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은 자존감에 대해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내려진 큰 결론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처한 삶의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자존감만을 상승시키려는 시도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듯 나 자신에게도 너그럽고 자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자기 자비self-compassion)이나 자신을 판단해 버릇하지 않는 것(마음 챙김mindfulness)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자존감이나 행복에 대해 배울 때보다 자기 자비와 판단하지 않기에 대해 배우면서 나 자신에게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분명 나의 자존감은 낮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많은 불안과 채워지지 않은 욕망에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나는 멋진 사람이라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혹시 그렇지 않게 될까 봐 언제나 불안해했다. (…)
좌절의 구렁텅이에서는 항상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이런 머저리’, ‘이래서 네가 안 되는 거야’ 같은 악담을 나에게 퍼부었다. 드높아야 할 나의 자아상에 흠집이 나도록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나라는 존재에게 화풀이를 했다.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상처를 주면서까지 나의 자존심과 자아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 ‘자존감이 높은데 왜 항상 불안할까?’ 중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한 방법으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높은 자존감은 자존감 추구 과정의 결과일 뿐 그 자존감 추구법이 ‘건강한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높지만 전혀 건강하지 않고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울 수도 있는 자존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자존감이 우리를 때릴 수도 있다’ 중에서
나 자신에 대한 ‘평가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먼저, 자신에 대해 평가자로서의 태도를 버리고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갖는 것이다. 스스로 평가감독관이 되어 그때 왜 그랬냐며 꼬치꼬치 캐묻고 그러니까 너는 안 된다며 비난하는 등의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친구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나에게도 보내고, 친구에게 할 법한 친절한 행동을 나에게도 하는 것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점수를 매기던 채점표를 내려놓고, 힘들 때는 위로해주고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는 등, 인생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나 자신과 좋은 동료가 되어 함께 뛰는 것이다. ■ ‘언제까지 너를 평가할 거야?’ 중에서
이는 높은 자존감을 추구하느라 자기 마음에 상처가 나든 말든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고, 조금이라도 자존감을 해칠 만한 일(자기 기준에 못 미치는 일)을 하면 자신을 철저히 응징하는 행위이다. 소중히 대해 할 ‘진짜 나’를 자존감을 받들어 모시는 노예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친절한 태도를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너그러움의 세 요소 중 첫 번째이다.
자아를 받들며 살기를 조금 내려놓고, 타인을 대하듯 나에게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보면 어떨까? 나를 향해서도 따뜻하고 자애로운 시선을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숨 쉬듯 쏟아내는 자기 비난의 해로움을 알고 이를 제지하는 것이다. ■ ‘왜 너 자신한테만 엄격해?’ 중에서
개인적으로 리어리 교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에게 ‘자아가 저주’라는 그의 지적이 정말 내 이야기 같았다고 말했더니, 그는 웃으며 자기에게도 자아는 오랫동안 저주였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거밖에 안 되느냐고 스스로를 비난할 때가 있다고 했다.
리어리의 말은 굉장히 놀라웠다. 학계의 거물급 학자인 그도 자기를 비난한다니, 자아가 가진 저주의 힘이 그렇게나 강력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나는 나 같은 사람만 자기 비난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대단한 사람도 똑같단 말이야?’ 그 순간 말 많은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서, 같은 괴로움을 짊어지고 있는 동지로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 ‘자아가 너를 해치게 두지 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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