 ‘직물’ 또는 ‘짜임새’를 뜻하는 라틴어 textus가 text(글), texture 짜임새, textile(직물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현대 영어에서도 이런 식의 비유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짜낸다(weave a story)’라고 하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민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수놓는다(embroider a story)’라고 하고 ‘이야기의 가닥(thread of a story)’이라고 하면 하지요.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빈의 서재에 앉아 뭔가의 이름을 골똑히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영혼의 여신이자 신비로운 나비, 프시케(pasyche)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그래, 이건 ‘영혼을 분석’하는 일이니 psychoanalysis라고 하자. analysis는 그리스어로 ‘풀어주기, 놓아주기’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이엘사 홍보팀 직원들은 머리를 굴렸습니다. 디아세틸모르핀을 복용한 사람들에게 느낌을 물었더니 한결같이 기분이 끝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영웅(hero)’이 된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홍보팀은 신약의 이름을 ‘헤로인(heroin)’이라 하기로 했고, 이름 덕분인지 약은 잘 팔려나갔습니다.
어원상 에스프레소가 급행이라면, 카푸치노(Cappuccino)는 모자입니다.
돈은 괴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어원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둘 다 라틴어 ‘monere(‘모네레’)’에서 유래했거든요. 둘의 연관성은 비록 우연에서 비롯되었지만, 그래도 의미심장합니다. monere는 라틴어로 ‘경고하다’를 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premonition은 ‘사전 경고’, 더 나아가 ‘불길한 예감’을 뜻하지요.
주택담보대출, 즉 모기지(mortgage)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봤다면 mortgage가 문자 그대로 ‘죽음의 서약’이라는 말에 그리 놀라지 않을 겁니다. 혹시 mortuary(영안실)를 담보로 잡았다면 그 말이 더 생생하게 와닿긴 하겠지만요. mort란 죽음이니, 인간은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mortal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서 확실한 건 죽음과 모기지 대출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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