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항상 ‘인생은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믿는데, 옛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레벨 업한 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옛날의 나로부터 지금의 나까지를 모두 다 품은 내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더 넓어진 나야말로 더 나아진 나일지도 모른다.
- 「배역과 진짜」 중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마음을 열려는 태도다. 미리 재단하려는 마음 없이. 여기서 세계를 파악하는 두 태도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즉 세계를 화분들의 집합으로 파악하느냐, 아니면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이해하느냐. 좁은 화분을 벗어나 울창한 숲속으로 나아가려면 우선 내 마음이라는 화분부터 깨버려야 할 것이다.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된다는 건 내게 그런 의미였다.
- 「화분에서 숲으로」 중에서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는 중인데 상대가 건성으로 듣고 있다고 느낀 적 말이다. 내게 집중하지 않으면 누구나 바로 그걸 느낀다. 누가 그런 상대에게 자신에게 소중한 것, 이를테면 진심을 꺼내놓겠는가.
- 「양질의 대화를 위한 생각들」 중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작가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책과 작가의 남다른 장점을 찾아내 칭찬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칭찬폭격기’라는 별명이 내게 붙어 있었다. 작가가 미처 겸양을 차릴 새도 없이 면전에서 칭찬을 퍼부어 ‘초토화(?)’해버린다는 의미다. 작가님들은 곧잘 말씀하기를, 자신이 책을 쓸 때 알아봐주길 바라며 공들였던 부분을 내가 정확하게 끄집어내 칭찬해줘서 놀랐고 고맙다고 한다. 나는 그럴 때가 참 즐겁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쓸 때가.
-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 중에서
언젠가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시며 늦도록 얘기를 하던 중에, 내가 예전에 했던 얘기를 다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이 얘기 내가 너한테 하지 않았던가?”라고 물으니 친구가 “응, 했어” 한다. “왜 말 안 해줬어? 지겹잖아, 들었던 얘기. 이러다 나 나이들면서 했던 얘기만 하고 또 하게 되면 어떡하지? 무섭네.” 나는 이때 친구가 취해서 어눌한 말투로 했던 대답을 잊지 못한다. “야…… 그러면 좀 어떠냐?”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하고 고마울 수 없었다.
- 「최고의 안주는 대화」 중에서
여러 조건이 잘 맞으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생겨나고 사이를 오가게 된다. “어디, 자네도 얘기 한번 해보게” 한다고 해서 소통이 일어나는 게 결코 아니다. 빛과 온도와 습도가 잘 맞으면 흙속의 씨앗들이 너도나도 싹트듯이, 편안하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이야기꽃’이라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 「단군 이래 가장 큰 여성 작가 모임」 중에서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이런 침묵은 몇몇 가깝고 특별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한 형태다. 함께 나눈 수많은 대화와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의 결과로, 우리 사이에는 실핏줄을 닮은 무언의 통로 같은 것이 생겨나 있다. 적어도 서로를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와, 무언가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거기 있음을 안다.
- 「침묵에 대하여」 중에서
관계를 정말로 존중한다면 그에 들여야 하는 노력은 예의를 갖춰 정확히 말하려는 노력이지, 참고 또 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 전자는 느슨해진 나사를 조이고 기름을 쳐서 관계가 오래가게끔 정비하는 것이고, 후자는 쉽게 나을 수도 있었던 상처들을 덮고 덮어 곪게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일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대부분 상대도 나를 참아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예의를 갖춰서 정확히 말을 꺼내보라. 그럼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 「그런 것까지 굳이 말로 해야 됩니다」 중에서
나는 마이크 앞에 선 여자가 더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 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질병을 앓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마이크들을 더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쓰고 들어야겠지. 내게 마이크가 있는 한, 아니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더 많이 말하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지금껏 들리지 않았던 수많은 목소리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싶다. 한없이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분들처럼, 나도 편견 앞에 주눅든 많은 사람들에게 목소리 낼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고 싶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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