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심플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고수하던 신혼부부도 아이가 생기고 가구와 물건이 늘어나다 보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입니다. 이럴 때 흔히들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공사만으로는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때가 바로 ‘공간에 제 역할을 부여해야 할 때’입니다.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때가 있습니다. 아무 때나 사시사철 하는 것이 아닙니다. 1인 가구가 결혼할 때, 신혼부부에게 아기가 태어났을 때,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 퇴사를 하거나 은퇴했을 때, 중년 부부가 자녀들을 독립시켰을 때처럼 인생에 큰 변화가 생겼을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공통점이라면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거나 삶의 패턴이 달라졌을 때 살고 있는 공간을 되돌아보고, 변화한 삶에 맞게 공간의 목적을 수정하고, 거기에 맞게 새로운 콘셉트를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_ 누구를 위한 집인가?
거실과 방 하나만 있는 집을 예로 들었을 때 매일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아빠가 있다면, 아빠 침대를 거실에 놓아보면 어떨까요? 침실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늦게 온 아빠는 아이들 깰 걱정 없이 편하게 씻고 TV도 보며 좀 쉬다가 잘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침대를 거실에 두느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아직 어린 여러 의뢰인들 댁에 적용해본 결과 아빠들의 만족도가 최고였습니다.
방이 2개 이상 될 때는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방을 따로 준비하고 꾸미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웬만한 한국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엄마아빠와 함께 잡니다. 외국 아이들은 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렇게 되면 최소 5~6년 동안 그 방은 늦게 들어온 아빠가 불편한 자세로 자는 방이 됩니다. 아이가 어리면 대체로 한곳에서 모두 함께 잠드는 경우가 많고, 널찍하고 낮은 패밀리 침대를 새로 들여놓아도 늦게 들어온 아빠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빠들이 아기방에서 자게 되는 것입니다.
_ 누구를 위한 집인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알파룸을 놀이방으로 쓰면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고학년이 된 이후에도 계속 놀이방으로 유지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자라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놀이방이 아닌 공부방이 필요해지니까요. 공간의 역할도 쓰는 사람의 성장과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한번 정해졌다고 해서 완전히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혼자만의 방을 갖고 싶어 할 때가 되면 아이 방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알파룸은 다시 용도를 바꿔야겠죠. 그때가 되면 이 가족에게 또 다른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지만, 공부방으로 꾸미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알파룸은 또 다시 제2의 창고가 될 수 있습니다.
_ 누구를 위한 집인가?
앞에서 소개했듯이 정리하고 싶은 카테고리의 물건을 몽땅 꺼내어 한곳에 모읍니다. 책이면 책, 옷이면 옷, 전부 다 한눈에 보여야 합니다. 일단 다 꺼내서 펼쳐보고 전체를 파악합니다. 전체가 파악되면 우선순위가 매겨집니다. 우선순위가 생기면 다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이 많은 물건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이것이 집에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같은 물건이 10개 있다고 칩시다. 집이 넓어서 10개를 다 수납할 수 있다면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10개를 다 꺼내놓았는데, 아무리 봐도 버리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면 그냥 10개를 다 보관하면 됩니다. 모두 다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니까요. 오랫동안 꺼내 보지 않았고,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이라도 소장하고 싶은 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절대 ‘버리기를 위한 버리기’는 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_ 버리는 게 능사가 아니건만
처음 작업을 위해 집을 찾았을 때는 저희도 물론 그런 상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필요 없는 물건이니 모두 버려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죠. 누가 봐도 좋은 집에 비싼 물건들이 많았고, 사진 속의 가족들은 화목해 보였습니다. 어수선한 집이야 일하며 늘 봐왔던 것이었기 때문에 의뢰인이 생을 마감할 생각까지 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집에서 저희 직원들과 3일간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하루하루 의뢰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날, 정리와 재구성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스타일링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그분이 무언가 마음먹은 듯한 표정으로 저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자신이 집을 정리해놓고 죽을 생각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유품 정리하듯이 공간 컨설팅을 의뢰했는데, 3일 만에 그동안 살아왔던 공간이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다시 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습니다.
_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쳤다면 이제 주방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한동안은 스탠드가 굉장히 핫했습니다. 그러나 스탠드 말고도 주방 분위기를 확 바꿔줄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저는 주방에 그림 거는 것을 정말 추천합니다. 아니면 주방 한쪽 벽면을 산뜻한 컬러로 페인팅해서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주방에서 식사를 자주 하는 집이라면 이곳에 먹음직스러운 과일 그림이나 원색 이미지를 거는 것이 좋고, 식사보다 책을 읽거나 일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 차분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걸거나 안정감 있는 컬러 페인트로 벽면을 칠하면 좋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주방 한쪽 벽면에 책장을 놓아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공간만 허락한다면 주방에도 얼마든지 책장을 놓을 수 있습니다. 자주 읽는 책들을 책장에 진열하면 정말 북카페 같은 분위기도 연출됩니다. 식탁이 북카페 테이블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 공간이 주방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나치게 많은 책보다는 요즘 즐겨보는 책,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관련 도서 정도를 수납하는 것이 좋습니다.
_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우리 집 공간 컨설팅
이렇게 옷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드레스룸이 있어야 합니다. 드레스룸으로 만들 공간을 확보했다면 방에 들어섰을 때 처음 보이는 벽면에는 문이 있는 옷장, 반대쪽에는 시스템행거를 설치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벽면에는 창을 가리지 않을 정도 높이의 폭이 넓은 6칸짜리 서랍장을 배치합니다.
이렇게 수납공간이 나뉘었다면 이제 옷을 계절별로 분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계절이 여름이라면 시스템행거에 여름옷을 걸어두고 옷장에는 겨울옷을 수납합니다. 반대로 지금이 겨울이라면 시스템행거에 겨울옷을, 옷장에 여름옷을 보관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옷을 찾아 입기에 편리합니다.
_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우리 집 공간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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