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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관종의 조건 - 임홍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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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조건

임홍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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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책에서는 먼저 관종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여야 할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관심받고 싶어 하는 존재’를 단순히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의 관종 대부분을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Attention Seeker)’라는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한 이유다.
그러나 관종의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단어 이면에 ‘관심(Attention)’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관심은 교환 가능한 화폐의 개념으로 진화했다. 그러한 의미로 접근해 보면 관심을 얻고자 하는 관종은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닌 더 넓은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 <들어가는 말- 세상의 모든 관종에게 바칩니다> 중에서

사람들이 관종에 대해 각기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개인 성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현재 관종이라는 단어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뜻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혼재되어 있는 두 가지 뜻은 바로 ‘극단 행위를 일으키는 행위자로서의 관종’과 ‘관심받고자 하는 성향으로서의 관종’이다.
행위자로서의 관종은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등 결코 일반인 같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보통 타인에게 관종이라고 불리는데, 그들의 성향이 아니라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그러한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관종 행위를 하는 일부 부류는 허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기도 하지만, 질환의 유무와 관계없기도 하다. 그들은 관심을 향한 비뚤어진 쾌락 혹은 관심을 받으면 얻을 수 있는 특정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한다. 그들에 대한 타인의 평가 대부분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관종에 대한 다른 생각과 새로운 정의> 중에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뉴스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기행이나 엽기적인 행각들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음주 운전 방송에서 몸에 불을 붙이는 기행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관종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이를 비난의 언어로 사용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었다. 누구나 관심의 중심에 설 수 있고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서 그 관심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막장과 엽기, 각종 기행을 펼치는 재주를 가진 일부 사람이 관심의 도박판에 참전하기를 부추겼고, 그들은 이와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 결과, 새로운 미디어의 쉬운 접근성과 자유 안에서 선정과 가학이 속절없이 판치는 환경이 생겨난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받기 위해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행위를 하는 일부 BJ들이 생겨나면서 일명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 <관종의 탄생> 중에서

조직에서는 소위 말빨이 좋거나 약삭빠른 사람이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조직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임기응변으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고 간혹 실력자들을 넘어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이런 사람들이 기존의 조직에서 득세할 수 있었던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개인이 회사의 성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를 세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력과 능력을 모두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실제 능력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했다. 당장의 매출과 영업이익만이 아닌 세부적인 관리 지표들이 발전했고, 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직원들이 지금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고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트래킹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비즈니스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라 초과 근무를 기반으로 한 직원들의 열정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 또한 사라졌다.

- <절대적인 진실성> 중에서

인간적 매력과 함께 조직 차원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바로 전문적 특기다. 조직 생활에서의 전문적 특기란 개인 차원에서와 같이 특별한 재주나 지식이 될 수 있지만, 이보다는 회사 안에서의 전문적 업무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조직에서 활동하는 개인이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과 함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꼽힌다. 만약 이 둘 중에서 오로지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조직 사회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든 운명에 처한다. 가령 누구보다 다른 사람과 협력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다른 이들과의 협력하는 데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면 마찬가지의 문제에 처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이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교수였던 조지 하워드는 한 사람이 조직 생활을 잘하는 방법에는 단 두 가지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영향력이란 바로 회사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개인의 실력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협력하는 능력을 뜻한다.

- <관심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조직 생활> 중에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중한 실력을 갖춘 이들 모두가 조직에서 액션 히어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액션 히어로 모두가 실력자인 것은 맞지만, 실력자 모두가 액션 히어로인 것은 아니다. 즉, 실력만으로는 액션 히어로가 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건 무엇일까.
실력은 있지만 관심받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부족하다. 회사에서 조용히 내가 할 일만 마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실력자는 높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는 2부 ‘꺼지지 않는 가시성’에서 살펴봤던 대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모형을 적용할 수 있다.
진정한 액션 히어로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를 겸비함과 동시에 관심받을 방법을 알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관심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실력은 출중하지만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웹툰 〈미생〉의 오상식 과장과 같은 존재로 머물 수가 있다.

- <실력자가 액션 히어로가 되는 방법> 중에서

새로운 시대에서는 고객들의 관심을 위해 그들의 심리를 은밀하게 조작하거나, 진짜가 아닌 인식을 강요하는 방식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고객에게 진짜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가짜로 무언가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해 ‘진짜’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것은 내 산업의 고객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핑크펭귄》의 저자 빌 비숍은 고객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최상의 이득(Peak benefit)’이라고 표현했다. 이 최상의 이득은 겉으로 보이는 ‘표면적 이득’안에 숨어 있는 본연적인 이득이다.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표면적으로 바라는 이득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진정으로 바라는 최상의 이득은 바로 꿈꾸는 삶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용실의 커트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의 표면적 이득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지만, 진정으로 바라는 최상의 이득은 바로 멋진 헤어 스타일을 제공받는 것이다.
수많은 비즈니스 사업자는 아직까지도 고객이 겉으로 바라는 표면적 이득을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런 생각 안에서 차별화를 꾀하다 보니 결국 모두와 똑같아지고, 결국 탁월한 결과를 이끌지 못하는 것이다. 빌 비숍은 고객이 원하는 최상의 이득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모두가 비슷해 보이는 펭귄 무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라고 설명했다.

- <고객의 진짜 관심을 받는 법> 중에서

“모든 것이 콘셉트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라는 문장은 점차 진실이 아닌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거나 나에게 최상의 이득을 선사해 주는 제품이 아닌 상태에서 단순히 날카로운 콘셉트만을 내세우는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적용되는 ‘제품 본연의 콘셉트’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제품의 광고 제작 단계에서 새로운 콘셉트를 부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콘셉트’같은 경우는 앞으로 파급력이 약해질 것이다.
수많은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하고 사라진 상황에서 여전히 그 제품의 콘셉트와 관련 광고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광고를 대행한 광고 기획자들뿐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제품은 이미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단지 광고 기획자들의 포트폴리오에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콘셉트의 강력한 힘을 받아들이는 대신, 콘셉트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함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좋은 콘셉트를 만들어내기 이전에 ‘진짜 기술적 혁신’과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이득’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없다면 고객 자체가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개념을 생각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 <새로운 시대, 피해야 할 4가지 믿음> 중에서

개인의 관심이 모인다는 것을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돈을 벌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개인의 관심은 여론을 움직이고 사회적인 관심 어젠다를 이끌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20세기 초중반 국가를 운영하던 정치 권력자들은 대중 매체를 이용해 대중의 감정을 부채질하는 방식으로, 자기 의도대로 대중의 관심을 조종하고 행동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연방공보위원회를 설치해 대중을 선동한 연합국의 방식은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괴벨스와 나치 정권에 전달되고 발전되었다.
하지만 국가가 대중의 여론을 한 방향으로 조작하는 방식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현대 사회에서 이데올로기 대립이 힘을 잃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사회 전체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변동성이 많은 환경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 안에서는 국민의 관심을 단 하나로 모아서 이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정상적인 흐름 안에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정책을 알리고 계획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 <사회적 관심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 중에서

결국 가짜뉴스를 막는 방법은 콘텐츠 노출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방법, 즉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변화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은 광고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전략을 가능하게 한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추천 알고리즘을 규정하고 이를 제한해야 한다.
플랫폼 회사들이 하나의 기업으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특히나 그들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거나, 사회에 거짓과 헛소리가 퍼지기를 바라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 것이 아니다. 단지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개방하고 모두를 연결해주고 싶었을 뿐이며, 사업 방식 안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이 협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밖에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러한 구조적 조건 안에서는 해악적인 가짜뉴스와 중독적인 콘텐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랫폼 스스로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적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방식 중 효율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대책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마음대로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짜뉴스와 사용자 성향에 맞춘 추천 콘텐츠가 전달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기초가 된다. 바로 이 부분에서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 <진실과 거짓 사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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